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미키 17(2025)>이 지난 3월 5일 프랑스에서 개봉되어 현지 언론과 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기생충>이 프랑스 극장에서 약 200 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쾌거를 거두었으며, 이번 작품이 6년 만의 신작 공개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인간 복제, AI, 자본주의 착취 등의 주제를 다룸.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인 ‘니플하임(Nifelheim)’을 개척하는 탐사대에서 일하며, 죽을 때마다 기계에 의해 새로운 몸으로 복제되는 ‘소모품(Expendable)’의 신세다. 이러한 미래의 설정을 통해 감독은 인간성이 상실된 미래 사회를 풍자하고, 기술 발전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프랑스 주요 언론들은 사회적 메시지와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SF 장르와 결합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 혼합과 풍자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르몽드>는 “<미키 17>은 가까운 미래를 그리면서도, 지금이 순간의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하는 영화”라고 평가했고, <피가로>는 “풍자적 요소가 강한 대규모 SF 블록버스터로, 냉소적 유머와 블랙코미디를 통해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탐구하는 영화”라고 보도했다.
봉감독은 프랑스 최근 <미키 17> 촬영장에서 <르몽드>의 영화평론가 로버트 패티슨과 가진 인터뷰에서 “원작의 순수 SF적 요소보다 정치적 풍자와 인간적 측면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Q. 에드워드 애쉬턴의 소설 『미키7』을 각색하면서 희극적 요소를 강조하셨는데요. 이런 부조리함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원작 소설은 순수한 SF입니다. 과학적 설명이 굉장히 많죠. 그래서 영화는 정치적 풍자와 인간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2054년에 펼쳐집니다. 마치 젊은이들에게 ‘나중에 당신들의 삶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Q. ‘미키 17’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개발되었습니다. 이것이 영화에 대한 당신의 비전에 영향을 미쳤나요?
A. 팬데믹 동안 우리는 비인간적인 일들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이 임종을 앞둔 부모를 보러 갈 수 없었던 상황이 그런거죠. 부모들의 몸에 가까이 가면 안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반복되는 죽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팬데믹을 극복했듯이, 미키라는 캐릭터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극복합니다. 그는 영웅이나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좀 어리숙하지만, 자신을 지킬 줄 압니다.
Q. 당신의 영화들은 식민지화와 같은 역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A. 제 어머니는 아직 살아계시는데,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를 겪으셨습니다. 이 역사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직접 경험했습니다. 영화에서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캐릭터는 크리퍼스(니플하임 행성에 사는 기는 생물)를 경멸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생물들이 인간보다 더 큰 지능과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가 식민지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거기에 담겨 있습니다.
Q. 타인을 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현대 사회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외국인이나 외부에서 온 사람을 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파시즘의 기초입니다. 영화 끝부분에서 마크 러팔로가 턱을 들어올리는 장면이 있는데, 약간 무솔리니처럼 보입니다. 그는 크리퍼스에게 경멸적이지만, 미키를 동등하게 경멸합니다. 마샬은 미키를 그저 대체 가능한 존재, 쓰레기로 봅니다. 이런 타인에 대한 혐오는 과거에만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도 여전히 아주 현존하는 문제입니다.
Q. 마샬이라는 캐릭터는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섞어놓은 것 같습니다. 의도적이었나요?
A. 이에 관해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2021년에 영화를 쓰고 2022년에 촬영했습니다. 당시 제작팀에게 방금 언급하신, 두 사람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등 주로 고인이 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토니 콜렛이 연기한 마샬의 아내)도 있습니다. 독재자 부부가 있다는 것이 웃기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욱 무서워졌죠. 하지만 영화가 특정 시사성을 가지고 개봉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현재에 공명합니다.
Q.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선거 운동 중 겪은 암살 시도와 거의 유사한 장면까지요?
A. 뉴스를 본 기억이 나는데, 몇 주 후 후반 작업에서 그 장면을 다시 작업할 때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제게 수정 구슬은 없습니다.
Q. 사람들이 대체 가능하다는 개념이 위험한가요, 아니면 인간 조건의 본질인가요?
A.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위험한 작업 환경과 관련된 죽음은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그리고 항상 대체 가능하고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일종의 미키 5, 6, 7, 8입니다. 순수한 SF 개념처럼 보이지만, 현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Q. 왜 일파 캐릭터에게 소스(Sauce)에 대한 집착을 부여했나요?
A. 일파와 마샬은 모든 것을 수치화하여 통제하고 싶어 하고, 식민지 생존을 위해 엄격한 제한을 부과하지만, 자신들에게는 그것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인류 엘리트의 일부이며, 가장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접시에 스테이크가 있고 주변에 5가지 소스가 있는데, 그들은 ‘이것이 인간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미키를 깊이 경멸합니다. 미키는 소스를 생각할 수 없고, 먹는 것조차 힘듭니다.
Q.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연출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인가요?
A. 그들은 자랑하고 보여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베를루스코니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가 권력을 잡았는데, 그는 미디어에 대한 헤게모니를 가졌고 공개석상에 나타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마샬도 쇼를 하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역사적 사건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Q. 당신에게 이 영화의 결말은 낙관적인가요, 비관적인가요?
A. 미키가 파괴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토니 콜렛과의 악몽도 있습니다. 태양 아래서 끝나지만, 그 어두운 면은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충분히 경계하지 않으면 악몽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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