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의 광기, 끝나지 않은 계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극단적 이기주의로 치닫는 국제사회, 특히 파시즘적 열망으로 가득한 극우세력의 광기는 어떤 토양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브누아 브레빌 프랑스어판 발행인은 프랑스 국민연합(RN)의 지지 기반을 해부하며, 유럽 극우의 사회적 뿌리와 대중적 욕망을 분석한다. 단지 ‘극우’라는 정치적 수사를 넘어, 그들이 부상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토양을 꼼꼼히 짚어낸다. 성일권 한국어판 발행인은 오늘의 한국 사회가 어떻게 파시즘적 질서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진단한다. ‘계엄의 유령’은 사라지지 않았고, 침묵과 무관심은 오히려 그 유령을 더욱 은밀하게 부활시키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4월호는 유럽과 한국 사회에 깊이 파고드는 파시즘적 열망에 대해 그 역사적 맥락과 철학적 동인까지 파고들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4월호 목차]

'파시즘' 진단과 경고
파시즘 유혹에 빠진 한국적 니힐리즘을 치유하려면… (성일권)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정치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기술이다.” 정치는 적을 죽이는 기술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정치이다. 서로의 역사, 서로의 상처, 서로의 두려움, 서로의 진실을 외면하는 한, 우리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적 니힐리즘과 파시즘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사유의 복원이다.
정상을 향하는 유럽 극우 vs. ‘불나방’ 한국 극우 (목수정)
우리가 차곡차곡 쌓아올렸다고 믿었던 민주주의 체제는, 한 번의 강풍에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압축성장의 강박 속에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덮어 두고 썩도록 내버려둔 무엇이, 윤석열이라는 급성 종양의 전이로 함께 불거져 나왔다. 성급히 종양을 제거하기보다, 무엇이 이 종양을 유발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근본 원인을 치료해야 할 것이다.

권력, 저항, 언어의 최전선에서
부패와 특권에 맞선 세르비아 시민 봉기 (아나 오타셰비치)
세르비아는 지난 4개월 동안 현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봉기를 겪고 있다. 부패에 반대하는 이 시위는 노비사드역에서 발생한 역사(驛舍) 지붕 붕괴 사고로 15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사고의 원인을 파고들자,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차 무시한 채 연줄과 특혜가 판치는 세르비아 체제의 병폐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영어권 동화(同化)의 위기에 몰린 퀘벡 프랑스어 (필리프 데캉)
최근 퇴임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969년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 총리가 통과시켰던 ‘공식 언어법’을, 2023년 야당의 지원을 받아 개정했다. 1969년 당시 피에르 트뤼도는 퀘벡 주민들의 독립 열망에 맞서, 이중언어를 더 널리 사용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대응했었다. 그러나 이후 명확한 영토적 구분 없이 개인의 언어적 권리만을 보장한 결과, 영어와 프랑스어 사이의 비대칭 구조는 고착되었고, 프랑스어는 여전히 쇠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언어, 음악, 문학, 예술에 깃든 저항과 회복의 서사들
서구중심주의, 비인간적 폭력의 그늘 (크리스티앙 드 브리)
18세기까지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였다. 중국, 인도, 근동(중동) 지역이야말로 지리적 위치, 면적, 인구, 정치·경제·사회·문화 구조,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고려할 때 세계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서구의 민족 중심주의(ethnocentrism)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오히려 유럽이 중심이었다는 착각을 계속 심어주었다.
군악대의 변화, 저항의 울림 (닐 사빈)
“너, 시립 관악단을 꿈꾸었지 / 장군의 복장을 입고 싶었지 / 떠나라 / 군악대에 합류해 / 그리고 군가를 연주해.” 1990년대 말, 레지노상 그룹은 이러한 가사를 통해 군악대를 다소 경멸적인 시선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오늘날, 군악대의 이러한 앙상블은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지역 당국의 지원 덕분에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저항의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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