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상 수상 작가 한강의 시집, 프랑스어 첫 번역 출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프랑스 현지서 초판 매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가 프랑스어로 처음 번역·출간되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출간 일주일 만에 초판 5천 부가 모두 팔려나가면서, 출판사 측은 현재 추가 인쇄에 돌입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최근 서평을 통해 “한강의 시는 한국인들이 ‘한(恨)’이라 부르는 독특한 멜랑콜리를 담고 있다”며 “슬픔, 불만족, 형이상학적 불안이 얽힌, 번역이 어려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르몽드>는 이어 “이우환의 조각처럼 정제된 이 시들은 5줄 혹은 3페이지를 넘지 않으며, 그 이상의 군더더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시집은 프랑스 대표 문학 출판사 중 하나인 그라세(Grasset)에서 출간됐으며, 번역은 최미경 교수와 장 노엘 쥐떼(Jean-Noël Juttet)가 맡았다. 원작은 2013년 한국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한강이 여덟 살이던 1979년 손수 만든 첫 시집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시집은 이후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신발 상자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특히 시집에 담긴 '빈 불꽃', '겨울에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의 뼈', '유리의 얼어붙은 표면' 등 차가운 이미지들은 존재의 고통과 인간 내면의 상처를 섬세하게 드러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강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실과 빛」에서 “내가 글을 쓸 때, 나는 내 몸을 사용한다. 나는 내 감각이 나에게 제공하는 모든 세부 사항을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혀, 입술, 눈꺼풀 등 신체적 이미지가 두드러지며 이러한 작가의 창작 태도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파리 소르본 대학의 문학평론가 클레르 뒤퐁 교수는 “한강의 시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 문화 간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보편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고 호평했다.
프랑스에서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시집을 통해 그의 문학 세계가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평단은 물론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 문학 전반에 대한 주목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한강은 오는 4월 열리는 파리국제도서전에 참석해 프랑스 독자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도서전 측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유럽 공식 일정인 만큼, 행사 사전 예약이 이미 마감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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