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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기후국제정치. 기이한 미중 기후 전쟁. 기후 악당들의 기후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
[기획연재] 기후국제정치. 기이한 미중 기후 전쟁. 기후 악당들의 기후를 둘러싼 치열한 다툼
  • 신성은 국제정치 전문기자
  • 승인 2025.03.3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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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이산화탄소 배출국 중국, 기후산업에선 1위 투자국이자 경쟁력 1위
세계 2위 이산화탄소 배출국 미국, 트럼프 대통령 두번째 파리기후협약 탈퇴
기후위기 대응은 뒷전, 미래 산업 주도 기후 산업 경쟁에선 뜨거운 선두 경쟁

기후를 둘러싼 세계적 슈퍼 「기후 악당』 들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G2' 미국과 중국은 기후위기 대응에선 악당을 자처하지만 날로 성장하는 기후산업에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물론 기후의 국제정치는 EU가 주도한다.

21세기 국제정치 갈등을 대표하는 권력투쟁은 미중 패권전쟁이다. 군사충돌을 불사한 경제 패권이 요체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정부 시절, 외교의 중점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면서 세계 패권은 미중간의 대결로 모아지고 있다. 그 중심엔 2001년 WTO 가입을 기점으로 급격한 성장을 거듭한 중국 견제가 있다. 미소 냉전시절, 미국은 소련 봉쇄를 위해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 냈지만 중국은 미국의 의도를 저버렸다. 구소련보다 더욱 위협적인 라이벌로 부상했다.

미소 냉전이 소련의 자멸로 막을 내리면서 미국은 'G1'으로써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구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 그리고 BRICs[1]와 같은 인구 대국들의 산업발전은 다양한 협의체를 통해 별도의 자립적 세력화를 지향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위세는 약화되고 있다.

「기후 위기』 라는 지구 공멸의 위기를 막기 위한 UNFCCC와 「이산화탄소 넷 제로(Net Zero)』 목표는 산업 발전과 트레이드오프(Trade off) 효과로 개발도상국은 물론 일부 선진국들의 일탈이 너무 잦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유럽과 더불어 유엔기후협약(UNFCCC)을 탄생시켰지만 역사적인 도쿄의정서 비준에 실패했다. 더욱이 기후 악당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차례나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미국의 정치권은 기후위기 대응이 산업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사실 선진국에서조차 산업계는 당장의 비용으로 바뀌는 기후 대응에 저항했다. 이러한 저항에 대한 강제를 위해 각국 정부가 모여 협의를 이끌어냈지만 자국 산업보호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의 반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미국은 가장 강력한 기후음모론자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기후음모론자다. 이를 사기라고 비난한다.

COP28에서 각국 기후정상들은 “단계적 화석연료 퇴출”에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화석연료 발전을 더 부추기고 있다. 그는 바이든 정부 당시 중단되었던 알래스카 유전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대서양과 태평양 해역서 신규 석유 시추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특히 다른 화석 연료 개발 제한 조치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이 쉽게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제정된 지 72년 된 연방 법률인 「외대륙붕법'(Outer Continental Shelf Lands Act)』에 기반했다. 이를 다시 뒤집으려면 의회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조롱하며 이를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후악당의 대명사가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후악당의 대명사가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과 법규 개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빠르게 화석연료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반 기후 정책 드라이브는 미국인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에 기반한다. 알래스카의 경우 민주당시절 막혔던 개발에 환호한다. 미국인들의 기후에 대한 정서는 유럽처럼 강고하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2023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약 60%가 기후위기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믿지만 약 40%는 동의하지 않는다. 더욱이 공화당 지지자들은 약 8%만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동의했다. 더욱이 이러한 반 기후위기 경향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인식은 지식인들 사이에선 약 70% 이상이지만 고졸 이하의 경우 50%에 못 미친다.

트럼프 집권 기간 반 기후위기 정책은 지속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이 방향을 선회할 것 같지 않다. 강조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UNFCCC와 EU가 주도한다. EU는 각국의 여러 정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집행하고 UNFCCC를 통해 지혜롭고 유연하게 세계각국의 정책을 이끌고 있다. 다만 개발도상국들은 산업 발전이 우선하는 만큼 미국의 이러한 일탈이 성장 우선 정책에 대한 명분을 제공한다.

중국은 일관적이다. 그들은 명백히 산업성장을 우선 목표로 한다. UNFCCC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UNFCCC의 기후위기 대응을 지지한다고 밝힌다. 이를테면 지난 3월초 탄소배출권거래제(ETS)의 적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1년 ETS를 출범시켰지만 발전소에만 적용했다. 이제 올해말까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배출이 많은 업종을 추가시킨 다는 것. 동시에 COP26에서 확정된 석탄 화력발전을 줄일 의사는 전혀 없다. 올해 전인대에서도 이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탄소국경세(CBAM)를 반대하고 이를 COP29 의제로 상정하려고 했다. 러시아 역시 CBAM을 새로운 관세장벽이라고 비난한다.

결과적으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은 줄지 않고 있다. 세계 산업성장을 주도하는 BRICS 같은 개발도상국들의 배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IEA는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1.1%(4억1천만t) 증가한 374억t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IEA는 "파리기후협약이 정한 기후 목표(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급격한 감소는커녕 배출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각한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 대체 화석연료 사용이 이산화탄소 증가분의 40%를 차지했다. 또한 중국과 인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에 따른 전력 수요, 석탄 발전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했다. 중국의 배출량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126억t으로 전 세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인도에서는 특히 가뭄이 큰 영향을 미쳐 배출량이 전년보다 7% 늘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산업에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기후산업은 반도체 산업과 유사한 규모로 성장했다. 핵심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관련 기술, CCUS와 같은 기후테크, 전기차, 배터리 등. 중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와 함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기후공익법인 「기후솔루션』이 지난 3월19일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서연정 블룸버그 NEF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중국은 에너지 전환부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8164억달러를 투자해 2위 미국(3383억달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독일(1093억달러), 영국(653억달러), 프랑스(503억달러), 인도(471억달러), 브라질(371억달러), 캐나다(352억달러), 이탈리아(304억달러), 일본(285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약 270억달러로 중국의 3.3%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기후테크 산업만도 2032년에는 무려 2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한국무역협회. 2024)이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더불어 태양광, 풍력 발전 기술이 세계 1위다. 기술면에서 유럽과 경쟁이 치열하지만 가성비만큼은 압도적이다. 유럽 재생에너지 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BYD와 CATL을 앞세운 배터리분야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미국은 탄소포집장치(CCUS)와 전기저장장치(ESS)에서 유럽,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은 트럼프 시기에도 줄지 않고 있다. 

출처: EG-TIPS
출처: EG-TIPS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중국은 단연 1위다. 지난 1990년, 중국의 개방이 시작될 무렵, 중국(2089)은 미국(4803)의 절반에 못 미쳤다. 그러나 21세기들어 미국을 추월하더니 2019년엔 2배로 늘어났다.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3위 인도도 미국의 거의 1/2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륙별로도 아시아가 약 19기가톤으로 약 52%를 차지한다. 물론 배출량 1,3위인 중국과 인도 탓이다. 북미가 미국 덕분에 약 6.4기가톤, 약 17%를 차지했다. 꾸준한 감축의 모범을 보이는 유럽이 약 6.4기가톤으로 약 12%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자 기후산업 최대 투자자이다. 미국 역시 세계 2위 배출국이자 세계 2위 투자국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유럽처럼 산업발전보다 환경이 우선한다는 뚜렷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산업성장이 필요한 거의 모든 국가들에선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하는 EU의 정책처럼 지혜와 유연성이 필요하다.

중국과 미국은 최소한 기후산업에 있어선 미중 패권 전쟁 못지않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CCP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UAE,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석유 대국들과 유사한 64위에 랭크되었다.

 

[1] 브릭스(BRICS)는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화인민공화국(China), 남아프리카 공화국(South Africa)의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 당초 경제적 용어였지만 지난 2006년, 국제 협력기구를 부르는 용어가 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제외한 "BRIC"으로 불렀지만,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참여하면서 BRICS가 됐다. 지난 2006년 4개국 외무장관이 모여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였으며, 2009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공식 정부 간 조직은 아니었으나 2009년 이후 매년 정상회담을 열며 선진국의 G7을 견제하는 개발도상국 블록의 형성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 24일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5번째 정규 회원으로 추가되었다. 2023년 남아공에서 열린 제15차 정상회담에서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가 새 회원국으로 합류했으며 2025년 1월 6일, 인도네시아가 참여했다.

[2] 반면 선진국 배출량은 전년보다 4.5% 줄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재생 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 조치, 산업 생산 저하, 일부 지역의 온난한 날씨로 인한 에너지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평가했다. 0.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유럽연합(EU)은 배출량이 거의 9% 감소했고, 미국은 2.5%의 경제 성장에도 배출량이 4.1% 줄었다. 그럼에도 재생 에너지와 전기 자동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 속도가 계속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고, 2023년 증가율은 그보다 적은 1.1%. 2023년 풍력·태양광 에너지 발전은 540GW(기가와트) 늘어 2022년보다 75% 증가했고,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35% 늘어 약 1천400만대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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