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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은영의 샹송이야기 (1) 가수 자오 드 사가장, 극우와 맞서다!
[연재] 강은영의 샹송이야기 (1) 가수 자오 드 사가장, 극우와 맞서다!
  • 강은영 | 가수 & 강혜영 | 작가
  • 승인 2025.04.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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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의 샹송이야기 (1)

샹송은 프랑스인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노래다. 샹송은 달콤한 가사와 음률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일부 샹송은 불의에 저항하고 현실에 순응하길 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본사의 ‘르몽드 에스파스’에서 샹송을 소개한 강은영 가수가 본지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샹송의 도발적이며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랑스에서 재즈를 전공한 강은영과 연극학을 공부한 강혜영이 함께 하는 ‘샹송 이야기’, 그 첫 회는 극우에 맞서 자유를 갈망하는 자오 드 사기장의 노래 세계를 소개한다.

 

자오 드 사가장

 

“극우여 꺼져라(L’extrême droite dégage de là)!”

프랑스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물다섯 살 신인 가수 자오 드 사가장(Zaho de Sagazan)이 자신의 히트곡 <슬픔(Tristesse)>을 열창하던 중 가사를 바꿔 불렀다. 2024년 7월 3일, 조기 총선 2차 투표를 앞두고 열린 대규모 집회 콘서트 무대 위에서였다.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지역구별 1위 후보자 수에서 압승을 거두자 시민들이 ‘극우에 대항하는 민주주의 전선(un front démocratique contre l’extrême droite)’을 위해 레퓌블리크 광장에 운집한 자리였다.

이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한 <뤼마니테>와의 인터뷰에서 자오 드 사가장은 “최근 일어난 일에 몹시 슬펐기에 <슬픔>을 노래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투표한 사람들 중에는 진짜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있지만, 악마에게 투표하는 줄도 모르고 투표하는 선량한 사람들 많이 있다”며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슬퍼하거나 증오하는 것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녀가 무대에서 “슬픔아 꺼져라(Tristesse, dégage de là)”를 “극우여 꺼져라”로, “난 네가 싫어(Je te déteste)”를 “극우, 난 네가 싫어(L’extrême droite je te déteste)”로 바꿔 부른 이유다.

또한 자오 드 사가장은 두려웠지만 혼자가 아니란 걸 안다며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언급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사랑과 연대, 포용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이고 거기서 자신은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녀의 대표곡 <번개 교향곡(La symphonie des éclairs)>에서 노래했듯이, 희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오 드 사가장을 포함해 많은 프랑스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 집회가 열린 후 나흘 뒤 2차 투표가 실시되었다. 반극우 연대로 단일화를 꾀한 신인민전선(NFP)과 앙상블(ENS)이 제1당, 제2당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을 노렸던 극우 국민연합을 제3당으로 밀어냈다.

자오 드 사가장은 2023년 자신이 직접 제작한 앨범으로 스물넷의 나이에 2024년 2월에 열린 제39회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를 휩쓸었다. 보통 신인들이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대중에게 노출되어 인지도를 쌓는 데 비해 자오 드 사가장은 첫 앨범으로 대중음악계의 초대형 신인으로 등극한 것이다.

 

“내 노래의 폭풍이 그들 마음을 따뜻하게 할 거야”

1999년 12월 28일, 생나제르에서 출생한 자오 드 사가장은 생나제르의 아리스티드-브뤼앙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낭트에서 경영학과 행정학을 공부했고, 노인 요양시설에서 간병인으로 1년 동안 일했다. 2015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면서 음악 활동을 시작했는데, 무대를 경험한 것은 아리스티드-브뤼앙 고등학교 콘서트에서였다.

화가이자 조형 예술가인 아버지에게서 광기와 자유 그리고 투지를, 교사인 어머니에게서 공감, 관대함, 인간에 대한 사랑을 물려받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자오 드 사가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 중 하나’인 간병인으로 일하며 세상의 순수함을 경험했고, 그 과정이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자오 드 사가장은 2021년부터 여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싱글 몇 곡을 발표하다가 2023년 3월, 친구들과 함께 설립한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첫 앨범 <번개 교향곡>을 내놓았다. 타이틀곡인 <번개 교향곡>을 비롯해 <슬픔>, <사랑한다고 말해 줘(Dis-moi que tu m’aimes)> 등이 수록된 이 앨범으로 자오 드 사가장은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에서 여성 신인상과 신인 무대상,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고 <번개 교향곡>으로는 올해의 노래상까지 거머쥐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녀가 프랑스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 아티스트로 부상한 순간이었다.

자오 드 사가장의 음악 스타일을 꼽자면 전자음악 기반의 멜로디와 저음의 안정된 발성, 간혹 샤우팅을 보태며 무대에 집중하는 퍼포먼스, 섬세한 가사 등 여러 가지를 나열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감수성’과 ‘자유’라는 두 단어로 그녀의 음악을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을 끌어들이는 그녀의 매력도 거기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몰랐어  
속으로 고함치는 것 말고 달리 말하는 법을 
(중략)
자라면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작은 폭풍이 찾아왔지
그토록 비를 쏟을 이유를 찾았지
누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Dès sa plus tendre enfance elle ne savait pas
Parler autrement qu’en criant tout bas
(중략)
En grandissant rien ne s’est calmé
Petite tempête s’est trouvée
Des raisons de pleuvoir autant
Qui pourrait l’aimer franchement? (<번개 교향곡>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pqo59FkF_5g)

 

대표곡인 <번개 교향곡>에서 그녀는 매우 예민했던 어린 시절을 폭풍에 비유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괴로움을 표현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길 갈망했고 음악을 통해 감수성을 길들이는 법을 배우며 그녀는 긍정적인 감정도 갖게 되었다.

폭풍은 알게 되었어
멜로디가 바람에서 흘러나와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들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생각했지
“태양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
내 눈물의 리듬에 맞춰 사람들을 춤추게 할 거야
내 노래의 폭풍이 그들 마음을 따뜻하게 할 거야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할 거야”
Quand la tempête a su
Que des mélodies pouvaient s’échapper du vent
Et se retrouver dans le cœur des gens
Celle-ci s’est dit
“Nulle raisons d'envier le soleil
Je ferais danser les gens au rythme de mes pleurs
La tourmente de mes chants viendra réchauffer les cœurs
Réchauffer mon cœur” (<번개 교향곡> 중에서)

같은 맥락으로, 자오 드 사가장은 “네가 싫다”면서, 부정적인 감정에 짓눌려 휘둘리는 인형이 되기를 거부한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 부정적인 감정에게 “꺼지라”고 외치며, 그 감정을 다스리는 인형술사가 되어 상황을 반전시킨다.

그런데 거기 누구냐? 거기 누구냐? 거기 누구냐?
슬픔아 꺼져라
나는 인형술사
절대 그 반대가 아니지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해
슬픔은 나를 싫어하지
(중략)
아, 난 싫어
난 네가 싫어
Mais qui va là? Mais-mais-mais-mais-mais qui va là? Qui va là?
Tristesse, dégage de là
Marionnettiste je suis
Et sûrement pas l'inverse
Contrôle total des sentiments
La tristesse me déteste
(중략)
Ah je déteste
Je te déteste (<슬픔> 중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자오 드 사가장의 열망은 노래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어디에 종속되지 않은 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창작하길 원했고, 그래서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해 음악 작업을 했다. 공연할 때의 몸짓을 통해서도 자유를 찾았다.

안무가인 언니의 조언으로 그녀는 춤을 추면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춤 연습을 굉장히 열심히 했지만, 무대 위에서 자오 드 사가장은 정돈된, 기술적인 댄스보다는 노래의 흐름에 따라 감정을 표출하는 몸짓으로 자유롭게 춤췄다. 의상도 마찬가지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옷이나 평범한 양말, 운동화를 착용했다. 올림픽 폐막식이나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노래할 때도 격식을 깼다. 드레스를 입고서 운동화를 신거나 맨발에 양말만 신기도 했다.

 

“빛을 찾아 모든 구름을 가로질러”

그녀의 예민한 감성과 자유에 대한 열망은 정치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도 확대되었다. 2024년은 자오 드 사가장이 가수로서 그 누구보다 왕성하게 활동한 해일 뿐만 아니라 미디어에 크게 영향을 받는 대중가수로서 예술가의 독립과 자유를 흔드는 거대 미디어 기업에 정면으로 맞서며 주목받은 해였다. 무엇보다 그녀는 정치적 의미가 강한, 선 굵은 행보를 통해 사회 참여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7월 1일, 40여 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자선 콘서트에 참여, 가자지구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이어 다음날인 7월 2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유명 방송인인 시릴 아누나를 맹렬히 비판했다. 시릴 아누나는 혐오적인 표현과 가짜뉴스로 수차례 지적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조기 총선을 앞두고 진행한 쇼에서 극우 인사들을 편향적으로 초대하고 극우 성향의 논평을 쏟아내 그의 프로그램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자오 드 사가장은 그의 방송이 좌파를 악마화하고 극우를 옹호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리고 이튿날, 제2차 조기 총선을 나흘 앞둔 7월 3일, 그녀는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자신의 노래 <슬픔>의 일부를 개사해 “극우여, 꺼져라!”고 노래했다. 7월 7일, 극우는 패배했다.

그녀는 예기치 못한 탄압에 직면하게 되었다.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가 소유한 라디오 방송국들(<유럽1>, <유럽2>, <RFM>)의 방송에서 자오 드 사가장의 히트곡 <번개 교향곡>이 삭제된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볼로레 그룹의 미디어가 간판 진행자인 시릴 아누나에게 적대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자오 드 사가장을 지목해 조치한 것으로 보고 연대에 나섰다. 그들은 뱅상 볼로레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자유로운 발언을 억압하는 행위를 규탄하고 답을 요구했다. 600여 명의 예술가들이 잇달아 서명하며 검열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이와 관련, 볼로레 그룹 라디오 사업총괄이사 알랭 리베르티는 더욱 리드미컬하고 즐거운 프로그래밍을 우선시하도록 설정한 개편 방향에 우울하고 어두운 곡인 <번개 교향곡>이 맞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번개 교향곡>의 인기가 다했다고도 덧붙이며 정치적인 선택이 아니었음을 강변했다. 예술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볼로레 그룹이 고수한 강경한 입장은 검열에 맞서 독립성을 옹호하는 프랑스 문화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거대 미디어 기업의 횡포에 위축되어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오 드 사가장의 활동은 위축되지 않았다. 그녀의 인기도 시들지 않았다. 2024년 8월, 자오 드 사가장은 헨델-헨드릭스 아카데미 합창단과 함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파리의 하늘 아래(Sous le ciel de Paris)>를 부르며 파리 올림픽의 폐막식 무대를 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7개의 신곡을 포함한 <번개 교향곡> 확장 버전 앨범을 내놓았다.
(https://youtu.be/Sl4nBWI5-_s?si=N8VPl39yHid_HzAX&t=2767)

인터뷰에서 그녀는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그녀는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25년 2월, 제40회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에서 최고상인 여성 가수상을 수상했다. <번개 교향곡>에서 노래했듯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폭풍우 속에서 우리를 춤추게 하는 새 중 하나”로서, 그리고 “빛을 찾아 모든 구름을 가로질러 빗속에서 번개의 교향곡을 노래”하는 가수로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을 것이다. 

 

 

글·강은영
프랑스 재즈학교 IACP 재즈에서 보컬을 전공했고, 서울재즈빅밴드의 보컬로 활동했으며,  백석예술대학교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강혜영
프랑스에서 연극학을 전공했고, 작가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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