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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인성이 문제인가?
국민의 인성이 문제인가?
  • 성일권
  • 승인 2014.06.03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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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 함께 했던 동료들을 억울하게 잃어버린 일선 교사들이 반인륜적 세월호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 자신의 친구들을 차디찬 주검으로 맞이한 학생들이 그 분노와 슬픔의 눈물마저 삼켜야 하는 현실이 또 과연 정상적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분노해야할 때 함께 분노하고, 슬퍼해야 할 때 함께 슬퍼하고, 또 참여해야 할 때 더불어 동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특히 관피아니, 해피아니 하는 ‘사악한’ 권력집단의 일탈에 대해 교육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분노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지시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교육부가 징계 방망이를 휘두르며, 교사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정치세력이 보수 여론의 지지를 업고,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선원들, 이익 만을 추구해서 안전은 나몰라라 한 청해진해운과 사주의 사악한 인성문제를 들먹이며, 지난달 26일 ‘인성교육진흥법’을 발의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이준석 방지법’이라 불리는 이 법은 여야가 모처럼 뜻을 모아 성장 중심의 물질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일반 법안으로는 가장 많은 100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 대표는 “학력과 경쟁만 강조하던 교육에서 탈피해 책임·정직·배려·소통·효·예 등 우리가 중시해야 할 사회적 가치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어른들도 배우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법안은 인성교육의 주체로 국가·지자체·학교를 명시하고, 정부 정책과 예산 지원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일부 정치세력이 하는 짓이 이해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자신들의 탐욕이 아닌 국민 인성 탓으로 돌리는 언술도 뻔뻔하지만, 희노애락의 순수한 인성마저 사갈시(蛇蝎視)하는 그들이 인성을 논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신시대의 ‘국민교육 헌장’ 악몽이 떠오른다.
 
유감스럽지만, 르 디플로 6월호는 권력에 의해 길들여지는 ‘착한 인성’을 거부한다. 불의의 권력에 맞서 저항하고 분노할 줄 아는 ‘인성’이 그들의 말대로 불온하다면, 르 디플로는 우리 사회에 불온을 조장하는 ‘나쁜 매체’를 당당히 자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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