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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의 추악한 범죄, 그리고 그 진실
CIA의 추악한 범죄, 그리고 그 진실
  • 모리스 르무안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 승인 2009.10.06 17:4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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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버지니아주 랭리에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 사령부 홀 왼쪽 벽에는 큼지막한 글자로 “당신이 진실을 깨달으면, 그 진실은 당신을 평화롭게 하리라”라는 복음서의 성 요한의 시구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이 구절이 그렇게나 확실한 것인가! 9월 18일, 마이클 하이든, 포터 그로스, 조지 터넷, 존 더치, 제임스 우슬리, 윌리엄 웹스터, 제임스 슐레징어 등 7명의 전임 국장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지 부시 재임 때 정보국 관리들이 반테러 심문 과정에서 저지른 ‘과도함’에 대해 이미 시작된 조사를 중지해줄 것을 권고했다. 이들에 의하면 이런 조사는 미국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창설한 이래, CIA의 역사는 거대한 범죄로 얼룩져 있다. CIA의 실체를 고발하기도 한 <뉴욕타임스> 기자 팀 와이너는 CIA의 수사관 존 맥루더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적고 있다. “비밀스런 정보 활동이란 항시 모든 규칙을 어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부나 국무부는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 그래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비밀 정보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1) 냉전 시기인 1953~61년에 정보국을 지휘한 앨런 듈스는 “정치인 암살도 대통령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 경우 우리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 사건을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외국에서 지지른 살인사건으로 CIA가 용의선상에 오르면 대통령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2)

CIA가 벌이는 비밀 활동이란 외국 지도자 암살, 불안 조성, 쿠데타, 무기와 마약 거래 등과 같은 것으로, 많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뿐, 워싱턴이 그토록 강조해온 민주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바로 그 점 때문에 CIA는 주기적으로 추문을 달고 다녔다. 이 조직의 불명예스러운 파렴치 행위들은 1970년대 처치나 록펠러 같은 의원들의 조사와 일부 언론의 보도로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CIA의 추문은 1986년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란에 무기를 밀매한 이란 콘트라게이트로 절정에 달했다. 2007년 여름, CIA에 보관된 문서 중 자신들의 치부가 담긴 서류들이 드러나 국제사회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비밀일 뿐이었다. 최근 기밀등급이 해제된 수많은 서류에 대해 존 프라도스는 이렇게 말한다. “30년 전, CIA의 문제는 그들이 지구의 그 어느 곳에서도 자유로운 상태에서 아무 감시도 없이 오직 자신들의 변덕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고독한 코끼리’ 같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는 데 있다. …문제는 CIA가 감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독단적이며 ‘고독스러운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3) 결국 부시 대통령은 2002년 2월, “제네바협약의 어떤 조처들도 우리(미국)와 알카에다의 분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특별히 명시한 법령에 서명했다.

팀 와이너는 이로부터 몇 가지 본질적인 의문들이 제기된다고 한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사회에서 비밀 정보 활동을 할 수 있는가? 법을 준수하면서도 비밀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가? 자유와 안전을 동시에 바랄 수 있는가? 비밀스런 정부에 더 많은 것을 부여할수록 우리의 자유는 그만큼 더 폭이 좁아지는 게 아닌가?”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이것이 바로 CIA의 진정한 비밀인데,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미국 대통령이 알게 한다는 애초의 임무를 만족스럽게 수행한 적이 결코 없다는 것이다. 이란에서 호메이니의 등장도 파악하지 못했으며.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도 예측하지 못했고, 더구나 9·11 사태는 전혀 손도 쓰지 못했다. 열거가 부족할 지경이다. “CIA는 소련이라는 체제에 고위급 정보원을 심는 데 결코 성공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 나라의 상황이나 군비 정책에 대해서는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CIA의 윌리엄 케이시 국장은 아무런 처방도 없이 습관적으로 백악관에 과장된 추정치만을 보고했다”고 고든 토머스는 회고한다.

그렇다면 무려 11명의 대통령과 3세대에 걸친 CIA가 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왜 이토록 무능했을까? “왜 새로운 국장이 임명될 때마다 그는 전임자들보다 더 나쁜 상태로 정보국을 이끌고 갔는가? 와이너가 던지는 의문이다. 와이너는 부시 대통령이 그랬듯이 정보국을 정보 수집에 이용하기보다는 군사작전에 과도하게 의존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한다.

이는 물론 어떤 경우에도 2006년 5월 5일 퇴임한 전임 고스에게 하는 질문은 아니다. 그는 퇴임 후 오하이오 티핀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일 학생이 정보국 간부 자리에 오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간단명료합니다. 절대 자백하지 말고 모든 것을 부인하고 역공을 준비하십시오.”(4)

글·모리스 르무안 Maurice Lemoine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주요 역·저서로 <진보와 그의 적들>(2003), <자살>(2004) 등이 있다. 


<각주>  

(1) 팀 와이너, <잿더미의 유산, CIA의 역사>, 2009. 파리, Editions de Fallois.
(2) 고든 토머스, <CIA에 관한 보고서>, 2007, 파리.
(3) <존 프라도스, CIA의 비밀 전쟁들>, 2008, 파리.
(4) 팀 와이너, <잿더미의 유산, CIA의 역사>, 2009, 파리, Editions de Fallo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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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HAR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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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특집-석유에 관한 모든 것: 세계 경제의 불균형 진단: 유럽의 천연가스: 대체에너지 등(No 174, 9~10월호, 격월간지, 6.99달러-1899 L. Street, NW, Suite550, Washington, DC20036,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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