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의 거미줄처럼 얽힌 비정상적인 순환출자 구조의 전모가 드러났다. 오너지분율이 낮으면서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철옹성 지배구조가 밝혀짐에 따라 관심이 모이고 있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롯데의 해외계열사 소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파악한 롯데의 출자단계는 최대 24단계로 롯데를 제외한 국내 40개의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평균치(4개)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상호출자(2개)와 순환출자(4개)가 새롭게 파악됐고, 국내에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는 롯데쇼핑, 대홍기획,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67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은 63개, 대홍기획은 60개, 롯데제과는 54개가 고리에 포함돼 있고, 이 3사는 최소한 1개 이상이 67개 고리에 모두 포함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는 국내 대기업 집단 전체 순환출자(94개)의 7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외 롯데계열사는 모두 상장사 비중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36개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사고, 국내 86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겨우 8개로 9.3%에 불과하다.
국내 계열사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살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 일본 계열사의 출자비중이 높은 계열사들도 대부분 비상장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위 10대 총수가 있는 민간기업집단 중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가 비상장사인 경우는 롯데가 유일하다. 이때문에 일반주주에 정보가 노출될 기회가 많은 상장을 오너일가가 전략적으로 회피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특유의 폐쇄성과 비정상적인 순환출자는 오너 지분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지분율이 높은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일본의 36개 계열사는 내부지분율이 93.2%고, 한국 롯데도 85.6%의 내부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롯데 총수일가 지분율이 2.4%로 40개의 민간기업집단(4.4%)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지배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업공개를 기피하면서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로 내부지분율을 높여온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롯데 계열사의 출자비율 또한 82.8%로, 평균 47.9%를 보인 다른 기업집단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롯데가 그간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해외 계열사를 동일인 관련자(친족, 계열사, 임원, 비영리법인 등)가 아닌 '기타 주주'로 신고해 내부지분율이 과소 산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롯데의 내부지분율은 기존보다 22.7% 높은 85.6%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외계열사 지분구조에 대한 미신고, 허위신고 혐의 등으로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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