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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해적들
진격의 해적들
  • 토마 소티넬
  • 승인 2016.09.3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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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에 관해서는 결코 선배나 선례가 필요하지 않다”던 앙드레 브르통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1) 과거의 성난 군중들에게는 아름다운 이상향이 있었고, 이들은 자신들의 열의를 확산시키는 한편 수단과 목적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강력한 분노를 표출하며 뜨겁게 저항했다. 전쟁이 끝난 후 급속한 경제발전이 이뤄진 영광의 30년 동안, 반문화 선봉자들은 7월 혁명 때와는 반대로 문화적 차원에서의 혁명만 일으켰다. 
1960년대 중엽 미국에서는 소비사회가 급격히 발전하고, 젊은이들은 주요 사회주체로 대두되며, 군대는 베트남 북부를 격파한다. 1965년 2월 말콤X가 피살됐고, 5월에는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징병 소환장을 불태웠다. 8월, LA의 흑인 지구 와츠는 소요 사태로 들썩이고, 그러는 동안 한 화학자가 LSD를 개발한다. 이렇듯 긴장 상황이 이어지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무정부주의 반문화 공동체 ‘디거스’가 생겨났다.(2)
이들은 정치극을 전문으로 하는 샌프란시스코 마임 극단이 주도한 운동으로부터 탄생했다. 하지만 이 ‘게릴라 시어터’는 지나치게 마르크스주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미래에 너무 치중하는 성향을 보였다. 그에 반해 일부 구성원들은 현재에 더 충실하길 바랐는데, 이들이 바로 ‘디거스’ 공동체다. 60년대 히피와 마약 문화의 중심지 헤이트-애시베리에서 태동한 디거스 공동체는 크롬웰 공화정 하에서 공유지의 민간 수용(收用)을 거부했던 영국의 저항 세력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에밋 그로건(3)을 중심으로 한 현대판 디거스 공동체는 개인의 혁명과 사회의 혁명 간 조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모든 활동이 무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즉 상점도 병원도 법률자문도 무상 제공되고, 심지어 원하는 사람에게는 돈도 ‘무상으로’ 퍼주는 것이다. 이 공동체에서는 공연도 무료이며 신문도 무료이고, 모든 게 ‘Free’의 원뜻대로 ‘무료’이면서 ‘자유’롭다. 디거스는 잭 케루악이나 앨런 긴즈버그를 주축으로 한 비트 운동과도 같은 연장선상에 놓인다. 때에 따라서는 지옥의 천사들과도 비슷한 이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주장을 지지하고, 도시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으며, 체포 영장을 수집하는 한편 (상인에 대한 혁명세가 낯선 개념은 아니지만) ‘증여’의 원천에 대해선 신중을 기했다. 
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히피족의 행태를 비웃고, 제도권 활동에만 국한되는 ‘뉴 레프트’ 세력을 비난했다. 마약에는 결코 반대하지 않으며, 경쟁 이데올로기를 폄하하고 실패의 영광을 내세운다. 요컨대 이들은 예측을 할 수 없는 자유주의자들이자 노는 걸 좋아하는 유희적 존재다. 그리고 2년 후 모든 게 끝이 났다. 너무 많은 약물이 남용된 것에 더해 철없는 아이들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이키델릭 만능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히피와 마약 문화의 중심지 헤이트-애시베리는 주요 관광지로 변모했고, 잔류한 세력들은 대부분 민물의 연어 보호 운동 같은 환경 분야로 전향했다.
몇 년 후, 록 음악 평론가 레스터 뱅즈(Lester Bangs, 1948~1982)(4)는 록의 열망이 개인과 집단의 자유로 전환됐다는 사실에 대해 나름의 설명을 제기한다. 그는 지나치게 현학적이면서 본론을 벗어나고 미사여구만 늘어놓은, 허술한 문체의 상당히 긴 글들을 썼다. 글의 내용 또한 극단적으로 악의적인 신념의 소치였다. 존 라이든(섹스 피스톨즈 시절의 쟈니 로튼), 캡틴 비프하트, 패티 스미스 등에 대해선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그는 단순히 록 음악을 듣는 것에만 만족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99%의 음악은 다 쓸데없다”고 하니까.)
그는 사실상 무해하고 매력적인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파괴하고 있으며, 최소한 우리 안에서 무엇을 깎아내리려 하는 것인지” 알아내려 했다. 정말로 ‘탈선적인’ 음악은 왜, 그리고 어떻게 거짓된 취향이나 패션, 요컨대 제도권 사회의 가치를 부인하고 미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전위 음악은 그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모여 있을 뿐이지 않은가?) 또 자기 파괴와 허무주의를 부수는 데에는 왜, 그리고 어떤 식으로 기여하는 것인가? 뱅즈에 의하면, 록은 우리가 죽은 시간 없이 살기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죽은 생각 없이 살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글·토마 소티넬 Thomas Sotinel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1) André Breton, ‘초현실주의 제2선언Second Manifeste du surréalisme’(1930), <초현실주의 선언Manifestes du surréalisme>, Gallimard, coll. ‘Follio Essais’, Paris, 1995. 
(2) Alice Gaillard, <Les Diggers, Révolution et contre-culture à San Francisco(1966-1968)>, L’Echappée, Montreuil, 2014. (초판은 2009년 Ed. Revue et augmentée에서 출간)
(3) Emmett Grogan, <Ringolevio>, Gallimard, coll. ‘La Noire’, 1998.
(4) Lester Bangs, <피의 축제와 악취미 Fêtes sanglantes & mauvais goût>, Tristram, Auch,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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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소티넬
토마 소티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