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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수사 가능할까?
대통령 수사 가능할까?
  • 바꿈
  • 승인 2016.11.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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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ㅣ 조수진 (변호사)
카드뉴스 ㅣ 홍명근(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박근혜 대통령 수사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면 누구나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일반적인 상식에도 현직 대통령 수사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가장 큰 쟁점은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 또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이라고 불린다.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내란'이란 형법상 폭동 등에 의해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이다. 즉 대한민국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를 말하며 이 죄의 수괴는 사형이나 무기징역형 둘 중 하나만 처하게 되어 있는 형법 중 최고 무거운 죄 중 하나이다.

또한 '외환'이란 형법상 적국에 이익을 제공하여 국가의 안전 위협하는 죄로 반역죄를 뜻한다. 나머지 '재직 중'이란 뜻은 말 그대로 대통령 임기 중이라는 뜻이며 '형사상의 소추'란 기소를 말한다. 정리하자면 헌법 제84조의 의미는 '대통령직에 있는 5년간 반역죄가 아닌 이상 기소 못한다'는 것이다.

기소는 못하지만 수사는 할 수 있다!?

다만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수사란 기소를 제기하기 위한 준비로서 범죄 사실을 조사하고 범인과 증거를 발견·수집하는 수시기관의 활동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강제수사인 체포구속, 압수수색, 검증이 있고 임의수사는 방법의 제약이 없다.

이를 두고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 범한 범죄에 대해 기소를 못할 뿐 수사는 할 수 있다는 입장과 수사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두 가지로 구분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수가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률신문>이 지난 3일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관련 헌법·형법학자 9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2%가 "현직 대통령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1> 역시 지난 2일, 헌법학회 소속 헌법학자 20명에게 헌법 84조에 따른 대통령의 수사가능 여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20명 가운데 무려 19명이 "대통령 역시 수사대상이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여러 전문가들이 현직 대통령을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제84조 대통령의 형사불소추 특권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현재 헌법 제66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현재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 역할을 수행하고 명예를 지킬 필요가 있어서 반역죄가 아닌 이상 형사 재판 받지 않는 특권을 주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대통령에게 특권을 주는 대신 그 범위를 최대한 좁게 해석한다는 전제를 깔고 이 규정이 생겼다는 점을 이론적 근거로 하여 대통령 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참고로 민사재판을 당하거나 행정 소송을 당하는 것은 대통령직에 있어도 가능하다.

헌법재판소 '현직 대통령 기소만 안되고 나머지는 다 된다!?'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의미를 정의한 적이 있다. 바로 1995년 전두환 등이 일으킨 12.12사태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처분하자 이를 두고 정승화 등 군 지휘관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이다.

헌재는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7년 5개월 24일 동안 검사의 헌법 제84조 불소추 특권규정 때문에 검찰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고 결정했다. 즉 불기소는 합헌을 받았으나 그 결정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의미를 정의해 대통령의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당시 판결을 요약하면 "헌법 제84조의 근본취지를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본 판결을 보면 대통령에게 부여되는 형사상 특권은 문언 그대로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 것에 그칠 뿐 대통령에게 일반국민과는 다른 그 이상의 형사상 특권은 찾아볼 수 없다. 즉 현직 대통령은 기소만 안 되고 나머지는 다 된다는 뜻으로 수사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당시 헌법재판소 판결문에는 외국의 입법례 역시 나와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등의 헌법과 같이 특정한 범죄(예컨대 대역죄 등)를 제외하고는 직무집행 중에 행한 행위에 대하여 일체의 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범죄에 대하여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또한 그리스·싱가폴·필리핀(1987.2.11.개정 전) 등은 재직중의 직무행위에 대한 형사상의 면책과 그 이외의 행위에 대한 재직중의 소추의 금지만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싱가폴 헌법은 불소추기간에 관하여는 공소시효의 정지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가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특정한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재직 중의 소추만을 금지할 뿐, 형사상의 면책이나 재직 후의 소추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경우는 대만·필리핀·케냐·싱가폴(1991년 개정 전) 등 (케냐 헌법은 재직기간 동안의 공소시효의 정지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현재 불가능하다라도 수사의 필요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적 공분과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이라는 명분적 이유를 넘어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제3자뇌물죄, 뇌물죄, 포괄적뇌물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공무집행방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 기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 등 여러 위법사항을 지금 수사 해두지 않으면 대통령 재직기간 만료 될 때까지 증거가 인멸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증거가 증인의 증언, 이메일 컴퓨터 사용내역, 계좌내역, 핸드폰 통화 기록 등 이라는 점에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매우 크다. 또한 '대통령–최순실-안종범-기업' 사이 증거에서 대통령 쪽 증거가 사라지면 최순실이나 안종범의 혐의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박 대통령 본인 역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어 엄중한 수사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현행 법 체계상 즉각적인 수사를 통해 '대통령 임기'가 만료된 이후 기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대통령 임기'란 내년 2월로 정해진 단임 5년 뿐만 아니라 대통령 궐위, 즉 하야나 탄핵 역시 포함되어 있다.

* 참고자료 "헌법재판소 판결문"

헌재 1995. 1. 20. 94헌마246, 판례집 7-1, 15 [기각,각하]

피의자 전두환은 1980.9.1. 대통령에 취임하여 1988.2.24. 임기가 만료되었는데, 위 피의자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시행된 헌법인 1972.12.27. 개정 헌법 제62조와 1980.10.27. 개정 헌법 제60조는 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1988.2.25.부터 시행된 현행 1987.10.29. 개정 헌법 제84조에도 똑같이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제84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하게 되어 있으므로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소추할 수 없는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그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의 여부가 문제로 된다. 즉 위 헌법규정은 단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소추되지 아니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된다고는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는바, 위 헌법규정 이외에 헌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다른 법률에 대통령의 재직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의 재직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 것으로 봄으로써 대통령의 재직기간보다 공소시효의 기간이 짧은 대통령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형사상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결과가 되는 해석이 가능한지가 문제로 되는 것이다.

(나) 이 문제는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헌법상 "불소추특권"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위 헌법규정 자체의 근본취지와 함께 공소시효와 공소시효의 정지 등 제도의 존재이유를 규명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국가의 원수에 대하여 형사상 특권을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미국과 같이 헌법에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국가를 제외하고는, 각국의 헌법이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의 범위 등 내용에 관하여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첫째, 프랑스·이태리 등의 헌법과 같이 특정한 범죄(예컨대 대역죄 등)를 제외하고는 직무집행 중에 행한 행위에 대하여 일체의 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범죄에 대하여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경우,

둘째, 우리나라·자유중국·필리핀·케냐·1991년 개정 전의 싱가폴 등의 헌법과 같이 특정한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재직 중의 소추만을 금지할 뿐, 형사상의 면책이나 재직 후의 소추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경우(케냐 헌법은 재직기간 동안의 공소시효의 정지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셋째, 그리스·싱가폴·1987.2.11.개정 전의 필리핀 등의 헌법과 같이 재직중의 직무행위에 대한 형사상의 면책과 그 이외의 행위에 대한 재직중의 소추의 금지만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싱가폴 헌법은 불소추기간에 관하여는 공소시효의 정지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나라가 헌법에서 국가의 원수에 대한 형사상 특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직무집행과 관련된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의 면제나 재직중의 형사상 소추의 유예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바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질서로 삼고 있는 국가에서 국가의 원수에 대한 형사상 특권을 어느 범위 내에서 부여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과거 절대주의적 전제왕정제하의 국가에서 국가나 법과 국왕의 존재를 혼동하거나 동일시하여 국왕이 곧 법이라는 사상적 배경으로부터 국왕에게 부여되었던 면책특권과는 그 존재이유나 이념적 기초를 달리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국민주권주의(제1조 제2항)와 법 앞의 평등(제11조 제1항), 특수계급제도의 부인(제11조 제2항), 영전에 따른 특권의 부인(제11조 제3항) 등의 기본적 이념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이,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헌법은 법치주의를 기본적인 이념의 하나로 삼고 있고, 특히 제69조에서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1972.12.27. 개정 헌법 제46조와 1980.10.27. 개정 헌법 제44조에도 같은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성실히 헌법상의 법치주의의 이념에 따라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우리 헌정사의 경험에 비추어 대통령이 그 직책을 수행함에 있어서 헌법을 준수하여 법치주의의 이념을 실현하도록 하기 위하여도 헌법 제84조를 위와 같이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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