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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평화 위협하는 불안한 ‘사방치기’
동아시아 평화 위협하는 불안한 ‘사방치기’
  • 권정 | 대학원생
  • 승인 2010.02.04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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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위구르 사태, 중국 대륙에 도미노 되나?’를 읽고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지난 2009년 8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1호 기사 중 ‘위구르 사태, 중국 대륙에 도미노 되나?’라는 글을 읽었다. 이 기사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심화되는 사회 불평등과 소수민족 정책의 실패로 인한 위구르족과 한족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단순한 현상 진단 차원을 벗어나, 독자가 <르 디플로>에 기대하는 것처럼 소외받는 사람들, 즉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힘든 삶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사 제목 ‘위구르 사태, 중국 대륙에 도미노 되나?’라는 자체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고 있지 않아 아쉬웠다.
 미국을 대체할 ‘슈퍼파워’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어두운 그늘, 소수민족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노력은 훌륭하지만, 필자는 지금 신장위구르자치구(이하 신장)를 좀더 국제적·지역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시도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지금 신장을 둘러싼 사방(四方)의 지역학적 메커니즘이 위구르인의 야망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장 짓누르는 ‘사방’의 타자
 ‘사방치기’라는 전통놀이를 해본 적이 있는가? 공간을 임의로 갈라놓고, 납작한 돌을 던져 땅을 따먹는 놀이이다. 한 사람이 모든 공간을 차지했을 때 놀이는 끝나게 된다.
 신장 공간은 예부터 위구르족과 한족의 각축장이 되어왔지만, 현재는 타자들에 의한 ‘사방치기’ 놀이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신장 지역을 둘러보면 서쪽으로는 멀리 터키에서 시작돼 중앙아시아 이슬람 국가에 이르는 쌍범주의(1)가 있고, 남쪽으로는 중국의 또 하나의 분쟁 지역인 서장티베트자치구, 동쪽으로는 중국과 그 뒤로 한반도, 북쪽으로는 러시아가 있다. 이러한 사방의 이해관계는 과거 위구르 제국의 영광을 가슴속에 간직한 위구르인의 독립 소망과 맞물려 돌아간다. 즉 지금 신장은 ‘위구르’란 단어가 투르크어로 ‘연합’, ‘결합’, ‘동맹’을 뜻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혼돈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1949년 신장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의해 중국에 편입된 이후 위구르족은 지속적인 독립운동, 즉 분리운동을 진행해왔다. 근래에 들어 이들은 좀더 정치화되었으며, 1999년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지원 아래 ‘동투르키스탄민족대표회의’를 열었다. 또한 종교·문화가 비슷한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지원을 받으면서 신장의 문제를 국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의 분리주의 운동은 지나치게 국제·지역 사회에 의존해 있다.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 러시아는 직간접적으로 신장과 서장자치구의 독립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2007년 위구르족의 대모로 추앙받는 레비야 카디르가 2006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신장의 가장 큰 변화는 이곳이 점점 테러리즘에 물들고 있다는 것이다. ‘동투르키스탄’이라고도 불리는 신장 지역은 4개 테러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조직들은 국제 테러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2)
 
 ‘테러리즘’에 중독되는 위구르인들
 199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장의 분리운동이 학생 데모와 작은 소요 형태로 진행된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대대적인 테러 활동 감행, 지난 2009년에는 우루무치의 대규모 유혈 시위로 사상자가 2천여 명이나 발생하는 테러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위구르족은 현재 중앙아시아와 터키에 각각 11개, 20개의 테러조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테러조직은 알카에다와 연계하고 있으며, 국내외를 넘나들며 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러시아 등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3)를 구축하며 신장의 테러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테러 활동의 배후 세력이 누구든지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의 이같은 대응은 신장이 지닌 경제적 잠재성은 차치하더라도, 신장 분리가 중국과 동아시아에 가져오는 거대한 파급효과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중국의 방위는 중앙정부-신장, 한족-위구르족의 무한 대결을 낳는다.
 
 국제·지역학적 파급 살펴야
 신장 위구르인의 대다수가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자존성 회복과 상대적 박탈감을 위로받기를 원할 뿐이다. 하지만 신장은 지금 사방의 타자에 둘러싸여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 이곳은 범이슬람 국가와 미국을 앞세운 서방국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 려는 러시아와 지키려는 중국, 이 국가들에 의해 고도로 정치화되고 있다. 위구르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헤어나오지 못할 소용돌이에 말려들고 있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광기의 수난과 죽음을 다뤘다. 그리고 광기는 인간의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했다. 테러리즘, 특히 자살폭탄 테러는 광기의 최고봉이다. 또한 확실히 테러리즘의 광기는 정치적 배경에 의해 폭주하게 된다.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테러 위협에서 안정적 지역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최근 신장·서장의 테러리즘을 바라보며 우려되는 바도 적지 않다. 테러리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그리고 이제는 중국 서부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이 시점에서 중국 정부는 국내 문제 차원을 떠나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위구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르 디플로>는 신장 문제가 갖는 국제·지역학적 파급효과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동아시아의 테러리즘, 그 누가 쉽게 상상할 수 있을까?

<각주>
(1) 오홍엽, <중국 신장: 위구르족과 한족의 갈등>, 친디루스연구소, 서울, 2009, 176~177쪽. 저자는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신장 지역에서 범이슬람주의와 범투르크주의, 두 개의 ‘이즘’이 쌍범주의란 하나의 ‘이즘’으로 합쳐진다고 보았다.
(2) 여기서 말한 4개 ‘동투르키스탄’ 테러조직이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MI), 동투르키스탄 해방조직(ETLO), 세계위구르청년연맹(WUYC), 동투르키스탄정보센터(ETIC)를 말한다.
(3)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이 모여 만든 다자 안보 협력기구로 상호 신뢰와 우호 증진, 협력관계 구축, 역내 평화·안보·안정을 위한 공조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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