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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부당처우 논란, 기로에 선 유료 웹툰 플랫폼
웹툰 작가 부당처우 논란, 기로에 선 유료 웹툰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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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3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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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든 조물주도 일주일 중 하루는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쉬는 날 없이 세계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작가’다. 비정규직 프리랜서. 공휴일도, 퇴직금도, 주휴수당도, 4대 보험도 없이 ‘열정’으로 버티는 직업. ‘꿈’만 먹어 ‘배고픈’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직업. 그중에서도 웹툰 작가는 콘텐츠 업계 속 나날이 커지는 웹툰 시장에서 바쁘게 저마다의 세상을 창조하고 있다. 독자에게는 엄지손가락으로 쓱쓱 올려 수십 초면 끝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매일 밤낮없이.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해외시장과 2차 부가가치(캐릭터 상품, 광고매출 등)를 제외한 1차 매출만 3천570억 원. 2차 부가가치와 해외 수출까지 고려한 총 규모가 오는 2018년 약 8천8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웹툰 시장과 다양한 유료 웹툰 플랫폼의 등장은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소식처럼 들렸다. 데뷔의 기회가 늘었을뿐더러, 유료 기반 서비스는 포털사이트보다 수입보장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진코믹스(아래 레진)는 ‘작가와 일정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작가 수익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된 바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 2015) 그동안 포털사이트의 무료 만화에 익숙했던 독자들도 기존보다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기꺼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웹툰에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료 웹툰 플랫폼은 건강한 웹툰 시장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던 모양이다. 지난 5월 10일부터 트위터 계정 ‘외주 표준단가 정착을 위한 설문조사(@creative_2017)’을 비롯해 수많은 웹툰 작가들이 유료 웹툰 플랫폼의 부당처우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웹툰 작가를 비롯한 대부분 외주작가에게 ‘단가’는 베일에 싸여있었다. 인기 웹툰 작가는 월 8백만 원 이상을 번다는 소문만이 오가는 대중들과 다름없이 많은 신인 작가들에게도 단가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자신이 맺는 계약이 적절한지 부당한지 판단할 기준조차 없었다. ‘외주 표준단가 정착을 위한 설문조사’ 계정(아래 설문계정)은 본래 현업 종사 작가들의 단가를 공유함으로써 시장가격을 조율하고, 단가를 모른 채 ‘열정페이’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없애자는 취지로 지난 3월 15일 만들어졌다.


설문의 마감일인 5월 10일, 트위터상 레진 소속 일부 작가 사이에서 레진의 작가 복지 기준 측면의 모호함이 수면위로 올랐다. 많은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고, 리트윗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설문계정’은 레진을 비롯한 유료 플랫폼 소속 웹툰작가들의 제보를 받아 현 유료 웹툰 플랫폼들의 문제점과 작가들이 원하는 개선 방향을 아카이빙 하기 시작했다. 크게 △불리한 계약조건 △작가착취 구조 속 지각비 △편집부의 업무상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 내 코인이 바로 작가에게 돌아가지 않아?

유료 웹툰 플랫폼에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 사람들이면 알 것이다. 일주일을 기다려 최신화를 결제할 때의 뿌듯함을. 비록 몇백 원 일지라도 영화 한 편, 음악 한 곡 듣는 것보다 온전히 작가에게 수익이 돌아갈 것 같은 착각을. 당연히 수익은 플랫폼과 작가가 나누어 가진다. 문제는 그 수익 배분 구조가 생소하고 교묘하다는 것이다.

레진은 작품의 유료 매출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연재 작가에게 월 최소 금액을 지급하는 ‘미니멈 개런티(아래 MG)' 제도를 도입했다. 유료 구매를 하는 독자가 없어도 작가의 기본 생활안정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였다. 지난 2015년 레진은 자사의 미니멈 개런티를 2백만 원으로 올려 현재 동결 유지 중이다.


그러나 위 제도는 유료구매 수익(아래 코인 수익) 배분 비율을 낮췄다는 점에서 작가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인 수익이 MG 2백만 원을 넘긴 작가에게는 별도 원고료 없이 코인 수익만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MG는 기존 지급되던 기본 원고료와 ‘성과급’ 개념이었던 코인 수익을 대체한 제도다. 결코 최소 월급 2백만 원에 코인 수익이 추가로 지급되는 구조가 아니다. 플랫폼과 코인수익을 5:5 배분으로 계약했다면, 총 코인 매출을 4백만 1원을 넘겨야만 작가에게 2백만 1원의 수입이 돌아온다. 막대한 코인 매출을 내는 인기작가가 아닌 이상 최소 2백만 원만 받거나, 조금 넘긴 금액에서 떼여 받거나. 결국 코인수익을 내지 못하는 작가들의 ‘최저’ 수입을 보장한다는 MG 제도가 작가가 벌 수 있는 최고 금액을 한정 지은 셈이다.


MG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2백만 원보다는 적었지만 모든 작가에게 기본 원고료가 지급되고, 작가에게 돌아가는 코인 수익배분 비율이 더 높았다. 플랫폼에 자신의 노동결과물을 제공한 ‘원고료’라는 대가가 시혜성 복지의 일종으로 둔갑하고, 원고료와 별개로 인기로 발생한 수익이 노동의 대가로 치환된 상황. 이에 작가들은 불합리함을 느끼고 있다. ‘설문조사’ 계정 주는 “원고료는 (코인 수익과 상관없이) 만화를 제작해 사이트에 게시한 것만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MG 제도는 현재 레진 외 다른 유료 플랫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레진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200% 이상 코인 수익을 내야만 수익배분이 이뤄지거나, MG 회수금이 고료의 10회분을 넘어야 코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도 있다. 게다가 ‘토탈 MG’ 개념으로 연재 종료 후에도 MG를 못 채우면, 도달할 때까지 유료구매 수익을 받지 못하는 계약이 업계 추세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에도 트위터 계정 ‘웹툰작가 대나무숲(@wtw_bb)’에서도 MG 제도의 문제점이 공론화된 바 있지만, 여전히 웹툰 작가와 플랫폼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계약과정에서의 작가의 불리함도 지적됐다. 작가에게 투명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작가가 불공정 계약을 겪는다는 것이다. 작가가 불리한 조건인 것 같아 문제를 제기하면 “너 아니어도 수많은 ‘웹망생(웹툰 작가 지망생)’이 있다”, “연재 시켜주는 걸 고마워하라”라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작가들은 증언한다. 플랫폼에 작품을 빌려주는 입장인 작가가 정보력의 차이로 ‘을’로 몰아지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소모재가 되었다.


계약 후에도 작가와 플랫폼의 정보격차는 존재했다. 자신의 작품이 인기를 얻어 순위권 안에 든 순간부터 작품의 유료수익 공개가 완결 후로 미뤄졌다고 자신의 SNS에 밝힌 작가도 있었다. 해당 작가는 이미 계약 당시 ‘연재 중 유료수익 공개’에 대한 구두계약을 마친 상황이었다. 연재 종료 후에도 본인이 먼저 요청해서야 정보를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플랫폼이 모든 정보를 쥐고 있는 현실에서 작가는 자신의 마땅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 ‘지각비’ 논란, 지각․휴재는 오로지 작가의 ‘책임감’ 문제?

다음 화를 안 볼 수가 없이 기가 막히게 끊긴 작품을 꼬박 일주일 기다린 날, 자정이 넘어가도록 작품이 올라오지 않을 때의 조급함과 애타게 기다렸거늘 ‘휴재’ 공지가 올라왔을 때의 허탈함이란. 이런 경우 지각이나 휴재를 한 작가를 무책임하다 비난하는 독자도 더러 있다. 그러나 작가들의 ‘사유’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도덕성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건강이 악화되거나, 분량을 조절하지 못했거나. 이는 결코 ‘작가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작가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작업 시스템이 당연해진 우리나라 웹툰 업계의 폐단이다.

우리나라에서 웹툰은 ‘편집자의 손을 덜 탄 자유로운 스타일’에 비해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매주 뽑아내야 한다. 주 1~2회 연재를 하면서 평균 7~80컷 정도 분량에 풀 컬러 채색까지 요구한다. 글․그림 작가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다수는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글․그림의 콘티를 짜는 것부터 스케치 및 선 따기, 채색, 심한 경우 식자까지 작가 한 명이 관장해야 한다. 당연히 일주일 내 전부 이뤄지기에 빠듯한 업무량이다. 매주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어시(어시스턴트)’를 두는 작가도 있지만, 어시고용은 섭외부터 계약까지 연재 플랫폼과의 일절 관계없이 작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단연 자신의 수입도 불안정한 대부분작가에게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연재분 작업도 모자라, 시간을 쪼개어 ‘세이브 원고’ 쌓기에도 매진한다.


심지어 과거 출판만화 시절과 달리 작품 제목의 로고 디자인마저 작가가 제작해야 하는 영역으로 넘어온 상태다. 만화가 오경아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출판만화 시절에는 단행본 출판사에서도 미술담당 직원이 있거나, 없어도 식자와 제목 도안 등은 외주대행사에 맡기는 게 기본이었다”라며 “정 안되면 사장님이 나서서라도 직접 담당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업계가 자랑하는 고퀄리티 ‘K-웹툰’은 작가 한 명의 모든 역량을 매주 극한으로 쏟아부은 결과다.

‘지각하지 않는 작가는 드물다’라는 웹툰업계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마감을 맞추기 위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해야 하는 구조 속 작가들에게는 야속한 농담이다. 마감의 올가미가 괴롭지 않은 작가가 어디 있겠느냐만, 유료 플랫폼 작가들에게는 그들을 압박하는 구체적인 실체가 있다. 바로 ‘지각비’다. 지각비는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보통 급여에서 3~9%가 삭감되는 형태다. ‘설문계정’에 게시된 익명 제보에 따르면 레진의 경우 연재 요일 자정 기준 33시간 전에 송고하지 않으면 지각처리 된다. 매출과 직결되는 독자의 신뢰를 져버릴 수 없으므로 대다수 작가는 펑크보다는 지각비를 내서라도 제출을 택하고 있다고. 플랫폼 입장에서 지각비는 필요한 보호 장치다. 그러나 지각을 ‘책임감’과 ‘역량’ 부족이라는 작가 개인 차원의 문제로 몰아 징벌하기에 현 구조는 너무나도 작가 착취적이다.


▶웹툰 PD=단순 업로더?

만화가를 독촉하는 편집부 PD는 익숙한 이미지다. 마크맨처럼 소수 작가를 전담해 작가를 관리하고 교열 등의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이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설문계정’을 통해 작가들은 유료 플랫폼 웹툰 PD가 작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웹툰 PD들이 ‘업로더’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등장할 정도다. 담당 PD에게 무언가 오류가 있는 것 같아 물어봤을 때 (실수로) 누락됐다는 답변이 돌아오거나, 심지어 담당 작품의 전개를 알지 못한다는 고백을 들었다는 작가도 있었다. 웹툰 PD가 신인발굴에 게으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반응이 좋았던 아마추어 작품을 스카우트만 하고 관리를 거쳐 성장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출판만화 시절의 담당 PD가 캐릭터 설정과 초반 연출에 개입했던 것과 비교하며 “지금 웹툰은 작가를 키우는 시스템이 아니라, 있는 ‘존잘*’들의 원석 그대로의 ‘존잘력’을 갈아서 유지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냐”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런 한편 웹툰 PD 역시 현 시스템의 희생자라는 의견도 있다. <문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웹툰 플랫폼 ‘투믹스’의 편집부는 “보통 현재 업계는 PD 1명당 4~50개를 담당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는 일일이 작가와 작품에 적극 개입하기에 과도한 숫자로 보인다. 그러나 플랫폼 측은 웹툰이 출판만화와 성격이 달라 편집부의 권한이 약해진 것은 필연적이며, 덩달아 PD의 업무성격도 변화했다는 입장이다. 그런 한편 작가들은 편집부의 권한을 축소해 작가에게 과도한 업무와 책임을 가중하는 현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이 과연 ‘효율적’인지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타깝게도 위 논란에 ‘월 200이면 많이 버는 것 아닌가’라며 논지와 다른 불만을 표출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작가는 원래 배고픈 직업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꿈의 직업’ 등 예술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다.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평균 임금은 149만 4천 원. 물론 갑갑한 현실임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예술창작 노동의 성격을 낭만적으로 포장하고 ‘덜 받아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힘들면 인기를 얻는 작품을 그리던가’라며 그들의 고충을 축소할 수 있는 것일까. 현재 웹툰 작가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그들의 노동에 대한 합당한 권리다.

지난 19일, 레진은 논란이 된 작가 복지 기준과 유료작품 세이브 고료지급 기준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소속작가 전체에 공지했다. 공론화를 진행했던 한 작가는 별도로 담당 PD를 통해 그동안 미흡했던 점에 사과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논란 속 작가들의 고백은 한 플랫폼의 사과로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웹툰 산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작가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유료 웹툰 플랫폼은 기로에 서 있다.


*존잘 : 특정 방면에 뛰어난 자를 뜻하는 SNS 은어.

 

이주인 / 바람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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