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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영화제 리뷰] 길 위에 함께하는 두 여자의 여정, 리들리 스콧의 <델마와 루이스>
[이봄영화제 리뷰] 길 위에 함께하는 두 여자의 여정, 리들리 스콧의 <델마와 루이스>
  • 손시내 | 영화평론가
  • 승인 2018.09.12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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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향하게 될지 알 수 없는 길 위에 두 여자가 있다. 따분한 일상과 집으로부터 떠나와서, 또한 우연히 발생한 폭력과 범죄로부터 도망쳐서 이들은 지금 길을 달린다. 길은 언제나 인생의 은유로 여겨져 왔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동시에 과거와 미래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지시하며 길은 위태롭고 불확실한 현재가 된다. 리들리 스콧의 1991년 작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역시 그러한 길의 영화다. 


식당에서 일하는 루이스와 가정주부인 델마는 어느 날 짧은 휴가를 떠난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를 즐기기 위해 바에 들렀던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델마를 강간하려던 남자를 총으로 쏘고 도망치게 된 것이다. 그들은 도주하며 돈을 구하고 멕시코로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마음처럼 그 여정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델마를 놓아주지 않던 남편 데릴이나, 바에서 만난 할렌과 같이 그들의 길 위에서 남자들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 델마와 루이스의 여정은 점차 예상치 못한 길로 향한다.

그러나 흥미로운 건, 범죄를 추적하는 형사로부터 도망치는 이들의 도주가 어둡고 비장하기만 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것은 도주이지만 동시에 탈주이자 질주이며, 이들이 길을 달리며 마주치고 흩뿌리는 것에는 폭력뿐만 아니라 활력도 있다. 매 순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총을 들고 상점의 돈을 훔치는 델마는 어쩌면 난 타고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제 돌아갈 곳도 없고 미래는 비관적이지만, 지금처럼 깨어있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며 둘은 뒤로 돌아가거나 멈추기보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한다. 그들은 연민이나 도움조차도 거부하고 벗어나는 몸짓으로 자신들만의 길을 선택하고 달린다.

경찰과 범죄자가 등장하는 범죄영화나 총과 차만으로 속도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액션영화, 때로 서부의 광활한 풍광을 배경으로 길 위에 서는 서부극과 같은, 주로 남성들이 활약하는 장르 영화의 규범들 속으로 두 여자가 슬며시 들어가기만 하는 것으로도 <델마와 루이스>는 충분한 영화적 흥미를 만들어낸다. 폼을 잡기보다 시종일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와, 담대하고도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델마와 루이스의 얼굴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 이봄영화제
상영 : 2018년 9월 18일 (화) 오후 7시 영화 상영 및 해설
장소 : 이봄씨어터 (신사역 가로수길)
문의 : 070-8233-4321

글 : 손시내
2016년 영평상 신인평론상 수상.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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