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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러블리 마드리드> ― 미투 시대 욕망과 불안의 영화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러블리 마드리드> ― 미투 시대 욕망과 불안의 영화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9.02.0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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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투 시대 위험한 영화

<러블리 마드리드>(Madrid 1987, 2011)는 미투 시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나이든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젊고 아름다운 여대생에게 인터뷰를 미끼로 섹스를 강요한다. 미투 시대에서 흥미로울 수 있는 이 영화는 유료관객 39명이라는 초라한 흥행성적으로 인해 논쟁을 비껴간 영화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데이빗 트루에바(David Trueba) 감독은 <살라미나의 병사들>(Soldados De Salamina, Soldiers Of Salamina, 2003), <눈을 감으면 삶은 더 편하지>(Vivir Es Facil Con Los Ojos Cerrados, Living is easy with eyes closed, 2013)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실력파 감독이다. 특히 <눈을 감으면 삶은 더 편하지>로 제28회 고야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데이빗 트루에바 감독은 <러블리 마드리드>에서 칼럼니스트와 여대생을 좁은 공간에 배치시킴으로써 노년 세대의 젊은 세대의 욕망과 불안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2. 지식인의 욕망과 위선

<러블리 마드리드>는 미구엘(조시 사크리스탄)과 안젤라(마리아 발베르드)가 집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욕실에 갇히고, 다양한 주제를 놓고 현학적 토론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미구엘의 독설과 성적 요구로 인해 당황한 안젤라가 그의 요구에 이끌려 키스와 애무를 당한다. 미구엘은 감정적인 글, 강요되는 단어에 대해 혐오감을 표현하며, 의사가 금지하는 콜라와 담배를 즐긴다. 그는 낙제한 과목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과의 인터뷰를 요청하는 안젤라에게 내 그림자와도 친할 시간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하지만,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 좋다는 충고를 한다. 그녀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 미구엘은 손등에 키스를 하며 “너 기사보다는 너에게 흥미 있다”며, 두 시간만 같이 있어준다면 인터뷰를 허락하겠다고 제안한다.

친구의 아파트에서 미구엘은 안젤라에게 인터뷰에 대한 조건으로 (눈으로) 보기만 한다며 예술적 음미를 위해 옷을 벗으라고 요구한다. 그는 머뭇거리는 안젤라에게 자신에 대한 작가로서의 존경보다는 실체적인 너의 육체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미구엘은 티셔츠 외에 모두 벗고 나온 안젤라를 보고는 자신의 고릴라가 깨어났다며, 애초에 했던 약속과는 달리 가슴을 애무하고 상반신을 벗긴다. 욕실에서 옷을 모두 벗고 샤워를 하는 미구엘이 섹스를 요구하지만, 안젤라는 계속해서 거부한다.

자신의 인터뷰를 미끼삼아 현학적인 말솜씨로 젊은 여성에게 섹스를 강요하는 미구엘은 사회 내에 만연한 지식인의 위선과 성적 차별을 드러낸다. 이러한 미구엘의 노련하고 노골적인 강요에 어찌할 바 모르는 안젤라를 성적 대상이자 희생자로 그려낸다. 이때 카메라는 미장센을 통해 두 사람의 역학관계를 드러낸다. 밀어붙이는 미구엘과 뒤에 세워놓은 그림 사이에 갇힌 안젤라를 보여줌으로써 성적 강요와 위기 상황을 강조한다. 그리고 안젤라에 대한 바스트숏과 클로즈업으로 혼란스러운 그녀의 심리 묘사를 보여줘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끈다.

 

 

3. 일상의 불안과 배출구로서의 욕망

<러블리 마드리드>의 중반부에서는 미구엘과 안젤라가 욕실에 갇히게 되고, 안젤라가 미구엘에게 동정심을 느껴 섹스를 하게 된다. 미구엘은 자신을 거부하는 안젤라에게 유명한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는 작가로서의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같이 잔 여자, 안 잔 여자 모두 앙심을 품으며, 섹스를 하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불안감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소설보다 섹스가 중요하다며, 그녀를 “알몸의 뮤즈”라고 찬미하면서 설득한다.

그는 안젤라의 육체를 끊임없이 애무하며 부추기지만, 안젤라는 그의 성적 요구를 거부한다. 미구엘은 그녀의 거부에 혼자라는 기분, 초라한 내 모습을 견디기 힘들다며 우울해 하며, 젊은 여자와 늙은 남자의 조합은 웃음거리, 최고의 희극이라며 자신을 조소한다. 안젤라는 명망가인 미구엘의 나약한 모습에 동정심을 느끼며,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를 애무하고 관계를 맺게 된다.

카메라는 숏 크기와 미장센을 통해 미구엘과 안젤라의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욕조 안에 앉아있는 장면에서 끊임없이 성적 요구를 하는 미구엘은 바스트숏으로 보여줌으로써 가해자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반면, 그로 인해 당황해하는 안젤라를 미디엄숏으로 보여주면서 희생자의 위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이든 미구엘은 바스트숏을 통해 상반신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형이상학적인 지식을 내세워 성적 강요를 하는 그의 정신적 차원을 강조한다. 반면에, 젊은 안젤라는 미디엄숏이나 풀숏을 통해 아래에 수건만 걸친 안젤라의 아름다운 육체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는 미구엘의 관음증적 시선으로 담아내며 육체적 차원을 강조한다. 하지만 나중에 성적 행위를 하는 장면에서는 미구엘의 무릎 위에 올라탄 안젤라를 비슷한 크기의 숏으로 담아내면서 두 사람이 수평적인 관계로 변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4. 노년의 비관주의와 청년의 낙관주의

<러블리 마드리드>의 후반부에서는 미구엘이 계속해서 세상과 예술에 대해서 비관적 시각을 말하고, 안젤라가 그의 가치관을 비판하면서 그의 반성을 이끌어낸다. 안젤라는 중령인 아버지로 인한 억압적인 분위기, 17살 많은 아름다운 언니로 인한 열등감 등을 털어놓는다. 나중에 그녀는 미구엘 앞에서 배고픔을 호소하고 좌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등 긴장감에서 벗어난다.

미구엘과 안젤라는 문학, 언론, 정치,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토론을 펼친다. 미구엘은 세상을 이반인처럼 쳐다보며, 세상은 가면무도회이며, 글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이에 안젤라는 미구엘에게 그의 소설이 일관성이 없는 점과 그의 냉소적인 태도에 대해서 비판한다. 마침내 미구엘은 자기 세대의 폭력과 죄책감에 대해서 말하면서, 안젤라 세대가 더 낫기를 바란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사에 있어서 두 사람은 반비례를 보여준다. 영화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장황하게 연설하던 미구엘의 말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줄어든다. 반면에, 주눅 들고 위축되어 있던 안젤라는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내세우면서 점점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카메라는 안젤라와 타일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을 동시에 바스트숏으로 담아냄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중에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안젤라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직면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그녀의 심리를 표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씩씩하게 거리를 걸어가는 안젤라의 모습을 로우앵글의 바스트숏으로 담아내면서 그녀 옆에서 계속해서 따라가는 트래킹숏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이때 “오지 않은 패배에 주눅 들지 마. 짐의 무게에 주저앉지 마.”라는 노래 가사가 흘러나온다. 이렇듯 그녀에게 점점 다가가는 클로즈업과 그녀를 올려다보는 로우 앵글은 그녀가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획득하는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5. 여성의 성적 주체성과 자존감

<러블리 마드리드>는 여대생 안젤라에 대한 칼럼니스트 미구엘의 성적 요구를 바탕으로, 문학, 언론, 정치, 욕망, 나이듦에 대한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장황한 토론과 서로의 견해 충돌 등을 색다른 느낌의 연출로 담아냈다. 자신의 성적 욕망을 미화시켜 포장하는 미구엘의 장황한 설득은 일관성을 상실하며 불안을 성적 욕망으로 배출하려는 그의 초라한 모습을 희화화시킨다. 반면에 안젤라는 성적 대상에서 성적 주체로 변화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자존감을 획득한다.

카페, 아파트, 거리라는 단 세 곳의 공간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며, 대부분의 장면이 좁은 욕실에서 진행되지만 카메라와 시선을 통해 인물의 변화를 드러낸다. 성공한 칼럼니스트인 미구엘과 열등감이 있는 여대생 안젤라의 관계의 변화를 통해 지식인의 욕망과 위선, 젊은이의 좌절과 고민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특히 미구엘과 안젤라의 위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숏 크기의 차이 변화를 통해 보여주며 노년 세대와 청년 세대를 대비적으로 그려낸다.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 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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