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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참여자 이탈에 토스뱅크 '적신호'
잇단 참여자 이탈에 토스뱅크 '적신호'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3.22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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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이어 현대해상·한국신용데이터·직방·카페24도 불참
'대타' 구하기도 시일 촉박 ...제3 인터넷은행 흥행 '먹구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뉴스1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뉴스1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을 꿈꾸던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주요 주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신한금융지주가 돌연 컨소시엄에서 빠진 것을 기점으로, 주요사들이 연이어 불참을 선언하고 나선 탓이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었던 인터넷은행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에 이어 현대해상, 한국신용데이터, 직방, 카페24 등이 잇따라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26~27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예비인가 신청까지 남은 기간이 불과 나흘밖에 되지 않아, 컨소시엄 진용을 새롭게 짜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새로운 주주를 구성해 예비인가를 차질없이 신청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 눈높이에 맞는 주주 구성을 남은 시일 내에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비 주주사들이 잇달아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데에는 '2대 주주' 지위가 유력했던 신한금융의 불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신한금융과 토스가 구상하는 인터넷은행의 모습이 판이하게 달랐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스타트업 기업인 토스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소매금융과 중소기업금융을 주로 다루는 독창적인 '챌린저 뱅크'를 고민해왔다. 모든 업무를 다루는 시중은행과 달리, 특정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특화된 영업을 펼치는 방향을 구상해온 것이다. 반면 신한금융은 금융 소비자 대부분을 아우르는 '개방형 뱅크'를 원했다. 다양한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금융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고 소비자도 확대하겠다는 목표였다. 

양사의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달랐던 만큼, 사업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하나로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토스 측이 신한금융에 컨소시엄을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먼저 제시했고, 신한금융이 이를 받아들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지만, 설립 방향과 사업 모델에 이견이 있었다"면서 "양사 논의 끝에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한금융의 이탈을 기점으로 다른 예비 주주사들까지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의 불참 선언 이후 현대해상 뿐만 아니라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방, 소상공인 매출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도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논의를 마쳤다. 제1금융권 사업 경험이 없는 주주사들로만 컨소시엄이 꾸려질 경우 사업 리스크가 높은 데다, 자본금의 큰 비중을 맡아줄 대형사가 빠진 데 따른 자본확충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신한금융을 대신할 대형 금융사를 영입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인다. 은행 경영 노하우를 지닌 동시에 막대한 자본력까지 보유한 금융지주사는 국내에서 손에 꼽는다. 이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앞서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주주사로 각각 참여했으며, 하나금융은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손을 잡은 상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라, 주요 금융사 없이도 예비인가에 도전장은 내밀 수 있다. 다만 대출 영업 등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수년 내 자본금 1조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당국이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주주 구성을 어떻게 판단할지도 미지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신한금융의 토스뱅크 컨소시엄 불참 결정에 대해 "다소 의외"라며 "혁신성과 안정성, 수익성 전망 등 여러 심사항목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주주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키움뱅크 컨소시엄과의 2파전으로 예상됐던 제3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도 다소 맥이 빠지게 됐다. 현재 키움뱅크 컨소시엄에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자회사 11번가가 참여해 계획대로 금융당국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다만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경우 인터넷은행의 핵심인 '혁신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살펴보면, 1000점 만점 중 가장 높은 350점이 혁신성 항목에 배정된다. 자본조달의 적정성은 100점,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은 100점을 차지한다. 지난 2015년 제1·2 인터넷은행 인가 때도 혁신성이 당락을 가른 주요 심사 기준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올해 인터넷은행을 2개 더 인가할 예정이었는데, 예상보다 흥행이 저조할 수 것 같다"면서 "특히 토스뱅크는 컨소시엄 구성이 미흡해 출범이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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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