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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에 반대하여
공정성에 반대하여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0.12.03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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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요즘 자유주의자들은 가난한 사람을 걱정한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노동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게서 영감을 얻어 대학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려 한다.(1) 등록금 인상이 사회대책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 목표는 무엇인가? 대학에 오는 고객 대부분이 부유계층이니, 모든 납세자가 대학교육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는 절약할 수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장학금을 받으면 된다. 프랑스에서는 3년 전 이미 자크 줄리아르 정치평론가가 “무상교육은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부자들에게 주는 일종의 보조금”(2)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 따라서 고액의 등록금을 낸다는 것은 평등을 지향하는 개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적자금에 적자가 늘어나면서 이런 식의 추론은 사회부담금의 보편적 특성을 문제 삼으면서 전체 사회부담금으로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가족수당부터 시작해보자. 우파 출신의 뤼크 페리 전 총리는 “일정 소득수준 이상이 되면 사람들은 가족수당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무감각하게 된다. 즉, 국가의 돈이 수당 지급과 동시에 순전히 낭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고, 사회당 출신의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다.(3)

다음으로는 의료보험이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자문위원이자 과거 사회당 소속 마르틴 오브리의 측근인 알랭 맹크는 자신의 아버지가 “2주 동안 최첨단 서비스를 받으면서 입원해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는 102살의 노인 한 명을 치료하는 데 10만 유로를 지출했다. 최고령층에 대한 의료비 지출을 회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고령층의 재산 또는 그들 수급권자의 재산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실, 그런 제안이 바로 (원래 이 법을 만든) 사회당의 프로그램에 들어 있어야 한다.”(4)

마지막으로는 퇴직연금이 문제가 된다. 자유주의 계열의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이 사회 시스템의 속성이랄 수 있는 보편합의 원칙을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연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혜택을 타깃으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5)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자유주의자들은 누진과세를 완화했고, 이제는 재분배의 ‘공정성’을 우려한다. 그들의 다음 단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이 이미 그 단계를 보여준 바 있다. 중산층과 상류층이 지배하는 정치 시스템 안에서 특권층이 그 혜택을 보지 않게 되면, 공공서비스와 사회보조는 식은 죽 먹기 식으로 삭감된다. 특권층은 그런 혜택이 종속과 의존, 부정행위를 키운다고 평가한다. 수급권자 수는 감소하고, 옹졸한 통제가 그들에게 부과된다. 소득수준에 따라 사회보조를 정하겠다는 것은 영원히 보조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2006)와 역서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각주>
(1) 캐머런 총리는 연간 대학 등록금을 3290파운드에서 9천 파운드로 인상하려고 한다. 블레어 총리는 2004년에 이미 대학 등록금을 1125파운드에서 3천 파운드로 인상한 바 있다.
(2) LCI, 2007년 7월.
(3) 2010년 11월 18일자 <르 피가로>와 2010년 11월 4일자 <유럽 1> 참조.
(4) ‘Parlons Net’, <프랑스앵포>, 2010년 5월 7일.
(5) <더 이코노미스트>, 영국, 2010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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