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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칼럼] 총수 이웅열의 침묵
[차기태의 경제칼럼] 총수 이웅열의 침묵
  • 차기태
  • 승인 2019.05.16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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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의혹은 지난달 처음 제기됐다. 골관절염치료제로 개발된 인보사의 원료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인보사는 20177월 국내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지금까지 3700여명의 환자에게 투약됐다. 그러나 주성분 가운데 세포 1개 성분이 연골유래연골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로 드러났다, 종양유발 가능성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사용을 기피하는 원료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식약처 허가 때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돼 지난달 유통과 판매가 중단됐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약이 투약된 환자들은 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임상실험도 중단됐다.

 

 

 

코오롱이 이런 문제를 알고도 2년동안 은폐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이 사건에 대해 2의 황우석 사건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제품을 생산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의 주가도 큰폭으로 떨어졌다. 코오롱의 주가 역시 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 소액주주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코오롱생명과학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인보사를 사용한 환자들은 물론 소액주주들까지 집단소송을 낼 태세다.

 

 

 

이 파문이 앞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퍼질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지금 알기 어렵다.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야 할 대목이다. 이제 막 발돋움하려는 한국의 바이오제약 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궁금한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웬일인지 아무 말도 없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분 14.40%와 코오롱티슈진의 지분 17.83%를 갖고 있는 2대주주이다. 두 회사의 제1대주주는 이 전 회장이 45.83%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코오롱이다. 그러니 이 전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사실상 최대주주이면서 둘도 없는 오너이다.

 

 

 

더욱이 그는 해마다 적지 않은 금액의 보수를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받았다. 그가 받은 보수는 2015년까지는 해마다 9억원에 머물러 있다가 2016년에는 1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2018년에는 11억원의 급여 외에 퇴직금까지 더해 모두 43억여원을 받아갔다. 이우석 대표이사 사장은 5억원을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11월 코오롱그룹의 회장직에서 퇴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대표이사 회장직까지 내놓고는 거액을 챙긴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사퇴하면서 금수저를 내놓겠다는 말까지 더해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물러난 후 벌어진 사건들은 그의 이런 말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지난 2월에는 수십만주의 차명주식을 숨겼던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코오롱그룹의 여러 계열사로부터 급여와 퇴직금으로 총 455억원을 받았다. 재벌총수 가운데 단연 1위를 차지하며 눈총을 받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인보사 파문까지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 회장은 인보사가 개발되고 허가받는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지난해 갑자기 코오롱그룹 회장직을 내놓은 것도 사실은 이 문제에서 미리 발을 빼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말하자면 또다른 형태의 손실회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하나의 의심이요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가 무관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런데도 이 전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무말도 없다. 제품의 개발과 시판을 책임진 회사의 오너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조차 없다. 대신 전문경영인들만 고생하고 있다.

 

 

 

코오롱의 소액주주들은 지금 억울하게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한숨을 쉬고 있다.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종양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잠못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쯤 이들 환자와 소액주주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질 것인지 밝혀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챙긴 퇴직금을 헐어서라도 그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꼭 검찰수사까지 기다려야 하나?

 

 

 

차기태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장(eramus414@ilemonde.com)

(이 칼럼은 515일자 뉴스토마토 신문에도 게재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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