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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인가 환경인가?
자유무역인가 환경인가?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19.06.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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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계열 정당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석 10%를 확보하면서, 생태주의 진영의 정치색에 관한 해묵은 논쟁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과연 녹색 진영은 예전처럼 정치적 동맹관계에 따라 좌파 진영에 서게 될까? 혹은 과거 생태운동을 진두지휘했던 여러 인물(다니엘 콩방디, 파스칼 캉팽, 파스칼 뒤랑)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규합했던 사례나, 독일에서 우파와 녹색당이 결집한 경우처럼 자유주의 노선을 택할까?

자유주의 진영과 녹색 진영이 규합한다면, 그야말로 충격적인 조합이 될 것이다. 2003년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표적 인물, 밀턴 프리드먼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환경문제는 과장됐다. (…)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며 공기를 오염시킨다. 따라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며 공장을 폐쇄한다는 것은 애당초 어불성설이다. 그럴 바에야 당장 목을 매는 편이 낫겠다.”(1) 

그로부터 10년 전, 아직 ‘징벌적 생태주의’라는 개념이 탄생하기도 전에, 또 다른 비판론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대다수 선진국에서 노동법과 환경보호 규제가 과도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를 익히 예견하고 있었다. “자유무역 시대에 개발도상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과도한 환경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수 없다.”(2)

이렇듯 오랜 기간 지탄의 대상이던 ‘보호주의’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지구 생태계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유럽의회 선거기간 프랑스 사회주의와 환경주의 지도자들은 마린 르 펜과 다를 바 없는 어조로 ‘보호주의 방벽으로 유럽연합을 수호하자’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3) 자유무역은 유럽연합의 역사적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자, 가장 막강한 회원국인 독일의 경제를 이끄는 동력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유럽연합이 정책 노선을 보호주의로 선회했을 때 직면하게 될 파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지역 생산, 단거리 수송, 역내 폐기물 재처리 방식이 바람직할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가치사슬을 통한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생산 및 무역 방식과는 양립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오늘날 “완제품이 매장 진열대에 도달하려면, 제품에 사용되는 부속품을 실은 컨테이너 운반선이 태평양을 무려 3~4회 횡단해야 한다.”(4)

조만간 마련될 자리가 환경파괴적인 자유무역을 거부할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한 남미 4개국 경제공동체(남미공동시장과 유럽연합 간 자유무역협정, EU Mercosur)와 캐나다(캐나다-EU 포괄적경제무역협정, CETA), 그리고 튀니지(튀니지-EU 간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 DCFTA)와의 자유무역협정이 유럽의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의 비준 거부에 기대를 걸어보자. 이는 곧 구대륙에 퍼진 ‘녹색 물결’의 진가를 판가름하는 계기가 되리라.  

 

 

글·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앙리 르파주(Henri Lepage)와의 인터뷰, <Politique Internationale>, 제100호, 파리, 2003년 여름.

(2) Gary Becker, ‘NAFTA: The pollution issue is just a smokescreen(북미자유무역협정: 오염문제는 연막작전에 불과)’, <Business Week>, 1993년 8월 9일. 『Le Grand Bond en arrière(거대한 퇴보)』(Agone, 마르세유)에서 인용.

(3) <France2>, 2011년 5월 22일.

(4) Ben Casselman, ‘Manufacturers adapt to trade war, but the cost could be steep(무역전쟁에 제조업자들이 적응하더라도 비용은 급상승할 수 있다)’, <The Newyork Times> 2019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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