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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토이스토리> 시리즈 ― 인간의 시선에서 장난감의 시선으로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토이스토리> 시리즈 ― 인간의 시선에서 장난감의 시선으로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9.07.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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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픽사와 <토이스토리> 시리즈

픽사(Pixar Animation Studio)는 <인크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 등의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다. 설립자는 에드 캣멀(Ed Catmull), 존 래시터(John Lasseter), 스티브 잡스(Steve Jobs)이다.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픽사의 상상력을 상징하는 존 래시터가 한 말로, 예술과 기술, 비즈니스를 통합해 새로운 경지의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1995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는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가 제작한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전세계 최초 FULL 3D 장편 애니메이션.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의 우정과 모험담을 그려낸 이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와 디테일한 묘사, 개성만점 장난감들이 펼치는 재미와 감동으로 1995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비롯해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 특별공헌상, 제21회 LA 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상, 애니 어워드 8관왕, 미국 영화 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미국영화 100편’에 선정되는 등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속편을 만든 것은 <토이스토리> 시리즈이다. 1995년 <토이스토리>는 장난감이 말하고 움직인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전세계 영화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후 2019년 <토이스토리4>에 이르기까지 25년에 걸쳐 4편의 시리즈가 나왔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전환시키면서 동물의 시선, 자연의 시선에 이어 인간이 만든 생산품인 장난감의 시선으로 인간사회를 들여다본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시대의 변화를 담아 트렌드의 문제, 상품의 문제, 취향의 문제, 노화의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2. <토이스토리>: 트렌드의 문제와 무한도전의 용기

<토이스토리>(1995)에서는 트렌드의 변화에 따른 위기, 평화와 폭력의 문제, 우정과 무한도전의 용기 등을 보여준다. 6살 어린이 앤디의 사랑을 놓고 이전까지 가장 사랑받던 카우보이 인형 우디가 새로운 우주전사 장난감 버즈와 경쟁을 하게 되면서 내부적인 갈등을 펼쳐진다. 하지만 버즈가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사실과 날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으며 괴로워하자, 우디가 장난감의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 버즈가 라이벌에서 친구로 전환한다. 이때 옆집 개에게 버즈가 납치당하고 폭력적인 아이에게 보내지게 되는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우디와 친구들은 구조대를 조직하여 버즈를 구하러 나선다. 장난감들은 장난감을 못살게 괴롭히는 악명 높은 무서운 옆집 아이 시드에서 탈출해 장난감을 친구로 여기며 함께 놀아주며 사랑해주는 주인 앤디에게 돌아가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트렌드의 변화, 주인 어린이의 사랑의 변화에 따른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며 타인에 대해서 포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가 서부시대 등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면, 우주영웅 장난감 버즈는 우주시대 등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트렌드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다. 주인 앤디와 사기인형 보의 사랑을 놓고 경쟁하던 우디와 버즈가 외부의 적대자와 대립하면서 내부 갈등을 해결하게 된다.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주인과의 유대감과 확신에 찬 신념, 구세대의 지혜와 신세대의 기술력의 조화 등을 통해 험난한 역경과 불투명한 미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들에게 버려지는 장난감들의 운명과 근심에 대해서 우정과 신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장난감으로서의 개인적 한계와 장난감들의 협력의 가능성을 대비시킨다. 버즈는 레이저 빔 등의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자신이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이 갖춘 장비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다가 나중에 장난감 친구들로 인해 그 허상을 깨닫게 된다. 버즈는 자신을 무한한 능력을 가진 우주영웅으로 생각했다가 장난감이라는 자신의 실체를 알게 되고는 장난감이라는 자신의 한계에 대해서 절망한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는 우주 전사 버즈 라이트이어의 액션 버튼을 눌렀을 때 재생되는 말. 영화 초반 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을 때, 그리고 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반복해서 외쳐진다. 하지만 장난감 우디와 버즈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무한 도전의 용기를 보여주면서, 장난감으로서의 능력의 한계에 직면하여 유대감과 연대감을 바탕으로 한 협력을 통해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한다.

그리고 구형 장난감 대 최신형 장난감을 대비시키면서, 계속되는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밀려나는 장난감의 문제,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장난감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며, 각자가 가진 특징들의 장점을 살려서 위기를 극복하고 친구를 구해내고자 한다. 구형 장난감와 최신형 장난감 버즈는 서부시대와 우주시대, 구세대와 신세대를 각각 상징하는 장난감이다. 우디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회의와 버즈에 대한 질투로 괴로워하지만, 나중에 자신이 가진 한계와 능력에 대한 인정으로 자존감을 되찾게 된다. 버즈는 자신이 진짜 우주전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삶을 포기하고자 하지만 우디의 도움으로 장난감으로서의 자신의 진짜 가치를 깨닫게 된다. 모든 장난감들의 최고의 공포는 새로운 장난감들에 의해 밀려나는 것인데, 우디는 버즈와의 우정, 다른 장난감들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사회 안에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낸다.

 

 

3. <토이스토리2>: 상품의 문제와 인간적인 유대감

<토이스토리2>(1999)는 차고 세일의 두려움, 수집품으로의 전시 판매, 주인으로부터의 배척 등의 문제에 대해서 장난감 내부의 유대감과 주인에 대한 믿음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앤디 엄마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팔기 위해 앤디의 장난감들을 현관 앞뜰에 전시한다. 우디는 밖으로 나가 전시된 친구 위지를 구해내지만, 자신이 불행하게도 장난감 수집광 알에게 발견되어 유괴를 당한다. 우디의 유괴를 목격한 버즈는 장난감 친구들을 모아서 우디 구출 작전을 펼치는데, 도로 횡단 작전, 승강기 탈출 작전 등의 모험을 겪는다. 버즈는 장난감 가게에서 자신의 은하계 숙적인 Z대왕을 마주치는데, 치열한 싸움 끝에 Z대왕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결국 버즈와 장난감 친구들은 수집품으로 팔려가기 직전에 우디를 구해내 무사히 앤디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디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서부시대 인형인 제시를 만나게 되는데,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제시의 상처를 공감하면서 자신의 장난감 사회로 데려간다.

장난감은 인간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생각한다. 자신의 주인인 여자아이가 성장해 가면서 아끼던 장난감이던 제시를 버리게 되면서, 제시는 장난감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제시는 인간관계의 유대감이 있는 가정용 장난감이 아니라 희귀한 아이템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용 장난감이 되고자 한다. 이에 우디는 주인에 따라 장난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서 장난감을 아끼고 사랑하는 앤디라는 이상화된 주인에 대한 믿음으로 제시를 자신의 인간미 넘치는 장난감 세계로 편입시킨다. 장난감의 정체성은 바로 주인의 놀이 대상으로서의 의미이며, 주인의 심경의 변화에 따라 아끼거나 버림받는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유대감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고자 한다.

그리고 인간이 갖고 노는 장난감 대 전시용품으로 소장하는 장난감이 대비되면서, 장난감을 친구로 보는 견해와 장난감을 상품으로 보는 견해가 충돌한다. 대형 장난감가게를 갖고 있는 알은 1950년대 방영된 TV프로그램 <우의 가축몰이>에 나왔던 장난감들을 수집하던 중 희귀한 카우보이 우디를 손에 넣자, 일본에서 장난감 박물관을 열려는 사업가에게 팔아넘길 계획을 세운다. 장난감들은 인간과 유대감이 없이 상품으로 전시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상품으로 태어났지만, 인간과의 유대감을 통해 상품이 아니라 인간의 친구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4. <토이스토리3>: 취향의 문제와 만남을 위한 이별

<토이스토리3>(2010)은 어린이 주인의 성장, 다른 사회의 장난감들과의 갈등, 난폭한 어린이들의 괴롭힘 등의 문제에 대해서 주인의 사랑에 대한 확신, 장난감들의 유대와 협력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주인 앤디가 대학생으로 성장하여 집을 떠나게 되어 더 이상 장난감과 놀아주지 않게 되고, 장난감들은 앤디 엄마의 실수로 어린이집에 기증된다. 1차적으로는 어린이집 장난감들과의 갈등, 2차적으로는 어린이집 아이들과의 대립, 3차적으로는 앤디 집으로의 험난한 여정 등을 겪게 된다. 우디를 중심으로 뭉쳐진 장난감들은 앤디 집으로 무사히 귀가하지만, 성인이 된 장난감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우디는 “잘 가, 파트너”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앤디는 보니에게 장난감들을 물려주면서, 장난감들은 새로운 주인 보니와 유대감을 맺게 된다.

장난감들은 성인이 된 앤디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오해하여 슬퍼하고, 어린이집 애들의 난폭한 장난과 어린이집 장난감들과의 대립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다. 앤디가 여전히 자신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난감들은 어린이집을 탈출하여 앤디 집으로 가기 위한 모험을 겪게 된다. 이러한 주인이 성장함에 따라 취향이 변화되어 장난감과의 유대감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은 <토이스토리2>에서 제시의 문제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그때의 해결책은 제시에게 장난감을 버리는 예전 주인이 아니라 장난감을 사랑하는 현재 주인인 앤디와의 만남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앤디가 성인이 되면서 마찬가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지만, 앤디는 장난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마찬가지로 장난감을 사랑하는 보니에게 장난감을 물려줌으로써 이러한 상실감을 최소화시킨다.

그리고 가정용 장난감 대 어린이집용 장난감을 대비시키면서, 장난감과 인간의 관계에서 개인 대 집단의 차이를 강조한다. 장난감과 인간의 관계에서, 가정집에서는 개인과 개인이 맺는 관계이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집단과 집단이 맺는 관계가 된다. 그래서 현대사회의 군중, 대중의 익명성, 소외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장난감 주인의 나이의 문제가 제기되는데, 장난감이 어린이가 좋아하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주인이 어른이 되면서 취향이 변하게 된다. 장난감들은 주인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자신과 놀아줄 수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주인에게 적응하고 유대감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5. <토이스토리4>: 부적응 문제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

<토이스토리4>(2019)는 사회의 부적응, 애정 결핍과 자존감, 주인과의 유대감 변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 장난감 친구들의 유대감, 독립된 존재의 자립심,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새로운 주인인 보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던 우디는 보니가 직접 만든 장난감 포키가 장난감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을 쓰레기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탈출하는 포키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 우디는 오랜 친구 보 핍과 재회한다. 한편 버즈와 장난감 친구들도 사라진 우디와 포키를 찾아 보니의 곁을 떠나 모험을 시작한다. 우디는 카니발 인형뽑기용 부스의 솜인형 만담 콤비 더키와 버니, 60년 동안 세컨드 찬스 골동품 가게에서 지내온 개비개비, 캐나다의 위대한 스턴트맨 라이더 장난감인 듀크 카붐 등을 만난다.

장난감의 가치를 자신의 매력 문제가 아니라 주인과의 유대감에서 찾고자 한다. 개비개비는 장난감으로서의 자신의 능력과 매력의 문제에 집착하여 새로운 주인을 구하고자 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우디는 개비개비에게 그녀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구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우디는 골동품 가게에 있는 포키를 구출하려다가 인형 개비개비에게 자신의 소리상자를 빼앗기게 된다. 개비개비는 새로운 소리상자를 장착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아이 하모니의 선택을 받고자 하지만 실패한다. 우디와 보는 개비개비에게 용기를 주어 개비개비를 사랑하는 여자아이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게 만들어준다. 이런 점에서 개비개비는 <토이스토리2>의 제시와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인간 주인과의 관계는 장난감을 사랑하는 착한 주인과 장난감을 괴롭히는 나쁜 주인으로 양분되며 선악의 문제에서 주인과의 만남이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어 왔다. 어떤 경우에라도 장난감은 주인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인의 나이 변화, 취향의 변화, 노후의 문제 등을 겪게 되면서 주인이 없는 장난감 세상을 꿈꾸게 되면서 새로운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이대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이전까지 공주 캐릭터로 나왔던 사기인형 보 핍이다. 사기 램프 인형인 보 핍은 앤디의 여동생 몰리가 커가면서 어둠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게 되자 앤디 집에서 내보내진다. 이후 보는 골동품 가게에 있다가 다른 장난감들을 모아서 놀이공원 내의 독립된 공간에서 자립하게 된다. 보의 세계를 접한 우디는 보니 집의 장난감 친구들과 작별하고, 놀이공원 내에서 다른 장난감들의 삶을 도와주며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그녀는 항상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으며 소극적인 조언을 하는 인물에 머물렀는데, 가정집, 골동품을 거친 후 독립한 그녀는 드레스를 벗고 여전사의 이미지로 험난한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우디에게 영향을 미친다. 장난감은 이제 주인공의 관계에 국한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토이스토리4>에서는 장난감/쓰레기/골동품을 대비시키면서, 장난감의 미래와 노후 문제를 제기한다.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장난감이 되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는 장난감으로 인해 장난감 친구들이 모두 이러한 존재에 대해서 인식의 혼란을 겪는다. 인간 주인 보니가 유치원에서 왕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듯이, 쓰레기에서 재활용된 장난감도 장난감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한다. 다른 장난감도 낡으면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골동품 가게에 보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는 다른 장난감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한다.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것은 상품의 가치가 없어졌다는 것이고, 골동품 가게에 보내진다는 것은 현재의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상품의 가치는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다. 우디가 자신의 소리상자를 빼앗겨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보 핍의 팔이 부러져 테이프로 붙이는 문제 등을 통해 장애인, 노화로 인해 일상생활의 공간에서 동떨어져 생활을 해야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때 같이 상처를 안고 있는 장난감들 사이의 유대를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장난감으로서의 정체성은 항상 인간 주인과의 관계에서 찾아지곤 했지만, 인간 주인이 없는 장난감 세계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체제, 시스템에서의 일탈을 꿈꾼다.

 

 

6. <토이스토리>의 진화와 패러디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서부인형 우디, 강아지 친구 슬링키, 참을성 없는 Mr. 포테이토, 마음 약한 공룡 렉스, 돼지 저금통 햄, 아름다운 사기 램프 인형인 보 핍, 최첨단 우주장비를 장착한 버즈, 말괄량이 서부소녀 제시 등 매력적인 장난감 인물들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 플롯의 공통점은 장난감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 장난감 내부사회에서의 갈등, 외부사회 혹은 인간사회와의 갈등, 내부 장난감들의 단결과 인간 주인과의 유대감이라는 단계를 밟아나간다.

장난감으로서의 정체성은 모든 작품에서 나타나는데, 인간의 친구, 학대의 대상, 희귀 콜렉션의 상품, 집단에서의 군중, 주인과의 관계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1, 2, 3편 모두 정체성의 문제는 주인과의 유대감, 소속감으로 귀결되는 데 반해, 4편에서는 타인인 주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에게서 존재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는 차별적이다. 내부 갈등에서 적대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타인과 어울리는 않는 장난감, 과거의 상처로 인해 유대감을 형성하지 않으려는 장난감, 낯선 타인에 대해서 배척하는 장난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장난감 등으로 설정된다. 하지만 장난감 사회 내부에서의 갈등은 외부에서 나타난 공공의 적에 맞서면서 적대자에게 동지로 변화한다. 이러한 내부 갈등에서 우디는 인간 주인과의 유대감과 신뢰를 강조하는 가치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외부 갈등은 주로 인간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며, 해결책은 장난감과 인간의 유대감 혹은 소유에서 벗어난 공유 관계에서 찾고 있다. 외부의 적대자는 주로 장난감을 괴롭히는 아이, 장난감을 도둑질하고 상품으로 팔아먹는 상인, 장난감을 실수로 버리는 아이 엄마, 장난감을 방치하거나 보호하지 못하는 인간 등으로 설정된다. 소유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제적 인간과 공유로 세상을 바라보는 생태적 인간의 대립을 보여준다. 주인은 착한 주인과 나쁜 주인으로 양분되며, 착한 주인을 선택하고 유대감을 맺는 것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과의 관계는 매우 불안정하다. 다른 아이에게 빼앗겨 위기에 처하거나(1편), 주인에게 사랑받다가 버려지거나(2편), 다른 장소에 기증되어 보내지거나(3편), 골동품 혹은 경품으로 보내진다(4편). 1편, 2편, 3편에서 우디를 중심으로 장난감을 사랑하는 어린이가 있는 한 장난감 세계와 인간 세계의 공존과 유대는 계속 이어진다는 가치관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디도 보 핍과의 소통을 통해서 인간 세계에 편입된 장난감의 영역에서 벗어나와 주인과의 소유 관계가 아니라 같은 장난감들과의 공유 관계로 정체성의 의미를 찾게 된다.

<토이스토리>에서는 서부인형 우디와 우주전사 버즈를 통해 서부영화와 SF영화를 패러디하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영화 장르의 변화와 개인의 적응 문제를 제기한다. <토이스토리2>에서는 버즈와 Z대왕의 관계를 통해 SF영화의 걸작 <스타워즈>를 패러디하며 일본 자본의 미국 문화산업 침식에 대해 우려하는 위기감이 나타난다. <토이스토리4>에서는 가정용 장난감과 잃어버린 장난감, 집과 놀이공원의 대비를 통해 가족드라마와 모험영화를 패러디한다. 그리고 골동품 장난감, 가정용 장난감, 놀이공원 장난감의 대비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변화를 조망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학술출판분과 위원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 , 『영화와 관계』 (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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