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9월호 구매하기
장애인의 근로, 국가의 의무이자 기업의 책임
장애인의 근로, 국가의 의무이자 기업의 책임
  • 사회책임네트워크
  • 승인 2019.07.14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흔히 교육과 근로를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와 더불어 국민의 4대 의무로 인식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도 자녀에게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다(312). 근로의 의무도 부과한다(322). 하지만 그보다 앞서 교육의 권리(311)와 근로의 권리(321)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는 국민의 권리이면서 의무인 셈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의무보다는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일할 수 있는 권리개념으로 더 와 닿는다. 특히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용시장에서 실질적인 평등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근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근로의 권리를 실현시켜야 하는 의무 주체는 국가다.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 최저임금제 시행,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근로조건 기준 마련, 여성과 연소자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 여성 차별 금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3권 보장 등이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다.

 

기업의 책임

 

또한 장애인 근로권은 장애인을 특정한 별도의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고용에 있어서 차별금지(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의무고용 할당제도다(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기업에게는 장애인 근로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준수하고 장애인 인권 존중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 할당제도의 경우 취약한 인권상황에 처한 특정 사회계층을 일시적으로 법과 제도, 정책 등을 통해 우대하는 방식의 하나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로 간주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나 이를 준용한 국가인권위원회법(23)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고,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을 가속화하거나 성취하기 위한 적극적인 국가 조치의 한 형태로, 심각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장애인 차별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국내에는 이와 비슷한 18개의 장애 특화된 법률이 존재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위와 같은 장애 특화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은 물론 모든 사회정책 일반을 장애 주류화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도 1차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 의무고용 할당제의 효과적인 시행과 더불어 보호사업장이 아닌 개방된 노동시장으로 진입을 목표로 할 것을 권고하였다.

 

일부 대기업에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를 활용해 장애인 고용할당 의무를 이행하거나 사회적 가치 실현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법률을 준수하고 중증장애인 고용증진 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으나, 개방된 노동시장으로부터 분리라는 관점에서는 아쉽다. 장애인이 교육, 보건, 사회서비스와 같이 고용에서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활동하고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기업의 노력이 요구된다.

 

장애 주류화는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 이행 전략인 인권에 관한 상당한 주의 의무(due diligence)'와 맞닿아 있다. 기업 활동 전 과정에서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회피노력을 다하고 장애인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적극적인 인권증진 조치를 수행함으로써, 인권존중 책임을 이행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기업 경쟁력

 

장애인 고용확대는 보다 많은 장애인을 국가 복지서비스 소비를 넘어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주체로 발전시킨다.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장애주류화관점에서 정보통신기술 정책과 개발과정을 접근하는 것은 장애인 인권증진은 물론, 리스크 관리 및 시장경쟁력 제고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 결과는 모두에게 이롭고, 장애가 인류 진보에 기여해온 방식이다.

 

접근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지어진 건물을 뜯어 고치는 것(barrier free)보다 애초에 설계 단계에서 접근성을 고려해 건물을 짓는 것(universal design)이 비용을 줄이는 것이듯, 기술과 상품,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기술개발 정책과 이행과정에 장애인 참여 보장과 포용 정도가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CRPD를 인권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발전의 도구라고 말한다. 개발과 사회발전 과정에서 장애인 참여와 포용’, ‘장애주류화접근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시장 참여 확대는 근로의 권리는 물론 양질의 교육과 문화 향유, 체육 및 관광 활동, 정치참여까지 일상생활 전반에서 다양한 사회권을 향유할 수 있는 물질적 기초를 제공하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줄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연쇄적인 부정적 인권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와 같이 기업은 고용과 경제적 부 창출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과정에서 국가의 법과 제도 이상으로 장애인 인권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업이 인권존중 책임을 다하고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의 하나로, ‘장애 주류화를 고려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김용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정기구독자님이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시 종이신문 과월호를 발송 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