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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희의 시네마 크리티크] <주전장> 일본 우익이 미국으로 간 까닭은
[서성희의 시네마 크리티크] <주전장> 일본 우익이 미국으로 간 까닭은
  • 서성희(영화평론가)
  • 승인 2019.07.23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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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한다면

현재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다.

-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만든 후 켄 로치 감독

 

 

위안부를 다루는 영화들이 간간이 제작되어 왔다. <아이 캔 스피크> <허스토리> <눈길> <귀향> 등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되는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 <주전장>은 이전과 분명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먼저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라는 점, 감독이 한국인이 아닌 미국계 일본인이라는 점, 그리고 과거 위안부에게 어떤 일이 있었냐가 아니라 현재 일본 우익, 한국, 그리고 미국인들 사이에 위안부 이슈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는 논점과 객관성이 중요하다

 

위안부를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논점을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에서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로 돌린 건 시각의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의도이다. 대다수의 일본인은 위안부 문제를 모르고 있고, 알고 있는 일부 사람들 중에서도 우익은 이 문제가 알려지는 걸 막으려 한다. 일본 우익의 주장은 피해자들의 증언이나 이야기를 신뢰할 수 없고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 제기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전장>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위안부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한국인, 일본 극우, 미국인의 인터뷰를 교차시키며 어느 쪽 의견이 타당한지 비교할 수 있게 얘기를 전개해 나간다. 또한 첨예한 시각적 차이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위안부 문제가 지금 얼마나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인지 실감 나게 한다.

 

<주전장>이 제시한 새로운 문제 제기는 이 복잡하고 치열한 논쟁이 현재 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인 <Shusenjo: The Main Battleground of the Comfort Women Issue>는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 극우세력은 위안부 문제의 주된 전투 장소, 즉 주전장이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그 이유를 일본 우익이 생각하기에 미국인이 이 문제를 보는 관점을 바꾼다면 세계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 세계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주전장>에서 보여주는 일본 우익의 신념은 일본사람은 착한 사람이며 선한 국가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이러한 믿음에 뿌리 해 취사선택된 증거를 선택적으로 취합하고 자신의 신념으로 굳혀간다. 자신의 조상들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사람들을 학살하는 그런 끔찍한 짓을 했을 리 없다는 믿음에 뿌리내린 주장이다. 반면에 그들이 한국인을 보는 시각은 대단히 인종차별적 편견에 뿌리박고 있다. 자발적으로 매춘에 나서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의 징집에는 일본군이 아니라 한국인 브로커가 있었다 등.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의 문제이고, 역사와 정치가 얽혀있는 문제이다. 일본우익의 왜곡된 역사 인식의 뿌리는 위안부 문제를 전쟁범죄나 인권 사건이 아닌 인종차별주의에 뿌리내리고 있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이 제국주의 국가의 인종차별은 흔한 일이다. ‘일본이 그럴 리가 없다’ ‘한국인은 거짓말을 잘 한다’ ‘중국이 뒤에서 계략을 꾸미고 있다’라는 생각은 일본 우익의 신념과 사상에 인종차별주의가 자리하고 있고 그것이 위안부 이슈에도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따라서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다. <주전장>은 위안부 이슈가 역사전쟁을 넘어 현재 진행되는 이념전쟁의 최전선에 있으며 그곳에 녹아있는 사상, 신념, 그리고 논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본 내 바른 신념을 가진 사람

위안부 문제는 지금도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주전장>은 미키 데자키 감독이 지난 3년간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담은 기록지이다. 그는 위안부 이슈를 덮기 위해 교과서 검열, 언론 통제, 미국을 향한 선전 활동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일본 극우세력의 행보를 추적하고 인터뷰해서 그 속에 감춰진 의도를 밝혀내고 있다.

미국계 일본인인 감독은 인종차별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다가 일본 우익의 극심한 공격을 받았고, 이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감독은 양쪽이 왜 이런 주장을 펼치는지에 대한 다양한 맥락을 제공하는 것으로 양쪽 모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양쪽 논쟁을 보면서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고 타당한지 관객이 판단하도록 한다.

 

이 위험하고 복잡한 전장에 스스로 걸어 들어온 미국계 일본인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주전장>은 지난 4월 일본에서 개봉한 이후, 아베 총리의 경제 무역 보복 조치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기에 한국에 개봉하게 되었다. 일본 수출 규제의 시작이 된 ‘강제징용 판결’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개인과 기업 간에 일어난 ‘민사’영역이자, ‘한국의 재판주권’에 관한 문제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외교의 영역으로 끌고 와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어겨 일본 기업에 피해를 주므로 수출을 규제한다는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만들어 경제 전쟁을 선포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주전장>은 개인 대 기업 간 민사소송을 국가 대 국가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려는 아베 총리의 깊은 속내와 전략의 기원을 알게 해주는 영화로 매우 시기적절한 개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키 데자키 감독 같이 논리적으로 바른 생각을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와 강제징용 이슈에 동참해 양국의 오래된 편견의 뿌리를 뽑고 평화롭게 풀어나갈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글‧서성희
영화평론가, 대구경북영화영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대표, 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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