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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수상한 교수> ― 죽음을 앞둔 교수의 세 가지 단상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수상한 교수> ― 죽음을 앞둔 교수의 세 가지 단상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9.08.05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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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5일 개봉 예정. 스포일러 있음.

 

 

1. 세 가지 근원적인 질문

작품에서 여주인공은 왜 셋째 딸이 많을까? 인생을 관장하는 세 여신이 있다. 첫 번째 여신은 탄생의 여신이고, 두 번째 여신은 삶의 여신이고, 세 번째 여신은 죽음의 여신이다. 프로이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세 번째 여성에 대한 두려움과 찬미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셋째 딸로 설정한다고 설명한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살아가는 것은 사실상 죽어가는 것이다. <수상한 교수>(2018)는 죽음에 대해 색다르게 접근한다. 이 영화는 수상한 교수 리차드(조니 뎁)의 시한부 인생을 통해 교육, 사랑, 죽음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2. 교육에 대한 단상

<수상한 교수>에서 리차드는 여러 권의 책을 읽고 해당 분야의 연구를 정리하고 발표하던 기존의 교육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을 ‘자본주의의 노예’라고 비판하며 새로운 교육방식을 제안한다. 그는 강의실에서 폭탄선언을 한다. 학생들은 위대한 인물에 관한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만의 발표를 해야 한다. 발표 내용이 기존 내용이면 B학점이고, 새로운 내용이면 A학점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나가거나 쫓겨나고 몇 명의 학생들만 남게 된다. 처음에 당황하던 학생들은 결국 새로운 방식의 읽기, 생각하기 등을 통해 자신만의 발표를 하게 된다. 마지막에 학생 클레어는 말한다. “우리는 왜 결혼하는 것일까? 처음 사랑했던 사람이 마지막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매우 간단하다.”

수상한 교수는 장소, 시간, 방법의 범주를 제한하는 기존의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는데, 양에서 질로, 정보에서 사색으로, 남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지식에서 인생으로의 교육의 변화를 보여준다. 학생들에 대한 리차드의 새로운 시도는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술집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이상한 기미가 있으면 피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사고도 치라고 충고한다. 야외수업에서 그는 학생들의 발표를 듣지 않고 선글라스를 쓴 채 선탠을 즐기며 교정에 전시된 아내의 예술 작품을 발기한 페니스라고 비판한다. 또한 그는 성숙이란 너희들이 견디는 또 다른 고통이라는 말을 내뱉고는 잔디밭에 누워 학생들과 함께 마리화나를 피운다. 리차드는 시간, 공간, 평가의 교육에서 일탈하면서 교육의 의미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3. 사랑에 대한 단상

<수상한 교수>에서 화석화된 부부관계를 통해 기존의 일부일처제의 결혼 생활과 이성애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리차드는 아내 베로니카의 불륜 고백을 듣게 된다. 몇 년 동안 냉담한 부부관계를 이어온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신랄한 비판을 한다. 아내는 리차드의 대학교 총장 헨리가 자신의 불륜상대이며, 헨리가 3개의 고환이 있어서 여분의 고환으로 자신을 만족시켜 준다고 말한다. 이에 리차드는 자신의 소유물은 이미 가치가 떨어졌고 몇 년 동안 안 써서 이제는 효능을 알 수도 없다고 비아냥거리며 아내의 불륜에 조금의 관심도 없다고 밝힌다.

리차드는 아내와의 일대일 관계에서 벗어나 결혼제도의 규범에 대해서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 관계를 제안한다. 우선 리차드는 딸의 레즈비언 선언을 마주하게 된다. 올리비아의 레즈비언 선언에 아버지 리차드는 축하를 보내는 반면, 엄마 베로니카는 지나가는 과정이라며 부정하면서 가족의 갈등이 생겨난다. 그는 나중에 바람을 피운 애인과 헤어져 슬퍼하는 딸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며 위로를 해주고 사랑을 즐기라고 충고한다. 다음으로 리차드는 자유로운 연애를 즐긴다. 그는 술집 종업원과 즉흥적인 섹스를 하고, 동성애자 남학생과 오럴 섹스를 하고, 총장 조카인 여학생과 춤을 추고, 총장의 아내에게 진한 키스를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상처받은 남성인 리차드와 피터의 브로맨스이다. 두 사람의 깊은 유대감은 우정과 동성애 사이에 걸쳐 있으면서, 성적 농담으로 인한 웃음이 죽음으로 무거운 분위기와 균형감을 맞추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상처받은 남성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리차드는 죽음의 선고와 아내의 불륜으로 괴로워하고, 피터는 친구의 시한부 인생과 아내의 독단적인 성격으로 힘들어한다. 리차드의 시한부 인생을 알고 피터가 슬퍼하며 위로할 때마다 리차드는 동성애에 대한 농담을 한다. 술집에서 피터가 리차드의 말기암 소식을 듣고 리차드의 손을 잡자, 리차드가 사람들이 오해하는 시선으로 보지 않게 탁자 아래에서 손을 잡으라고 농담한다. 교회에서 피터가 리차드를 포옹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리차드가 교회에서 두 남자가 끌어안고 있으면 오해한다며 피터를 변태교수라고 놀린다. 수상한 교수는 사랑의 관습, 구속에서 벗어나서,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며 다양한 사랑을 포용하고 수용한다.

 

 

4. 죽음에 대한 단상

<수상한 교수>에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리차드는 죽음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는 처음에는 거부와 분노로 욕설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을 은폐한다. 나중에 그는 암환자 모임에 가서 감정적으로 자위하지 말고 술집에 가서 죽음에 건배하라고 충고하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차례차례 죽음의 말을 남긴다. 강의실에서 그는 제자에게 지혜에 대해 부단한 책임을 가지고 달려 나가며, 인생은 단 한 번이니까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매순간을 즐기라고 충고한다. 교회에서 그는 친구 피터에게 모든 것이 부조리하지만 그래도 완벽하다는 말을 남긴다. 파티장에서 그는 동료에게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찾지는 못했지만 감사하며 지내야 죽을 때 잘 죽을 수 있다고 말한다. 파티장에서 그는 아내에게 아주 멋진 적수인 아내를 사랑하며 자신은 행복을 찾아서 떠날 거라고 밝힌다. 집에서 그는 딸에게 아빠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딸인 점에 감사하며, 사랑하며 자신은 찾아야 할 게 있어서 떠나지만 딸은 딸의 길을 계속 가라는 말을 남긴다.

수상한 교수는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각인시키며 고통스럽게 하는 태도를 비판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죽음의 흔적을 지우며 죽음을 여행으로 승화시킨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리차드가 끊임없이 학교에 안식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친구 피터에게 안식년을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부탁하고, 총장을 찾아가 아내와의 불륜 관계로 협박하면서 안식년을 확보한다. 그는 안식년을 받음으로써 가족에게 계속되는 경제적 뒷받침을 할 수 있고 교수로 죽을 수 있다. 이보다는 사실상 리차드에게 죽음은 바로 안식년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그에게 죽음은 힘들게 살아온 인생에서 잠깐 쉬어가면서 자신을 돌이켜보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안식년이다. 더 나아가 리차드에게 죽음은 여행이다. “행복을 찾아서 떠날 거야”라는 리차드의 말은 사실상 ‘나의 행복을 찾아서 떠날 거야’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떠날 거야’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는 자신에게 닫친 가장 큰 고통과 슬픔에 함몰되어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는 죽음으로 인해 규범적 삶에서 벗어나 일탈의 삶을 경험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들을 위한 죽음을 준비한다. 리차드는 자신을 위한 죽음, 죽음을 남기려는 행위에서 벗어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죽음, 죽음을 지우려는 행위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죽음을 기억하는 장례식이 아니라 죽음을 망각하는 이별을 택한다. 수상한 교수는 죽음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규정하며, 삶에서 죽음으로 떠나간다.

 

 

5. 삶에 대한 문제제기

<수상한 교수>는 교육, 사랑, 죽음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하며, 일상과 규범에서 벗어나서 삶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제기와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우리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함몰되어 정작 중요한 왜라는 질문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죽음을 앞둔 순간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우리는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상한 교수의 죽음에 대한 단상은 바로 삶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학술출판분과 위원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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