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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기의 시네마 크리티크] 사춘기, ‘성장’과 ‘독립’에 대한 공포 <진저 스냅>
[조한기의 시네마 크리티크] 사춘기, ‘성장’과 ‘독립’에 대한 공포 <진저 스냅>
  • 조한기(영화평론가)
  • 승인 2019.11.07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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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 스냅>은 캐나다에서 제작된 인디 공포 영화로 독특한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특히 사춘기 소녀가 겪는 육체적·심리적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건들은 할리우드식 늑대인간의 클리셰들을 비틀며 독특한 정서를 형성한다. 주인공 진저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을 오가며 또래집단과 기성세대의 바깥에서 소외된 자의 처지를 살피게 한다. 선혈이 낭자 하는 이 기이한 성장담은 신체 변화로 인해 야기된 사춘기 소녀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진저와 브리짓은 “16살에 같이 자살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함께 살기로” 약속을 나눈 한 살 터울의 자매이다. 브리짓은 자주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언니인 진저는 그녀를 보호하며 다른 친구들과 대립한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연원을 알 수 없는 괴물의 습격을 계기로 틀어지기 시작한다. 괴물에게 상처 입은 진저가 늑대인간으로 변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진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적 본능과 폭력적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브리짓은 그런 그녀를 억누르려 노력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진저가 체험하는 육체적 변모와 심리적 변화 과정이다. 늑대인간이 되어가는 진저의 모습은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는 청소년기에 대한 비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진저의 몸이 변하는 시점은 첫 월경과 시기를 같이 한다. 진저는 월경에 대해 “내 몸의 배신”이라며 심각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늑대인간으로부터 습격을 받은 뒤 나타난 현상으로 하혈과 발모 등은 흔히 ‘이차 성징’이라고 부르는 변화에 적확하게 대응한다. 진저는 신체 변화에 불안을 느끼다가 평소 혐오하던 대마초에까지 손을 댄다. 심지어 진저는 월경 이후 “앞으로 임신을 조심하라.”는 상담사의 무신경한 충고에 반발하여 충동적으로 섹스를 하기도 한다. 첫 경험 이후 집에 돌아온 진저는 크게 후회하며 브리짓에게 자신이 괴물 같다고 자조한다. 그녀가 벌이는 일탈은 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저항 심리를 수렴한다.

 

진저는 점점 늑대인간에 가까워진다. 꼬리가 생기고, 손톱과 발톱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며 송곳니까지 튀어나온다. 신체의 변화가 확인될수록 진저의 자기 몸에 대한 혐오감은 점증해가고, 행동도 과격해져만 간다. 이처럼 그녀가 행사하는 폭력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소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표지한다. 다른 한편으로 외부 압력에 대한 사춘기 청소년의 반항 심리를 표현한다. 조금 더 깊이 탐색하자면, 유년기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진저의 퇴행적인 바람이 감지되기도 한다. 그녀의 그런 욕망은 특히 브리짓에 대한 유아적인 애착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브리짓은 늑대인간의 치료법을 찾는 과정에서 아마추어 식물학자 샘과 가까워지게 되고 진저는 그런 샘에게 극심한 질투를 느낀다. 진저가 브리짓을 구속하고자 하는 장면들에서는 상상적 동일시의 세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진저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감지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저의 브리짓에 대한 집착은 정도를 넘어서고, 결국 브리짓을 괴롭히던 친구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에 브리짓이 그녀의 인간성을 의심하자 진저는 그런 브리짓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더욱 폭력적인 행위를 일삼기 시작한다. 이처럼 불안이 커질수록 진저는 브리짓에게 집착하며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진저에게 미성숙한 브리짓의 육체가 돌아갈 수 없는 순수한 시절로서 이상화되어 투영된 탓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질투심에 눈이 먼 진저는 끝내 브리짓과 샘의 치료를 거부하고 늑대인간이 되어버린다. 진저는 그동안 자신과 브리짓을 위협하고 갈등을 일으켰던 인물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늑대인간이 된 진저의 모습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늑대인간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비교적 털이 적고 매끄러운 피부를 드러내며, 젖가슴 등은 여성의 육체적 표징이 분명하다. 진저의 늑대인간화된 모습은 성장한 자신의 몸을 괴물처럼 여기는 그녀의 내면 심리를 반영한 듯 보인다. 무시무시한 형상으로 위악적인 행동을 반복하던 진저는 브리짓의 칼 한방에 찔려 허무하게 사망하는 연약함을 보이기도 한다.

자매가 겪는 끔찍한 성장담은 청소년기 신체 발달과 정신적 성숙을 비례 관계로 파악한 고전 생물사회학의 틈새를 파고든다. 그런 면에서 <진저 스냅>이 전달하는 전언은 감성적으로 예민한 사춘기 소녀가 마주하는 혼재된 혼란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청소년에게 주어진 ‘독립’과 ‘성장’ 같은 당위적인 명제는 실패하고, 그 과정들이 전시되는 과정에서 공포와 긴장이 유발된다.

.<진저 스냅>은 작가적 개성이 두드러지는 인디 영화로서 인물 구성, 심리묘사 등 다각적인 면에서 참신한 전언을 보여준다. 특히 진저의 늑대인간화 과정은 유아의 세계를 벗어나 성인의 세계로 진입해야만 하는 청소년의 불안과 공포를 시각화한다. <진저 스냅>은 공포 영화의 과격함과 실험성을 즐기는 마니아라면 한 번쯤 찾아볼 만한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글·조한기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수료. 2018 영평상 신인평론상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2018 만화비평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문화와 스토리텔링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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