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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이란인가
다음 차례는 이란인가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1.03.10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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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날아다니는 총알에 맞아 죽는 것은 온건파이거나 급진파이거나, 친서방파이거나 반왕당파이거나 상관없이 수니교도도 될 수 있고 시트교도도 될 수 있다. 국민 역시 죽어가고, 두 체제는 이상스럽게 서로 닮았다. 게다가 트리폴리 체제는 전세계적으로 밀려오는 혁명의 매력을 유럽연합과의 접촉을 통제하는 것으로 막으려 했다.(1)

여러 가지 면에서 성격이 전혀 다를 것 같은 테헤란 정부도 유사한 형태의 왜곡된 선전을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테헤란은 아랍의 민중봉기에 대해, 1979년 이란 혁명에서 영감을 받아 ‘이슬람이 각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도 아랍의 민중봉기에 주목하면서 내심 긴장하는 눈치다. 이란의 체제 반대파들이 카이로의 시위에 경의를 표하자 권력을 쥔 교권정치가들은 발사를 명령해버렸다. 이스라엘 군대는 맨손으로 시위하는 민간인들은 학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민간인들이 팔레스타인인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유를 요구하는 아랍 젊은이들의 용기에 이스라엘 국무총리 베냐민 네타냐후가 테헤란보다 더 많은 경의를 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중봉기로 이란이 전복된다면, 전제지만 친미적인 최고의 파트너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만이 이 지역의 유일한 민주국가’라고 자처하면서 ‘그렇지 않은 정부는 지구를 떠나라’고 소리칠 근거도 잃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정부의 우스꽝스러운 행태를 따라하는 것 말고 뾰쪽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국제적 제재가 가해지자, 그때까지 젊은이들의 사회적·민주적 요구로 흔들리던 테헤란 체제는 역으로 이를 국수주의적 논쟁을 재개하는 기회로 삼았다. 2009년의 ‘녹색리본운동’(이란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운동)이 꾸준한 박해에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 논쟁은 더욱 효과적이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교수형과 고문이 예방백신이 되어 항의의 싹을 잘라버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랍의 봉기 및 교육을 받은 민중과 시대에 뒤떨어진 고풍스러운 정치 체제 사이의 괴리가 벌써 흔들리기 시작한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 그야말로 ‘리비아식’으로 항의하는 민중을 기관총으로 학살하지는 않았지만, 권력에 있는 종교지도자가 광신도의 살인적 아우성을 부추기고 있다. 요란한 항의 집회가 열린 다음 날, 290명 재적 의원 중 222명이 메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과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정식 재판을 요구했다. 이 둘은 이란의 고위 성직자로서 최고지도자에 반발한 이후 연금된 상태다. 지난 2월 18일 테헤란은 이른바 ‘폭동’의 지도자들과 위선적이고 왕정주의자적인 그 동조세력의 메스껍고 야만스러운 범죄에 대한 분노와 증오, 혐오를 표시하기 위한 관제 시위를 계획했다. ‘유대 첩자’, ‘폭도와 불량배’들은 죽음의 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구호들이 난무했다.(2)

비록 상상력이 결핍되고 수단도 빈약하지만, 교권정치 체제가 지지 기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방의 훈수 따위는 전혀 효과가 없다. 그렇지만 그 체제는 이제 허약하기 그지없다. 지난 2월 14일,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이 테헤란을 방문해 상기한 발언은 누구에게는 비수처럼 다가올 것이다. “한 국가의 수장은 그 나라 국민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스스로 해결하려 할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번역•이진홍 memosia@ilemonde.com
파리7대학 불문학 박사. 주요 저서로 <자살> <여행 이야기> 등이 있다.

<각주>
(1) 알랭 모리스·클레르 로디에르, ‘유럽연합은 어떻게 이웃나라들을 가두어두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0년 6월.
(2) ‘이슬람 전파와 국제 협력위원회’가 테헤란에 게시한 광고전단. <AFP>에서 인용, 2011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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