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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지 마세요. 탁월한 선택입니다!’
‘머뭇거리지 마세요. 탁월한 선택입니다!’
  • 성일권 l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20.01.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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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라크-미국 간의 갈등, 영국 노동당의 실패, 브렉시트와 북아일랜드 문제, 아르헨티나 좌파, 연금개혁, 캐나다 총리, 호주 산불, 파생상품, 잠비아, 트럼프, 미국 사법부, 우크라이나, 스페인의 어두운 과거, 프랑스 싱크탱크, 미디어 리터러시, 언어의 생성, 유네스코, 미술의 현실참여, 문화평, 플랫폼 자본주의, 그리고 러시아 가정폭력….’

대체, 이런 다양한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는 매체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디플로>) 2월호 목차를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주옥같은 글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르디플로>가 발행되는 매달 초에 회사 근처인 교보문고 내 매거진 판매대에서 독자의 발걸음을 붙잡고자 마음속 주문을 걸어봅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르디플로>가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리게 하라….’ 그런데도 서점에서 판매되는 부수는 매달 비슷한 수준입니다. 좋은 말로는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의미이고, 냉정한 말로는 독자층이 제한적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서점에서 <르디플로>를 만지작거리다가 망설이는 분들을 보면, 얼른 다가가 ‘지성인의 탁월한 선택’을 권유하고 싶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듯한) 발행인의 품위(?)를 고려해 그저 가슴을 쓸어내릴 뿐입니다.

독자님들도 느끼시겠지만, 그 수많은 매체 중 <르디플로>를 구독하기까지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일상의 번잡함 탓에 차분하게 앉아 신문이나 잡지 한 부 읽기가 쉽지 않은데, <르디플로>는 머릿속이 따가울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르디플로> 구독을 중단하는 분들 중에는 ‘텍스트가 이해하기 어려워, 좀 더 공부한 뒤에 재구독하겠다’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빨간 밑줄을 긋고 인터넷 검색을 하시면서 읽으시거나, 혼자 읽기에 답답하신 분은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고, 좀 더 전문적인 읽기를 원하시는 분은 인근 읽기모임을 찾아 정기적으로 참여하시면 <르디플로> 읽기가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 

또 <르디플로>를 구독했는데, 매달 집중해서 읽는 기사는 고작 1~2개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독 중단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다른 시사 잡지에서 <르디플로>에서만큼이나 지적이고 논쟁적이며 오래 기억에 남는 글을 읽은 적이 있을까요? 우선 독자님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몇 개의 기사를 탐독하면서 정기구독자에게 제공되는 온라인 검색 및 구독 기능을 통해 지난 12년간 4천여 개의 아티클이 축적된 아카이브를 자유롭게 이용하시면 <르디플로>가 지식의 보고(寶庫)처럼 느껴지실 것입니다. 사실, <르디플로>의 진정한 이용가치는 온라인 사이트에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방문하시면 정기구독자에게 주어지는 회원가입 혜택을 통해 수천 개의 아티클을 마음대로 읽고 저장하고, 또한 인쇄해서 다시 읽으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잉크 냄새가 그윽하고 종이 촉감이 오롯한 페이퍼 신문은 <르디플로>의 상징이며 자랑입니다. 간혹 TV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이나 가수, 영화배우들이 <르디플로>를 끼고서 포즈를 잡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르디플로>를 끼고 있으면, ‘어느 분’의 모습처럼 형광등 100개에 달하는 조명발 가득한 아우라를 발현할 수 있나 봅니다. 저희가 애써 돈을 들여 그분들을 홍보대사로 초빙한 것도 아니고, 홍보모델로 섭외한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과연 <르디플로>의 가치를 알고 있을까요? 

 

정우성씨(왼쪽)와 하정우씨가 자신들의 출연 영화를 1면에 실은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페이크(Fake)판을 들고 있다.

오히려 저는 <르디플로>의 구독을 고민하며 서점에서 또는 노트북, 스마트폰 앞에서 망설이는 독자님들이야말로, <르디플로>의 실존적 가치를 가장 잘 아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르디플로>를 구독하시는 독자님들은 더할 나위 없고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마세요! 자크 데리다가 ‘세계 지성의 참고문헌’이라고 격찬한 <르디플로>는 독자님의 탁월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글·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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