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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프롬나드] 그 봄, 목련꽃 아래 그 소녀는
[안치용의 프롬나드] 그 봄, 목련꽃 아래 그 소녀는
  • 안치용/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20.03.02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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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얘기는 매년 봄이면 지겹게 듣는다.

 

사실 봄이 오는 줄 몰랐는데 봄이 왔더라. 자정 넘어 거의 매일 개와 함께 올라가는 옥상정원 눅눅한 빛의 잔디밭에서 발견한 연한 녹색의 흔적, 개의 단골 공원의 구석에서 발견한 목련의 꽃망울. 그 목련은 자목련이다. 목련과 나의 인연이 햇수로 얼마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개화와 낙화, 그리고 여러 달을 꽃 없이 지내는 걸 보았다. 올해도 별 일이 없으면 붉은 목련꽃을 피우게 되리라.

 

내 기억 속의 가장 화사한 목련꽃은 노량진 대성학원 문 앞에 피어 있던 것이다. 제법 세월이 흘렀지만 눈을 감으면 여전히 영롱하게 피어있다. 그 꽃 아래, 지금은 그때의 자신만한 딸을 키우며 태평양 건너편에서 살고 있는 과거의 그 소녀의 기억도 또렷하다.

 

최근의 봄들은 기억에 흐릿하게 남아 있지만. 흐른 세월 속의 옛 봄들은 흑백사진 같은 느낌이긴 하여도 선명하다. 그렇게 빛 바랜 사진처럼 존재하기에 그런 봄들은 항상 봄 같은 봄인 게다. 지금의 봄들은 온갖 변화에 직면하여 아직 봉인되기 전의 봄이기에 봄 같지 않은 봄일까.

 

과거나 지금이나 진실은 언제나 봄이 왔고, 우리 마음에 봄이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이지 싶다. 올해는 너도 나도 마음 속에 봄을 들이기 너무 힘들어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이 봄 또한 낡은 흑백사진처럼 마음 한 구석에 채워져 있을 게다. 그나저나 오는 봄은 오는 봄이어서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마음이 이래저래 무거운 봄의 초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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