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호 구매하기
[지승학의 시네마 크리티크] 전염의 폭로가 가져오는 긍정적 명령 - 영화 <컨테이젼>
[지승학의 시네마 크리티크] 전염의 폭로가 가져오는 긍정적 명령 - 영화 <컨테이젼>
  • 지승학(영화평론가)
  • 승인 2020.03.16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우리는 전염병이 지닌 긍정의 가치 중 하나는 오히려 ‘폭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영화 <컨테이젼>(contagion, 2011)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라 바로 전염병의 이 폭로 욕망 때문이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베쓰 엠호프(기네스 펠트로)는 홍콩 출장 중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직후 곧바로 슈퍼전파자가 된다. 실제로 그녀는 아들에게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전파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 역시 사망하고 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 토마스 엠호프(멧 데이먼)는 면역체계가 생겨서 전파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그는 부인이 전파시킨 전염병이 사회를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똑똑히 목격하게 된다.

 

바이러스에 뒤흔들리는 그 세상은 소름끼칠 정도로 지금의 우리가 겪는 현실과 매우 닮아있다. 특히 앨런 크럽위드(주드 로)가 거짓 기사로써 혼란의 정도를 가중시키는 것 역시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을 전한다.

 

그 가운데 전염병 탓에 슈퍼전파자인 베쓰 엠호프의 비밀스러운 사생활 역시 드러나게 되어 남편 토마스를 당혹케 한다. 그런 식으로 이 영화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상에서 은폐되는 사실과 왜곡되는 사실 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엘리스 치버(로렌스 피시번) 박사는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려다가 친분있던 건물 경비원에게 들키게 되고, 개발된 백신을 먼저 손에 넣으려는 손펑(친 한)은 리어노러 오랑테스(마리옹 꼬띠아르) 박사를 인질로 잡기에 이른다. 이런 식으로 이 영화는 전염병을 수단으로 삼아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요동치는 왜곡과 은폐의 본성을 건드린다.

그리고 고전적이긴 하지만, 전염병으로 인해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희생이다. 에린 미어스(케이트 윈슬렛)박사는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최초로 알게 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실체를 파악해 내려다가 결국 자신 마저 희생되고, 앨리 핵스톨(제니퍼 엘) 박사는 백신 실험을 위해 기꺼이 자기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는다.

 

그 과정 중에서 이 영화는 왜곡과 은폐의 같은 결을 보여준다. 모른긴 해도 왜곡이 비극을 낳는 느낌으로 다가온다면 은폐 역시 외설적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모두의 고통 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이 영화 속 전염병은 우리 인간 사회 속에서 왜곡의 비극 은폐의 부정 그리고 희생의 선함에 그렇게 모두 관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실의 전염병은 꼭 영화와 같았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현실 속 은폐는 교묘했고 왜곡은 고질적이었으며 희생은 무엇보다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염병의 폭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아닌, 무엇이 되었든 그것의 정도는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 그 자체를 폭로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이런 식으로 전염병은 무언가를 갑작스레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길 주저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은폐와 왜곡에 의한 정서적 환멸 대상을 은폐와 왜곡의 외과적 수술 대상으로, 희생의 보편적 선함을 위대한 희생으로 뒤바꿔 놓는다는 말이다.

지금의 전염병은 곧 끝날 것이다. 그러므로 모두를 힘들게 했던 전염병이 바꿔 놓은 이 방향을 가치 있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 되어야 할지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것들이 기어이 현실화되려면 전염병이 폭로한 것들을 보다 근본적인 수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전염병의 폭로 욕망이 말해주는 것은 '무언가를 온전히 드러낸 다는 것'은 곧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는 명령일지 모른다.

그러면 이제 전염병은 이렇게 이해될 수 있다. 부정적 인식을 도려내어 한 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그러니 일단은 이렇게 마무리해보자. 전염병은 인간에게 공포를 주고 사실을 왜곡하려하며 은폐하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히려 어떤 고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폭로 하고 동시에 치료의 강렬한 의지를 함께 가져오게도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전염병의 폭로 욕망은 결국 인간적 질병과 사회적 질병을 함께 치료하려는 강렬한 의지와 연결된다.

이제 우리는 그 기회를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

 

#총선이코앞

 

 

글·지승학
영화평론가. 문학박사.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으로 등단. 현재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시 종이신문 과월호를 발송 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