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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을 변모시킨 ‘자전거 혁명’
코펜하겐을 변모시킨 ‘자전거 혁명’
  • 필립 데스캉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 승인 2020.03.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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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이고 건강과 환경에도 이로운 교통수단, 자전거가 다시금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선거공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프라가 미흡해 자전거의 생활화는 녹록지 않다. 코펜하겐시의 성공사례는 체계적이고 실용적이며, 안전한 도로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돌돌돌 굴러가는 자전거 바퀴 소리, 거리를 울리는 활기찬 음성, 끼룩끼룩 울어대는 갈매기…. 낯선 소리가 코펜하겐 거리를 가득 채운다. 다른 도시였다면 요란한 자동차 엔진 소리에 묻혀버렸을 소리다. 자전거 전용 다리 ‘릴레 랑게브로(Lille Langebro)’ 위에 넥타이 정장 차림의 50대 신사가 MTB 자전거를 씽씽 몰며 지나간다. 한 노인은 짐바구니에 실은 지팡이가 떨어질세라 조심조심 페달을 굴린다. 맥주박스를 달랑달랑 싣고 가는 청년은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성을 단숨에 앞지른다. 

사실 이곳 덴마크 수도에서는 자전거 이용자만의 특수한 사회학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 5명 중 1명이 자전거를 생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의 제약도 거의 없다. 가령 자전거 앞에 트레일러를 설치해 아이 넷을 싣고 가는 카고바이크를 탄 젊은 여성이 좋은 본보기다. 심지어 장관이나 모겐스 뤼케토프트 전 유엔(UN) 총회 의장 같은 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뤼케토프트 전 의장은 유엔(UN)이 2030년까지 계획한 17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들 중 무려 11가지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최고의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꼽았다.

 

“자전거는 가장 민주적인 교통수단”

‘사이클 스네이크’(자전거 뱀)가 2014년 6월 처음 개통한 이후, 전 세계 방송사가 앞다퉈 코펜하겐을 다녀갔다. 피스켓토르 야외수영장 위를 가로지르는 총 연장길이 235m의 이 자전거 전용 다리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다. 실용성과 우아함을 겸비한 이 다리는 덴마크의 스타일을 오롯이 보여준다. 또한, 차로변에 곁가지로 난 자전거도로가 아니라, 애초에 자전거 이용자를 위해 특수설계된 전용도로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통행률 또한 1일 1만 9,000건을 기록해, 예상을 능가하는 우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코펜하겐은 애당초 2025년까지 자전거 통학·통근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목표는 거의 달성됐다. 일례로 2018년 자전거의 교통분담률(Modal share; 일상에서 특정 교통수단 이용자의 비율)이 49%에 달한 것이다. 반면, 도보는 6%, 대중교통은 18%, 자동차는 27%에 그쳤다.(1) 다른 도시와 비교해보면, 파리는 고작 4%,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고 알려진 보르도·그르노블·스트라스부르 등의 프랑스 도시들도 13~16% 수준이다.(2)

코펜하겐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수치는, 지난 여론조사 결과다. 자전거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코펜하겐 시민은 무려 7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펜하겐시의 자전거 정책 담당자 마리 카스트룹도 “자전거는 편리하고 실용적이다. 사람들은 자전거가 지닌 소박한 특성을 좋아한다. 자전거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자유, 건강, 소소한 행복 등을 상징한다. 한 마디로, 가장 민주적인 교통수단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코펜하겐 시민이 자전거를 애용하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관심(16%)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성(26%), 신체활동의 필요(46%) 등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가 신속하고 편리한 교통수단(55%)이 되기 때문이다. 파리에 비해 도시 밀집도가 낮고 대부분 평지로 이뤄진, 바람이 잘 통하는 이 도시에서는 말이다. 도시 자전거가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자전거 이용자의 행동 양식이나 특수한 욕구를 잘 반영해, 지속성이 있는 신속하고 안전한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코펜하겐에 자전거 붐이 다시 일기까지 영적 지도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도시개발전문가이자 디자이너인 미카엘 콜빌 앤더슨은 취재진을 주요구간 몇 곳으로 안내했다. 먼저 그는 소토베트 교차로 앞에 멈춰 섰다. “이곳은 중상자나 사상자 수가 연간 15명에 달할 정도로 코펜하겐시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간주됐다. 자전거 운전자 태반이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 운전자들은 매일 이곳을 지나다니기에 이 도로 사정에 훤한 전문가다! 그러니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했다. 자전거 이용자에게 시간적으로 4초 앞서 지나가도록 배려하는 한편, 공간적으로도 다른 자동차 때문에 통행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호등 체계를 조정했다. 차량들 사이에 끼여 자전거 통행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보도를 자전거도로로 전환했다. 그 후로는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자동차만큼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 자전거를 활성화하기 위해 코펜하겐시는 1950년대 이후 대세를 정반대로 거스르는 대담한 행보를 보였다. 요컨대 자동차 통행체계는 더욱 복잡하게,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통행체계는 더욱 간편하게 만든 것이다. 콜빌 앤더슨은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은 단순하면서 통일성이 있고, 도로 간 연결이 매끈한 인프라 설계 덕분이다. 우리는 도로망의 종류를 모두 4가지로 간소화했다. 차량 규제속도에 따라 적합한 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이 모델은 전국 어느 도로에서나, 전 세계 어느 도시에나 적용 가능하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공생, 어떻게 가능할까?

대개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주택가 인근 도로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사이좋게 공간을 나눠 쓴다. 이 같은 도로체계는 운전자가 제한속도도 잘 지키고, 중도에 정지하는 일이 없는 덴마크에서 아주 잘 운영되고 있다. 제한속도가 시속 40km인 구간에서는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 자전거 통행차선을 배치한다. 때에 따라서는 주차공간도 마련돼 있다. 규제속도가 시속 60km인 간선도로에서는 도로의 높이에 차등을 둬서 자전거 도로와 자동차 도로를 분리한다. 교통량 증가에 따라 꾸준히 도로 폭도 넓힌다. 

한편 ‘플러스넷(PLUSnet)’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도로체계 덕분에, 자전거 운전자 2명이 나란히 담소를 나누며 주행할 수도 있고, 그 두 사람을 뒷사람이 좌우 3m 간격을 두고 손쉽게 추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한속도가 시속 60km 이상인 도로에서는 자동차와 완전히 다른 경로로 자전거 도로가 조성된다. 이와 같은 체계적인 원칙 덕분에 모든 이용자는 항시 자전거가 어디쯤 위치하는지 짐작하며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각종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보행자도 이런 체계에 큰 만족감을 나타낸다. 대개 자전거 이용자이기도 한 보행자는 갑자기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만나더라도 자전거가 분명 속도를 늦출 것을 알기에 어느 쪽도 가던 길을 멈출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는다. 콜빌 앤더슨은 모든 야심찬 자전거 정책이 추구해야 할 기본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무엇보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행동 양식을 잘 이해해야 한다. 자전거 운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전거를 멈춰 세우거나, 최악의 경우 땅바닥에 발을 디뎌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안장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운전자는 자전거를 세우려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고, 다시 출발할 때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차로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복잡다단한 방정식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외스터브로가드나 뇌레브로가드 등의 간선도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도심에서 출발한 취재진은 중간에 쉬지 않고 3km를 내리 내달렸다. 시속 20km로 주행속도를 유지하게 맞춰진 ‘그린 웨이브’라고 불리는 신호체계에 따라, 신호등 신호는 자전거 운전자가 다가오는 속도에 맞춰 저절로 초록불로 바뀌었다. 

또한, 자전거가 어쩔 수 없이 멈춰서야 하는 경우에도, 운전자가 안장에서 내려올 필요가 없이 발을 디딜 수 있는 장치나 난간이 마련돼 있었다. 게다가, 모든 교차로에는 도로 성격이 노면 색상으로 구분돼있었다. 가령 자전거 우선 도로임을 알리는 파란색 도로에서는, 자전거 이용자가 결코 자동차의 침범을 받는 일이 없었다. 무조건 자동차가 일단 진행을 멈추고(대개 신호등으로 표시) 자전거가 우회전 등 우선적으로 통행하기를 기다려야 했다.

뇌레브로가드는 어느새 유럽 최고의 자전거대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코펜하겐시의 기술 관련 서비스와 환경문제를 책임져온 클라우스 본담 전 코펜하겐 부시장은 2007년 당시만 해도 자동차 통행을 규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수없이 항의 편지를 받고, 언론매체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에 우선권을 주기 위해 익숙한 관습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상인들도 처음에는 자가용 이용자들만 상품을 살 능력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라. 새로운 상점이 줄줄이 입점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활기찬 거리가 조성되지 않았는가.”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를 방문해보면 곳곳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가령 외스트바네가드 거리의 쓰레기통들이 전부 주행 방향을 따라 설치돼 있다던가, 니고드스베이 거리에 대형공사가 진행 중일 때 멈춤 없는 안전한 통행을 위해 특수 바리케이트를 설치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통행량에 따라 이용자의 우선순위도 종종 유연하게 조정했다. 가령 겨울철 제설작업의 경우, 최대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전거 도로부터 우선적으로 눈을 치우는 식이다.

코펜하겐의 성공사례는 많은 기자나 정치인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지난 8월 29일, 코펜하겐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코펜하겐을 다녀간 그 많은 이들 중, 정작 코펜하겐 정책의 성공 요인을 제대로 이해한 이가 몇 명이나 될까. 실상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프랑스 종합매체에 실린 기사 내용이나, 각기 파리와 그르노블의 ‘미스터 자전거’로 불리는 생태주의를 표방한 두 의원, 크로스토프 나즈도프스키와 얀 몽가뷔뤼가 코펜하겐을 방문한 뒤에 발표한 정책의 면면만 봐도 그렇다. 

관련 협의 사항을 정리해놓은 ‘자전거 도시, 파리’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파리시가 제안한 인프라 시설의 종류는 총 5가지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코펜하겐의 사례로 이미 실효성이 입증된, 프랑스당국이 ‘보도와 차도 중간 자전거 차선’이라고 이름 붙인 모델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그밖에도 의원들은 ‘자전거 고속도로(파리의 리볼리 거리나 세바스토폴 대로)’나 ‘크로노벨로(그르노블 아귀트 상바 대로)’와 같은 종류의 자전거 도로체계에 한층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무수한 교차로를 품고 있는 대로에 양방향 자전거 도로망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자가용에서 자전거로 갈아타는 사람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도로체계는 이미 20년 전 코펜하겐에서 일찌감치 퇴출됐던 것이다. 차로변에 자전거 차선을 운영하는 경우와 비교해 사고 발생률이 무려 2배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런던시도 이미 잦은 사고로 인해 토링턴 광장의 도로를 코펜하겐식으로 바꾼 지 오래다. 반면 강이나 운하, 철로변, 혹은 교차로가 없는 외곽 지대의 경우에는 양방향 자전거 도로도 적합할 수 있다. 한편 파리를 제외한 다른 프랑스 도시에서는 대개 주차 차량 옆 공간의 바닥에 색상 표시로 자전거 도로를 조성해놓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에게, 달리는 차량과 차문 사이만큼 위험한 곳이 또 있을까.” 미카엘 콜빌 앤더슨이 관련 저서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3)

마지막으로 다른 많은 도시와 마찬가지로 파리시도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에 막대한 재정을 할애했다. 프랑스 공공자전거 ‘벨리브’ 신규 서비스에 투입된 공공자금이 15년 동안 6억 유로에 해당한다면, 안느 이달고(2014~2020년) 파리 시장이 추진한 ‘자전거’ 정책에만 무려 1억 5천만 유로가 투입됐다. 반면 코펜하겐시는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의 차량 대수를 2,000대로 제한하고 있다. 대개 600여 개 자전거 점포에서 좀 더 성능이 우수한 자전거를 빌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안 되는 단기 여행객들을 위한 것이다. 덴마크의 유명 건축자이자 도시계획전문가인 얀 겔은 2010년 펴낸 책에서,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의 부차적 성격을 강조했다.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는 자전거 문화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전술일 뿐, 그 자체로 첨병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4)

물론 덴마크에도 ‘자전거 고속도로(Supercykelstier)’라는 컨셉의 도로가 존재하지만, 시내에서는 찾기 힘들다. 덴마크 수도지역(덴마크를 구성하는 5개 지역 중 하나-역주)을 관할하는 행정당국(총 27개 도시, 총인구 170만 명)은 최근 일어난 자전거 바람이 특히 코펜하겐(인구 60만 명)을 중심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도시 외곽지대의 도로망을 마저 구축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자전거 고속도로망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초기 개통된 도로망에는 이미 초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1/4은 본래 자가용을 이용하다가 최근 자전거로 갈아탄 사람들이다. 

그동안 극심한 교통체증에 익숙하던 사람들에게, ‘자전거 고속도로’는 도시 진입 시 예전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북서부 노선은 자동차 도로와 멀찍이 떨어져 달리며 베스트코벤 숲을 가로지른다. 도로의 폭도 넓고, 관리도 훌륭하며, 시원한 그늘이 있어 쾌적한 주행을 선사한다. 인접 보행로와도 길이 겹치는 구간이 없다. 하지만 진정 놀라운 사실은 수 킬로미터를 내달린 끝에 자동차 도로를 만나더라도 자동적으로 신호등 신호가 초록불로 바뀐다는 점이다. 도로에 설치된 센서가 다가오는 자전거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이 정책의 목표는 10년 내에(2012~2022년) 총 연장 750km 규모의 자전거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데 있다. 물론 이 사업에는 상당한 투자금(3억 유로)이 투입될 테지만, 코펜하겐 반도와 독일을 잇는 연장 18km 규모의 고속도로 해저터널 건설사업인 페마른 사업에 견주어 기껏해야 1/20 수준에 불과하다. “자전거 장려정책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의료지출까지 모두 고려해 계산할 경우 투자 대비 수익성이 매우 높다”라고 덴마크 수도지역의 교통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시드셀 비르크 율러가 말했다. 

 

자전거는 자가용보다 건강하며, 양심적이다

“2018년 5월, 정부지원사업 평가에 쓰이는 재정부 기준으로 자전거 고속도로 사업의 사회경제적 수익성을 분석해봤다.(5) 그 결과, 자전거 인프라의 사회경제적 수익성은 11%로 다른 모든 투자사업의 수익성을 능가했다. 가령 지하철의 수익성은 3%, 페마른 터널은 5.4%에 그쳤다.”

이 계산법은 덴마크 수도가 추진한 여러 교량과 고가도로 건설사업의 타당성도 함께 입증했다. 덴마크 암학회에서 신체활동 및 식습관 관련 사업을 책임지고 있으며, 덴마크 자전거 대사로도 활동 중인 기테 라우브 한센은 신체활동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적인 생활이 여성의 경우 7년, 남성의 경우 6.9년 기대수명을 떨어뜨린다”라며, “우리는 이미 약 15년 전에 정적인 생활양식과 암의 연관성을 발견해냈다. 신체활동은 특히 암환자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카스트룹도 “건강해짐으로써 얻는 이익이 사고 피해보다 20배 이상 높다. 사고는 물론 조심해야 하지만, 자전거 이용을 장려할 가치는 충분하다”라며 설명을 거들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덴마크의 자전거 운전자는 자가용 운전자보다 훨씬 더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전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도로에서 법규를 더욱 잘 지켰다.(6) 1995~2016년, 코펜하겐에서는 자전거 도로의 길이가 2배 늘어난 반면, 교통사고 위험은 570만 킬로미터당 1건 꼴로 약 1/2 감소했다. 이 사실은 사고위험과 자전거 사용자 수가 반비례한다는, 세계 각국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7) 대체로 길이가 긴 도시 외곽 자전거도로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덴마크 의회는 전기자전거에 한해 (프랑스와 달리) 시속 25km의 제한속도를 두지 않기로 결정했다. 즉, 자전거 이용자의 양심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시속 45km로 달리다가도,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한편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져 살거나 악천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경우 기차·S-토그(지역기차)·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처럼 자전거 이용자의 무료 대중교통 사용이 가능해지자 대중교통 이용률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율러는 “유틸리티 자전거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단순히 유틸리티 자전거를 레저나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이 교통수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에, 다른 많은 유럽국가에서 자전거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다”라고 열띤 어조로 말했다.

한편 코펜하겐의 자전거 정책에는 모든 주체가 기여한다. 가령 도심에서 남쪽으로 5km 거리에 위치한 외레스타드 소재 기업, 람볼이 대표적인 예다. 이 기업은 고속도로, 기차, 지하철 등 모든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함에도, 직원들에게 자전거 통근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람볼은 직원들에게 자동차 도로에서 멀찍이 떨어진 ‘그린 도로’ 이용을 독려했다. 그리고 일단 회사에 도착하면 날씨가 좋을 때는 옥외에, 비가 오는 날에는 실내에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공간도 마련했다. 비탈길을 조성해, 자전거 통근자들이 사물함이나 신발 건조기, 샤워장, 먼지 제거용 고압분사장치 등을 갖춘 200여 개 시설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죽기 전에 자전거 한번 타보고 싶다!

지금도 여전히 성공적인 자전거 정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특히 더 쾌적한 주차공간을 마련하거나, 흔히 역사 근처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자전거 혼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덴마크 전국의 상황을 보면, 현재 자전거 인프라가 미흡한 농촌 지역에서는 자전거 이용자 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한편 다른 유럽국과 마찬가지로 덴마크 전역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뷔를 비롯한 몇몇 도시는 아예 주택가와 학교 사이에 자동차 도로와는 별도로 독립된 자전거 도로망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개 이런 야심찬 정책은 시민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유능하고 전문적인 도시기술 서비스 담당 부서의 노력으로 실현된다. 코펜하겐의 경우 이런 기술부서를 이끄는 수장은 엔지니어가 아닌, 문인이다. 자전거 문화와 덴마크 국민 정체성을 주제로 논문을 쓴 카스트룹을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코펜하겐시의 통합적 정책관을 잘 보여준다. 그녀는 “자전거 도로를 위한 자전거 도로의 건설은 의미가 없다. 문학은 내게, 최대다수를 위한 더 나은 도시에 대해 종합적인 비전을 선사했다. 자전거는 대중교통, 도시개발, 문화생활 등 다른 모든 도시정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잘만 선택한다면 상당히 효율적인 수단이긴 하다.”

크리스티나, 코펜하겐오페라하우스 등 유명관광지로 연결되는 선착장을 방문하기 위해 취재진은 독특한 모양의 삼륜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정면에 2인용 좌석이 설치된 자전거로, 비를 피하는 지붕(접었다 펼 수 있는)과 추위를 막는 덮개가 갖춰져 있었다. 페르닐레 부소네 부인은 이런 삼륜 전기자전거를 몰고, 거동이 불편한 핀 비케 부인을 데리러 정기적으로 요양원을 방문한다. 비케 부인이 땅의 기운을 직접 느끼고, ‘머리칼을 바람에 흩날릴 자유’를 온전히 만끽하며 1~2시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2012년 올레 카소는 기억에 남는 인생 장소를 되돌아보고 싶어 하는, 84세 노부인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을 계기로, 훗날 둘이서 ‘나이 없는 자전거(À Vélo Sans Âge)’ 협회(8)를 결성했다. “함께 여러 장소를 돌아본 후, 굳게 닫혀있던 노부인의 말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요양원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의 부고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부인이 요양원에서 만난 다른 노인들에게 우리의 산책 이야기를 하자, 다른 노인들도 같은 경험을 원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비로소 무대 중심에 선 자전거는 이제 단순히 도시의 교통수단이 아닌, 소망 실현의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우리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한 식당이었다. 칼베보드의 새 목재 선착장 위에 자리 잡은 그곳은, 정확히 말하면 ‘시켈코켄’, 20여 명이 서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노점상이었다. 냉장고와 가스레인지를 설치한 삼륜자전거를 계량해서 만든 것이었다. 손님들은 대개 식사를 끝낸 뒤 여름날의 화창함을 한껏 만끽하러, 정화된 항구에 풍덩 뛰어들곤 했다. 도시 한복판에서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코펜하겐의 시민들은, 분명 소소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이들일 것이다.  

 

 

글·필립 데스캉 Phlippe Descamp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별도의 언급이 없는 경우, 모든 통계수치는 ‘Copenhagen City of Cyclists, The Bicyle Account 2018’에서 참조했음. 코펜하겐, 2019년 5월.
(2) Frédéric Tallet, Vincent Vallès, ‘Partir de bon matin, à bicyclette...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떠나다...’, <INSEE Première>, 제 1629호, 파리, 2017년 1월. 
(3) Mikael Colville-Andersen, ‘Copenhagenize : The Definitive Guide to Global Bicycle Urbanism’, <Island Press>, 워싱턴 DC, 2018년.
(4) Jan Gehl, ‘Pour des villes à échelle humaine 인간적 차원의 도시를 위하여’, <Ecosociété>, 몬트리올, 2012년.
(5) ‘Samfundsøkonomisk analyse af supercykelstierne’, <Incentive>, Holte, 2018년 5월 30일. 
(6) ‘Cyklisters adfaerd i signalregulerede Kryds’, Rambøll, 코펜하겐, 2019년 3월 1일.
(7) Peter Jacobsen, ‘Safety in Numbers : More Walkers and Bicylists, Safer Walking and Bicycling’, <Injury Prevention>, 제9권, 제3호, 런던, 2003년 9월.
(8) 프랑스 지부에 대해서는 다음 사이트 참조. http://avelosansage.fr

 

자전거와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면, 도시는 결코 변화할 수 없다고 박박 우기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의 현실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시가 항상 진화한다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화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2014년부터 덴마크 자전거협회 회장으로 활동해온 클라우스 본담은 2006~2009년 코펜하겐의 부시장을 역임했다. 당시 그는 도시기술 관련 부서를 진두지휘하며, 훗날 코펜하겐을 변모시킬 자전거 정책을 책임졌다.

오랜 세월 노동자 도시로 통하던 덴마크의 수도에 처음으로 자전거 붐이 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한 세기 전 일이었다! 유럽의 다른 많은 산업국에서처럼, 코펜하겐에서도 1920~1940년대 도시의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눈부신 황금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자 코펜하겐에도 자전거 이용자 수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1949년 코펜하겐 시내 초입을 굳건히 지키던 루이즈 여왕 다리를 드나드는 자전거는 하루 6만 2,000대에 달했지만, 1970년에는 단 8,000대에 그쳤다. 물론 지금은 다시 4만 8,000명으로 증가했지만 말이다. 

1965년 코펜하겐시는 베스테르브로 지구의 경관을 해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12차선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코펜하겐시의 자전거 정책 책임자인 마리 카스트룹은 “다행히 코펜하겐시는 가난해서 필요한 재정을 충당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의 경우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덴마크는 이웃 스웨덴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스웨덴에는 볼보나 사브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도시 계획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프랑스에도 푸조나 르노, 미쉐린 같은 기업들이 있다.” 봉담이 설명했다.

코펜하겐시의 도시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1972년 폐기됐다. 이듬해 오일쇼크는 환경론자들의 입지를 더욱 넓혀 주었다. 베를린, 파리 등지에서 정기적으로 ‘자전거 혁명’을 표방한 위압적인 시위가 시청 청사 앞에서 열리곤 했다. “코펜하겐 시민들은 자유롭게 도시와 거리를 누빌 수 있게 되기를, 부디 정부 당국이 보행자와 자전거에 우선권을 주기를 소망했다. 결국, 그들의 바람은 이뤄졌다.” 카스트룹이 설명했다.

1세기 넘게 코펜하겐시를 이끌어온 사회민주주의 세력은 환경문제에 열린 자세를 지니고서, 사회자유주의 세력에서 좌파 생태주의 세력에 이르기까지 정파를 초월한 다양한 연대를 구축했다. 제2의 자전거 붐은 여전히 자전거 인프라가 곳곳에 남아 있고, 20세기 초의 사고관이 유지된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가령 예로부터 덴마크인들은 자전거 운전자가 독립된 도로를 사용하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예전에는 마차 통행용 차로변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다 정식으로 자전거 도로가 등장한 것은 1915년의 일이었다. 

1982년 이후 자전거가 점차 공공정책 속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전거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2005년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자전거 도로의 혼잡이 긴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코펜하겐시 최초의 여성 시장(2006~2009년)인 리트 비에르가르트는 자전거 인프라 투자 및 체계적 도로망 건설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2009년 코펜하겐 세계기후변화회의(결국 실패로 막을 내림) 개최를 앞두고는 코펜하겐시가 2025년까지 탄소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똑같은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2010년 비에르가르트의 뒤를 이어 코펜하겐 시장이 된 프랑크 옌센은 우파 야권 세력의 지지를 받아 전임 시장의 정책을 지속했다. “자전거 생활화는 좌파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자전거는 도시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우파의 기대에도 부응한다. 오늘날 자전거의 생활화는 극좌파에서 극우파까지 거의 모든 정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주차문제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조금씩 견해가 다르지만 말이다.” 봉담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의 다른 대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코펜하겐만의 특성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곳에서는 시의회 의원들도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글·필립 데스캉 Phlippe Descamp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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