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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매운동 무마’ 대가로 주류업체 돈 받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장
[단독] ‘불매운동 무마’ 대가로 주류업체 돈 받은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장
  • 조나리 기자
  • 승인 2020.06.12 10: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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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본사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본사

사단법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과 일부 이사진(지회장)이 주류 전문업체로부터 불매운동 무마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김춘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은 협회 내에서 의혹이 제기되자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결국 지난 5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그러나 받은 돈을 주류업체에 다시 돌려줬다는 이유로 이사회의 사퇴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 내부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해 초 있었던 부산지회장 선거가 발단이 됐다. 당시 주류 전문업체 디아지오코리아가 현 부산지회장인 정모 씨의 상대 후보를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지회를 중심으로 디아지오코리아 불매운동이 시작됐다는 것. 이에 디아지오코리아 측은 불매운동 확산을 막고자 전직 중앙회 관계자에게 중재를 요청, 지난 2월 20일 김춘길 회장과 부산지회장 정씨,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가 만남을 가졌다.

중앙회 관계자들은 이 만남 이후 금품이 제공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후보를 주류업체가 지원한 것도 이례적인 경우지만, 불매운동 무마 대가로 수억 원의 돈을 개인적으로 받는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와 김춘길 회장 등의 만남을 주선해준 전직 중앙회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개시될 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4월 중순 해당 의혹이 처음 제기되자 “그런 사실이 없다”며 줄곧 부인했다. 이에 한 달여가 지난 5월 25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집, 중앙회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몇일 만 시간을 달라”던 중앙회 측은 수일 후 “김춘길 회장은 다이지오코리아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비대위 측에 밝혔다.

이에 비대위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자, 뒤늦게 이달 5일 중앙회 이사회가 개최됐고 결국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디아지오코리아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2억원 중 5,000만원은 중앙회 공금통장에 입금하고 나머지 1억5,000만원은 다시 디아지오코리아에 반환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회는 김 회장에게 회장직 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회장은 현재까지 자신의 신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회는 12일 오후 2차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김 회장과 중앙회 등을 상대로 통장 거래내역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제보에 따르면 2억원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12일 이사회에서 거래내역 공개를 통해 진상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당일 회의 및 의결 결과 등을 검토한 후 향후 검찰에 고발 조치 등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5월 25일 중앙회 본사 앞에서 김춘길 회장과 디아지오코리아 간의 금품거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5월 25일 중앙회 본사 앞에서 김춘길 회장과 디아지오코리아 간의 금품거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내부 잡음 끊이지 않는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중앙회가 운영진의 비리 의혹으로 고초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앙회는 2018년 6월 당시 협회장이었던 오호석 한국직능인총연합회 총회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 중 구속되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당시 상임부회장이었던 김춘길 현 회장은 오호석 총회장이 구속되자 같은해 11월 보궐선거를 통해 협회장에 올랐다.

그러나 김 회장은 보궐선거 당시부터 자격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 인물이다. 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4개월 이상 회비 미납부 시 임원자격을 상실한다. 비대위는 김 회장이 대전지회장 재직 시 의무회비 등을 수년간 납부하지 않아 회장 선거 출마자격조차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협회장 보궐선거를 두고도 여러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후보 추천권이 있는 이사(12명) 3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지만, 당시만 해도 오호석 총회장의 측근이었던 김 회장 외에는 후보 추천조차 받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는 게 협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에 이번 사건을 두고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국 각 지회에서 협회 운영의 문제를 지적하는 전화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도 내부 개혁을 바라는 회원들의 제보가 아니었다면 조용히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지난 11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측에 사실확인 및 공식입장을 요청했지만 12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 한편 김춘길 회장은 기사가 보도된 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디아지오코리아로부터 받은 돈은 협회 운영 지원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협회에서는 업계 존립을 위해 불법영업소 고발활동과 이를 위한 사전 교육활동을 진행하는데 이 예산이 1년에 4억원 가량 들어간다”며 “통상 예산은 지회 회비로 충당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지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2억원을 디아지오코리아에 지원 요청을 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진행하지 못해 그냥 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지난 4월부터 줄곧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이유에 대해 “그 부분은 잘못을 인정한다. 방법이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조나리 기자 spot@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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