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구매하기
[류수연의 문화톡톡] 방구석에 갇힌 호모 루덴스를 위하여
[류수연의 문화톡톡] 방구석에 갇힌 호모 루덴스를 위하여
  • 류수연(문화평론가)
  • 승인 2020.06.15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집콕’이 야기한 문화적 지각변동2

||즐겨보자, ‘집콕

2020년은 아마도 대규모 집콕을 전 세계적인 일상이자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만든 해로 기록될 것이다. 팬데믹으로부터 초래된 이 피치 못할 상황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삶을 표준으로 만들었다. 마스크는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까지 보여주는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부각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랜선 출근과 랜선 등교 역시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인간이란 본래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는가? 팬데믹 초기부터 지속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집콕 문화는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놀이를 양산했다. 운동선수들은 자신만의 홈 트레이닝 동영상으로 팬들을 열광시켰고, 유튜브에서 촉발된 달고나 커피만들기는 여러 셀러브리티의 호응을 받으며 이제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바이러스로 인해 시작된 '방구석 1'은 이제 공연문화의 한 형식이 되어버렸다. K-pop 스타들의 주도 하에 새로운 공연방식의 하나로 정착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2020614일에는 방탄소년단의 유료 라이브 공연인 '방방콘 The Live’가 전 세계로 서비스 되고 있다. 랜선 문화의 확대가 만들어낸 이 새로운 방식의 문화적 소통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자료1. [방방콘 The Live] 포스터 – 출처 : 매일경제
자료1. [방방콘 The Live] 포스터 – 출처 : 매일경제

그런가 하면 웹콘텐츠 시장의 상승세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이 분야의 공룡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집콕에서 시작된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에 기반한 두 기업은, 2020년 들어 시가 총액 10위 권 안에 나란히 진입하였다.(연일 최고가 찍는 네이버·카카오, 중앙일보, 2020.05.25.) 이 급성장의 배경에 집콕 문화가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두 기업 모두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진출하고 있다고 하니, 바야흐로 웹콘텐츠가 시대를 재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그러나 집콕의 문화현상을 이러한 대중매체에만 의존해서야 쓰겠는가? 사실 집콕이라는 새로운(?) 일상은 그간 간과되었던 특별한 놀이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많은 시간을 집 안에 묶여 있어야 하는 요즈음은, 바쁜 일상과 약속들로 인해 미루어두기만 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기에 최적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책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로 한 대형 온라인 서점의 5월 전자책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1%나 급성장했다는 보도가 뒤따르기도 했다.(독서도 언택트, 헤럴드경제, 2020.06.02.)

 

||바로 이 책, 사물의 철학

그래서 추천하고 싶다. 돌아오는 주말에도 약속 하나 없이 생활 속 방역을 실천하는 이 시대의 여가인들에게 말이다. '벽지 디자인'을 넘어서 홀로의 자기만족을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 그것은 바로 '방구석 철학자'로 살아보기이다.

모름지기 새로운 놀이를 시작하려면 놀이 방식에 대한 탐구가 필수적이다. 이 사색의 놀이를 위해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바로 함돈균의 사물의 철학(세종서적, 2015)이다. 저자가 매일경제에 연재했던 칼럼을 묶어낸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자신의 사고 작용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길라잡이를 제공한다.

 

자료2. 함돈균의 『사물의 철학』 - 출처 : 교보문고
자료2. 함돈균의 『사물의 철학』 - 출처 : 교보문고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이다. 그것은 냉장고, 넥타이, 레고, 달력, 면도기, 물티슈처럼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흔한 것들이다. 그 중 어떤 것들은 집마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생필품이고, 어떤 것들은 개인의 취미나 기호를 위한 물건이다. 어떤 경우이든 이 모든 것들은 그 쓰임에 의해 호명되고 쓸모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는 도구적인 것들이다. 그렇기에 그 쓰임쓸모가 사라지는 동시에 가장 빠르게 폐기처분되어 쓰레기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함돈균 평론가의 날카로운 사색이 관통되면서 이 사물들의 가치는 그 쓰임쓸모를 넘어선다. 저자는 사물들을 쓸모의 차원에 종속된 도구가 아닌 인간과 관계 맺는 사물의 차원에서 사색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의 필요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의 것들이라고 해서, 그것이 단지 인간에게 종속된 것만은 아님을 역설한다. 그리고 하나의 존재로 탄생된 사물 안에는 그 쓰임쓸모를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들이 존재할 수 있음을 날카로운 언어로 증명한다.

이 책의 prologue에서 저자는 오늘날 도구들 중에는 이미 아주 힘이 세져서 쓸모와 목적에 관한 인간의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사물들도 많지 않은가.”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의 이 말은 이 책이 출판된 2015년보다 2020년에 더 크게 실감되는 것 같다. 그것은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사고하는 AI 시대로의 진입을 사실상 예감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그의 글은 때로는 사물의 기원으로부터 현재의 의미까지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분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일상의 감상을 뭉근하게 늘어놓다 어느 순간 날카로운 깨달음으로 귀결되는 산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더 관심을 갖은 것은 바로 함돈균의 사색 방식이었다. 낯익은 사물들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더해 낯설게 비트는 그의 칼럼은, 우리 삶에 감춰진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글쓰기 훈련에 있어서 꽤나 유용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랜선을 통해 진행된 방구석 사색

유튜브나 인스턴트 메신저처럼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매체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글쓰기는 그저 고루하고 진부한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여전히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된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는 여전히, 어쩌면 더 자주,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당위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현장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은 날로 더 강조되었지만, 그만큼 더 지루한 무엇이 되어갔다. SNS의 발달로 인해 글쓰기를 하나의 유희로 삼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이것을 반영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였다. 교육이라는 커다란 목적 아래서 글쓰기는 놀이인 동시에 학술적인 그 무엇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내가 마주친 것이 바로 이 사물의 철학이었다.

사물을 둘러싼 짧은, 그러나 명쾌하고 진중한 사색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 영감은 소셜미디어라는 재기발랄한 매체와 글쓰기를 연결하는 강의를 개발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여기서 소셜미디어라는 말은 사실 미끼요, 실상은 한 학기 내내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접하는 강의가 그것이었다.

이 강의에서 화룡점정이 되는 커리큘럼은 바로 사물의 철학의 사색 방법을 따라 쓰는 활동이다. 마치 스스로 평론가나 철학자가 된 것처럼, 자신에게 익숙한 사물을 설정하고 그 사물을 통해 오늘의 문제를 사색하는 과제가 그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과제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팬데믹이라는 상황 속에서 의도치 않게 진행된 원격수업 때문이다. 결코 예상할 수 없었던 이 미래적인(?) 수업방식으로 한 학기를 보내면서, 나의 강의는 그간 위장에 불과했던 소셜미디어라는 가치를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원격수업과 SNS를 통한 랜선 네트워크가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직 랜선을 통해 일상의 모든 것을 수행하게 된 이 전대미문의 시기에 사물의 철학을 통해 환기된 ‘2020의 키워드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이 책에서 함돈균이 던져준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라는 화두는, 그 어떤 물리적 접점도 없이 오직 사물을 통해 타인과 접속해야 하는 오늘의 청년들에게 보다 절실하게 다가온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에서 잠시 소개하고 싶다. 비록 서툴지만 그래서 가장 솔직한 대학생들의 2020에 대한 인상(印象)이 그것이다. 잠시 짬이 난다면 링크로 들어가서 일독하시길 요청드린다.

 

자료3. 인하대학교 [소셜미디어와 자기주도적 글쓰기] 수강생의 ‘따로 또 같이’ 에세이출처 : https://blog.naver.com/aoppe2255/221989668380https://m.blog.naver.com/PostList.nhn?permalink=permalink&blogId=kkkkang0611&proxyReferer=&proxyReferer=http:%2F%2Fblog.naver.com%2Fkkkkang0611https://blog.naver.com/parksom25/221989930110http://blog.daum.net/socialmedia4joooo/2https://blog.naver.com/hojin8972/221989600702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oyun1103&Redirect=View&logNo=221989648295&categoryNo=1&isAfterWrite=true&isMrblogPost=false&isHappyBeanLeverage=true&contentLength=37367
자료3. 인하대학교 [소셜미디어와 자기주도적 글쓰기] 수강생의 ‘따로 또 같이’ 에세이

https://blog.naver.com/aoppe2255/221989668380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permalink=permalink&blogId=kkkkang0611&proxyReferer=&proxyReferer=http:%2F%2Fblog.naver.com%2Fkkkkang0611

https://blog.naver.com/parksom25/221989930110

http://blog.daum.net/socialmedia4joooo/2

https://blog.naver.com/hojin8972/221989600702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hoyun1103&Redirect=View&logNo=221989648295&categoryNo=1&isAfterWrite=true&isMrblogPost=false&isHappyBeanLeverage=true&contentLength=37367

 

혹시 오늘의 무료(無聊)에 지치지는 않았는가? 범람하고 있는 랜선 콘텐츠들에 이미 식상해져버리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제 함돈균의 사물의 철학을 펼쳐 보라. 가장 일상적인 사물들이 낯설게 변화하는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한 줄을 더해보자. 사색과 글쓰기는 일단 빠져들면 수없이 반복해도 만족할 수 없고, 그래서 결코 질리지 않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놀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 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문학/문화평론가. 인천문화재단 이사. 계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현재는 문학연구를 토대로 문화연구와 비평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음.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시 종이신문 과월호를 발송 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