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류수연의 문화톡톡] 현실의 경계에서 마주친 청춘의 얼굴
[류수연의 문화톡톡] 현실의 경계에서 마주친 청춘의 얼굴
  • 류수연(문화평론가)
  • 승인 2020.10.19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방탄소년단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청춘기록]까지
사진1. 방탄소년단의 [No More Dream] 뮤직비디오 캡처. 출처: 빅히트.
사진1. 방탄소년단의 [No More Dream] 뮤직비디오 캡처. 출처: 빅히트.

 

얌마, 니 꿈은 뭐니?

얌마, 니 꿈은 뭐니?

얌마, 니 꿈은 뭐니?

니 꿈은 겨우 그거니

I wanna big house big

cars n big rings

But 사실은 I dun have

any big dreams

(중략)

니가 꿈꿔온 니 모습이 뭐여

지금 니 거울 속엔 누가 보여

(중략)

지겨운 same day

반복되는 매일에

어른들과 부모님은 틀에

박힌 꿈을 주입해

장래희망 넘버원 공무원

(하략)

 

이 도발적인 가사는 이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데뷔곡 <No More Dream>의 도입부이다. “얌마, 니 꿈은 뭐니?”라고 묻고 니 꿈은 겨우 그거니라고 말하는 도입의 가사는 대단히 도발적이다. 이러한 도발의 이유는 노래의 중반에 가면 명확해진다. 그것은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대리욕망이 주입된 틀에 박힌 꿈을 말하는 청년들을 향한 외침이다. 큰 집, 큰 차, 안정된 직장. 그것이 진짜 당신의 꿈이냐고.

이 노래의 가사는 지독하도록 현실적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요구하고 또 제공하는 진로는 언제나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그것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묻지만, ‘어떻게살고 싶은지는 묻지 않는다. 바야흐로 꿈이 그대로 미래의 직업과 동의어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물론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거기에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지에 대한 문제가 늘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이 동시대 청년을 대표하는 얼굴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메시지는 무엇이 아닌 어떻게에 맞추어져 있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음악으로 동시대 청년들에게 울림을 준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외쳐왔던 ‘Love Yourself’는 결국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자기 자신의 삶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방탄소년단이 쏘아 올린 청년이라는 가치는 K-pop이라는 영역에 갇혀 있지 않고, 방탄소년단을 향한 세계적인 주목과 함께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대중미디어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2020년에는 유독 청년세대의 건강성을 다룬 드라마가 강세를 보였다는 것은 그 방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드라마라는 콘텐츠가 과거만큼의 위상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청년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화제성 면에서 단연 강세를 보였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청춘기록> 역시 그러한 지향 위에 놓여 있는 작품들이다.

사진2.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포스터. 출처: SBS 홈페이지.
사진2.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포스터. 출처: SBS 홈페이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두 주인공 채송아(박은빈 분)와 박준영(김민재 분)은 각각 꿈과 재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경영학과를 포기하고 4수 끝에 음대에 입학한 채송아에게 바이올린은 꿈이고 열정이다. 하지만 재능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는 현실적인 벽이 된다. 반면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박준영의 재능은 그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그에게 재능은 언제나 더 큰 을 떠올리게 만드는 굴레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다 주목되는 것은 채송아의 고군분투이다. 오직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과 애정만으로 달려왔지만,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깨달은 것은 더 큰 절망뿐이다. 의지했던 지도교수조차 그녀를 음악적 제자가 아닌 현실적인 필요로서만 대했음을 알게 되면서, 재능의 부재는 열정과 애정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깨달음에 도달해버렸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말한다. 꿈을 가지라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지만 그 꿈에, 좋아하는 일에 닿을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언젠가 박진영은 강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회계학을 잘한다면, JYP 회계 팀에 들어오라고. 그것은 꿈에 가까워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임에 틀림없다. 필자 역시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학생들에게 박진영의 말을 자주 인용해준다. 실제로 이러한 선택은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로 잊어버린다. 그 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것이 진짜 행복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점을. 바로 채송아처럼 후회 없도록 부딪쳐 자기 열정을 밀어붙이는 그 과정말이다. 따라서 박진영의 말이 행복한 답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거기에 과정에 대한 후회는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채송아의 최선은 충분했다. 그녀의 선택이 현실일지, 아니면 또 다른 과정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사진3. 드라마 [청춘기록] 포스터. 출처: tvN 홈페이지.
사진3. 드라마 [청춘기록] 포스터. 출처: tvN 홈페이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마찬가지로 <청춘기록> 역시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모델에서 배우로 전업한 주인공 사혜준(박보검 분)은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올곧은 방식으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인물이다. 또 다른 주인공 안정하(박소담 분)는 참 많은 부분에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채송아와 닮았다. 그들은 모두 기성세대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진로-명문대 경영학과(채송아)와 대기업 사원(안정하)-를 포기하고 꿈을 선택했다. 꼭 닮은 두 사람이지만 안정하에게는 채송아에게 없는 무기가 있다. 바로 재능 말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비하면 <청춘기록>의 인물들은 꽤나 행운아(?)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금상첨화로 그것을 충족할 만한 재능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장밋빛인 것일까?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선택했음에도 기회를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두 드라마의 결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박준영은 채송아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꿈과 열정을 재발견했고, 채송아 역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을 것이다. <청춘기록>에서 톱스타로 성공한 사혜준은 자신만의 올곧은 방식으로 루머를 이겨낼 것이고, 그의 연인 안정하 역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자기 입지를 다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사랑은? 두 드라마 모두 로맨스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너무 하다고? 아니, 결코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결과로서의 무엇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과정, 바로 어떻게이다. 지름길이 아닌 정도로서 자기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사실 그 결과가 완벽한 무엇으로 완성되지 않아도 좋다. 아니, 사실은 조금 덜 완벽했으면 좋겠다. 꿈의 완성을 바라는 판타지를 충족하면서도 현실이라는 경계를 놓치지 않는 결말이면 좋겠다. 그것이 오히려 보다 현실적인 위로를 만들어줄 수 있으니 테니 말이다.

사진4. 방탄소년단 [Dynamite] 뮤직비디오 캡처. 출처: 빅히트
사진4. 방탄소년단 [Dynamite] 뮤직비디오 캡처. 출처: 빅히트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So watch me bring the fire

and set the night alight

Shoes on get up in the morn

Cup of milk let’s rock and roll

King Kong kick the drum

rolling on like a rolling stone

Sing song when I’m walking home

Jump up to the top LeBron

(하략)

 

다시 방탄소년단으로 돌아가자. <No More Dream>의 도발이 현실의 문제를 자각시켰다면, 최근 발매된 싱글 <Dynamite>는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이를 향한 위로를 전한다. 청년들의 열정은 그것이 완전한 무엇이어서 아니라 오늘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어떻게이기 때문에 빛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발을 신고, 우유 한 잔 마시고, 거침없이 살아가는 그 일상. 거기에 가장 찬란한 불꽃이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너무나도 척박하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대중문화는 주저앉지 않았다. 대중문화 속에서 반짝이는 이 가능성이, 그저 판타지가 아닌 이 시대 청년들의 현실에서 빛나기 위한 어떻게는 무엇일까?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코로나 이후를 바라보며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글·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문학/문화평론가. 인천문화재단 이사. 계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현재는 문학연구를 토대로 문화연구와 비평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음.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