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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이후 세계질서, 중⦁미간 신냉전, 그밖의 수많은 ‘전태일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1월호 리뷰
미 대선이후 세계질서, 중⦁미간 신냉전, 그밖의 수많은 ‘전태일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1월호 리뷰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0.10.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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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 무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차기 미대통령은 누가 될 것이며, 신냉전으로 번지고 있는 중미 갈등은 어떻게 될 것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 한국어판 11월호는 미 대선과 5G를 둘러싼 중미간 지정학적 전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중⦁미갈등 - 리더는 존재하는가

‘미국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의 필자 올리비에 자젝 장물랭리옹 3대학 정치학 교수는 미 대선을 둘러싼 각축전을 바라보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물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구도는 ‘패권국가의 힘을 오로지 미국인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일방주의와 ‘미국이 세계의 리더로서 모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공화주의의 대립으로 요약된다. 미중관계가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국제정치의 판도가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자젝은 “누가 대통령이 되던 간에 미국의 대외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그는 이른바 ‘패권국’의 지위를 설명하는 ‘세계질서’개념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한다. 현대 국제정치는 패권을 가진 리더국가(바이든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가 세계의 질서를 수호하는 양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금의 국제관계는 강대국 간 경쟁과 역내 상황, 보편적 이해관계 등 다양한 층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예브게니 모로조프는 ‘중국이 이끄는 5G 전쟁’에서, 세계 기술경쟁에서 약진하는 중국의 달라진 위상과 그로 인해 격화되는 중·미 갈등을 다루었다. 애플 제품에 적혀있던 문구,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 중국에서 조립”은 이제 과거에 불과하다. 미국에 독보적인 5G 서비스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기업 화웨이는 자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로조프는 최근 5G를 둘러싼 미·중 논쟁에 대해 “경제, 지정학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거대한 대립”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력을 확장중인 중국은 히말라야를 맞댄 이웃국가 인도와 충돌한 바 있다. 바이주 나라반 아쇼카대 교수는 <히말라야 꼭대기에서 벌어진 난투극>을 통해 인도-중국 접경지 ‘그레이존(영유권이 불분명한 중간지대)’에서 일어난 무력충돌을 다뤘다. 2020년 6월 15일 벌어진 이 난투극은 중국의 영토 확장 야욕을 보여준다.

중국의 부상으로 말미암은 세력양극화 현상을 불확실성의 증가로 본다면, 이를 막아 줄 수 있는 세력 중 하나는 러시아일 것이다. 자젝에 따르면 러시아는 “트럼프의 취임 초기부터 그 유착관계를 의심받”고 있다. 대선으로 정권이 뒤바뀐다 해도 냉전이 끝난 지금 미-러 관계에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 보긴 어렵다. 러시아는 누군가의 바람처럼 <미국 패권의 지지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무원, 신하가 아닌 시민

정치인 출신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관료출신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을 향해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당국과 공무원간 암묵적인 상하관계를 부정했다. 해당 발언을 놓고 윤 총장이 공무원 신중의 의무를 저버린 게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그레고리 르젭스키는 ‘공무원의 신중의 의무’에서 ‘신하 공무원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시민 공무원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1983년 도입된 공무원 신분 일반법으로 프랑스 공직사회에서 자유가 일부 허용되었다. 19세기 까지만 해도 공무원은 투표를 해서는 안된다고 여겨질 만큼, 공무원의 사적 자유는 검토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남에 따라 공적 행위조차 민주적 토론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공무원에게도 시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인정하고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면, 진영갈등을 배제한 새로운 시선으로 윤석열의 발언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두 개의 축, 노동과 자본의 관계는?

지난 10월, 한국자본주의의 상징적 인물 이건희가 죽었다. 공교롭게도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 인권을 외치며 분신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이에 <르 디플로> 한국판 11월호는 자본가의 삶과 노동자의 삶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시대를 담았다.

<전태일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 저자인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를 통해 치열했던 전후 노동자의 삶을 보여준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점철되어있다. 특히 공장에서 근무하는 미싱사 등 소위 ‘미숙련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심각했다. 소수 자본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들은 좁은 다락방에서 잠 안오는 약을 먹어가며 하루 14시간동안 옷감과 씨름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투쟁으로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주목 받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한국노동운동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년을 맞은 지금, 노동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건희가 만든 신자유주의 ‘신화’들>의 필자인 성일권 <르 디플로> 발행인은 이건희가 이룩한 ‘삼성의 신화’, 곧 ‘신자유주의의 신화’를 다룬다. 삼성은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신자유주의 사상을 한국에 도입하며 “객체와 주체의 동일시”신화를 만들어낸다. 소수의 노동자에게 일종의 ‘엘리트’ 지위를 부여함으로서 양극화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대기업이 이러한 경영모델을 그대로 답습했다. 노동자에 대한 자본(기업)의 착취는 오늘날 더 교묘한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로봇보다 빠르고 정확한 ‘미숙련 노동자’> 저자 리지오시어(인권 변호사)는 소위 단순노동, 미숙련 노동이라 불리는 분야의 노동이 전문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패스트푸드 드라이브스루에서 일하려면 주문을 받기와 주문서 전송, 고객 응대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평균 보수가 낮을지 몰라도 업무의 전문성만큼은 소위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업에 뒤지지 않는 면이 있다. 하지만 자본(기업)은 극도의 분업화를 통해 노동자로 하여금 아주 간단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를 로봇처럼 만드는 것이다. 이는 노동강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노동자의 저임금을 정당화한다.

팬데믹 사태로 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악화됐다. 특히 청소 노동자는 방역의 최전선에 있다는 이유로 감염 위험을 무릅써야 할 뿐만 아니라 전보다 과중한 업무를 떠맡아야 한다. 억압에 대해 보상받을 길은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많은 단순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휴가철 호텔의 고달픈 임시노동자>에서 마리모르강 기자는 펜데믹의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동시에 노동자 처우를 개선시킬 방안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기본소득은 나라를 빚더미에 앉힐까 - 국가 채무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본소득이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지급한 ‘코로나 보조금’이 기본소득의 시발점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소득제도는 필연적으로 도입 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가지 화폐 음모론, 국가 채무에 대한 오해가 뒤섞여 공포를 조장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증가한 국가 부채가 더욱 증가하면 경제위기를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음모론에 휘둘리는 국가채무의 진실>의 저자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의 다양한 이점을 소개하며 국가채무는 ‘절대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글에 따르면 한국의 특권층이 국가 채무에 대한 오해를 조장한 측면이 있고 그 목적은 기득권의 유지다. 양극화의 해소는 곧 특권층의 권력이 일부 이양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국뽕’ 말고 ‘세계성’

‘리버풀FC’는 리버풀의 ‘국뽕’을 책임지고 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꾀하는 일부 리버풀인들에게, 28일 리버풀FC가 가져온 승리는 고무적이다. 캉탱 기용 <르 디플로> 특파원은 <“리버풀 FC의 성공은 사회주의에 기반한다”>에서 리버풀FC 팬들의 독특한 팬문화를 다뤘다. 그들은 “우리는 영국인이 아니다. 우리는 리버풀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내건다. 영국의 브랙시트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통제 등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본디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세계화를 기반으로 유럽의 통합을 추구해왔다. 때문에 리버풀 FC 팬들의 성향이 지나친 국수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무슬림인 모하메드 살라 선수가 리버풀FC에서 활약하자 무슬림에 대한 혐오범죄가 감소하는 등, 세계화를 평화적으로 수용할 여지가 리버풀 내에 싹트고 있다. 한편, BTS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BTS는 신곡 <Dynamite>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그들을 보며 한국인은 ‘국뽕’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BTS의 인기비결은 ‘국뽕’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정체성이 내포하는 ‘세계성’이다.

이밖에도 <르디플로> 11월호는 포커스면에서 ‘하나의 팬데믹, 두 개의 미래’를, 지구촌 섹션에서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관망중인 시민혁명’과 ‘실크로드의 봄 예고하는 카자흐와 우즈벡’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이슈를 폭넓게 다뤘다. 또한 한국 섹션에 ‘내 어머니와 함께 떠나고 싶은 <카일라스 가는 길>’과 ‘책의 운명, 과연 비극으로 끝날까’ 등을 실으며 일상 속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만화로 읽는 <르몽드세계사>의 7번째 이야기는 프랑스의 청년 무슬림에 대한 질문과 답을 담았다. 일상적인 문화충돌 속 바람직한 시민의 자세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낸다.

한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자매 계간 무크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의 두 번째 이야기로 오는 12월 중순 ‘문학, 역사를 넘보다’를 펴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플랫폼인 ‘텀블벅’에서 독자 후원자를 모집중이다. 낙엽이 지는 11월의 깊어진 가을에 독자 여러분의 애독과 건강을 기원해마지 않는다.  

글·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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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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