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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은 당연시되는 질서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일' - <마니에르 드 부아르> 두 번째 이야기
'작가정신은 당연시되는 질서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일' - <마니에르 드 부아르> 두 번째 이야기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01.07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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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역사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과거 놓쳤던 부분들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도 있다. 
뉴저지의 소규모 유대인 사회에 국한되었던 시선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낀 소설가 필립 로
스는 미국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역설적으로 조망했다. 그의 경우, 소설이 아메리칸 드림
의 부정적인 측면을 파헤칠 사명을 지녔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는 대표작 『미국의 목가』
(1997)에서 미국의 반(反)문화와 관련한 극단적 갈등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1970년
대, 일부 청년들이 빠져든 테러리즘의 자기 파괴적 일탈 행위를 그려냈다. 역사와 소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소설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잊혀지는 것, 고의적인 집단 기억상실에 반대하는 글쓰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기 스카르페타, 랭스대학교 교수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 겨울호 『문학, 역사를 넘보다』 발췌

 


 

 

 

㈜르몽드 코리아는 계간 무크지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 겨울호 『문학, 역사를 넘보다』를 5일 출간했다. 본 잡지에는 세계의 저명한 필자 22명이 참여했다. 잡지는 세계사의 비정한 현실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활자로 옮긴 작가들의 올곧은 문학 정신을 조명하면서, 이들이 추구했던 작품의 여정을 따라갔다. 불멸의 문학을 일궈낸 작가들과 그 작품을 집중 조명한 글들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를 통해 문학을, 문학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다

역사 속 문학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다. 일례로, 국내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작가인 조지 오웰은 스탈린주의에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오웰은 '자신이 우파가 아니며, 좌파의 품에서 있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주장했다는 반전을 누가 알았을까. 뿐만 아니다. 러시아의 혁명가 레닌이 청소년시절 괴테와 톨스토이 작품을 숙독하여 추후 혁명과정에서 정적들을 매섭게 비판할 때, 두 작가의 작품을 종종 교묘하게 활용했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 겨울호는 이처럼 역사를 통해 문학을, 또 문학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세계사의 비정함 앞에 침묵하지 않았던 작가들의 올곧은 문학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잡지는 작가정신이 깃든 작품의 여정을 진지하게 조명했다. 

 

'장전된 권총'과 같은 지식인의 '말'

필자 안 마티외 로렌대학 교수는 잡지에서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한다. '진정한 지식인의 책무란 때로는 말을 '장전된 권총'처럼 사용하는 데 있지 않은가!' 작가 정신은 규범을 따르는 시대정신과는 다르다. 작가 정신에 충만한 이들은 시대에 순응해야 한다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인류가 당면한 불합리를 끊임없이 들춰내는 게 자신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믿는다.

작가이자 평론가인 기 스카르페타는 프롤로그에서 “소설의 거장들은 다른 해석 체계나 표현 체계를 벗어나, 역사와 역사의 공식적인 거대 담론이 놓치는 부분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한다. 많은 작가들이 상업적인 경쟁력에 내쫓기고 있지만, 이처럼 고집스럽게 스스로 믿는 ‘진실’로 역사의 빈틈을 채우는 작가들이 있기에 불멸의 문학이 만들어진다.

 

이번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ère de voir)> 겨울호는 1부 침묵을 깬 작가정신, 2부 아름다운 불복종, 3부 본질을 기록한 활자들, 4부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로 구성되며, 사르트르, 리우 젱운, 입센, 브레이트, 쿤데라, 옹프레, 카뮈, 아라공, 레닌, 르 귄, 세익스피어, 위고, 고디머, 발자크, 괴테, 버나드 쇼, 보들레르, 오웰, 마르케스 등 시대를 고민하고 저항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다뤘다.

영문학자 손현주 박사는 서문의 글에서 “영화의 발달에 이어 스마트폰의 생활화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언어와 사진, 그리고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며 소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의 모든 순간을 서사의 재료로 삼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생산해 낸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서사에 목마르다. 거대 서사가 사라진 자리를 수많은 미세서사의 공통분모, 즉 ‘보편서사’를 찾아 대체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 문학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박한 생존의 벽 앞에서 문학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요즘, 이번에 출간된 <마니에르 드 부아르>의 두 번째 이야기,  『문학, 역사를 넘보다』는 문학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을 다시금 반추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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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