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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을 통한 사회 공헌,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정기술을 통한 사회 공헌,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 안치용, 김나경, 이연진 기자
  • 승인 2021.07.03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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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ESG시민혁명] 김재술 공생기술센터장

“자립기술이란 외부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각자가 가진 주변여건에 맞춰 독자적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에서 오는 전기는 외부의 도움이고 상수도관을 통해서 오는 것도 외부 도움이지요. 바람이 많으면 풍력발전, 계곡이 있으면 수력발전에 집중하는 게이 에너지 자립입니다.”

 

▲ 공생기술센터 김재술 센터장(오른쪽에서 세번째) 생활ESG행동 안치용 시민행동본부장(왼쪽에서 첫번째)
▲ 공생기술센터 김재술 센터장(오른쪽에서 세번째) 생활ESG행동 안치용 시민행동본부장(왼쪽에서 첫번째)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생활ESG행동 사무실에서 ‘자원순환 정책, 생활ESG행동 실천과제는 무엇인가?’ 를 주제로 열린 생활ESG 라운드테이블에서 김재술 공생기술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적정기술의 시민적 공유를 통한 자립 공동체를 역설하며 수십년을 활동했다. 

 

자립기술과 적정기술

 

공생기술센터는 자립기술을 보급하기 위한 기술 개발, 자립 교육, 강연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순수 민간단체로, 2012년에 설립되었다. 기술 공유와 공생을 목표로 한 기술 공동체이다. 

 

“한동안 국내에서 에너지 자립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단어이지만 뉴스나 매체의 설명을 집중해서 보면 에너지 자립의 99%가 태양전지 분야에만 집중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에너지 자립을 태양광전지 분야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 센터장은 에너지 자립를 많은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생기술센터에서는 5가지의 자립기술에 집중한다. 첫 번째는 전기 자립이다.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다양한 자립 전기생산기술을 말한다. 두 번째는 난방을 위한 열에너지 획득 기술인 열 자립이다. 세 번째는 안전한 식수 생산을 위해 물을 정수하고 살균하는 식수 자립이다. 네 번째는 오수와 폐수를 처리하는 오폐수 처리 기술이다. 개인이 오폐수를 정화할 수 있는 기술이 지금은 없다. 마지막으로는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자립기술은 흔히 적정기술로도 표현된다. 적정기술이란 기술이 사용되는 특정 사회ㆍ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그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을 의미한다. 적정기술은 식수, 농업관련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데 오염된 물을 즉시 식수로 쓸 수 있게 해주는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 같은 게 대표적이다. 큰 자본이 들지 않는 간단한 기술을 이용하는 적정기술은 주로 첨단기술과 같은 신기술을 사용할 형편이 되지 않는 빈곤국가 사람을 위해 연구되고 사용된다. 

 

▲ 적정 기술이 활용된 Life strawⓒ CNET Youtube
▲ 적정 기술이 활용된 Life strawⓒ CNET Youtube

 

적정기술의 정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적정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전제로 하고 있는가이다. 어떤 기술을 통해 삶의 질 향상,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 그리고 고용 창출 등이 가능하다면 이 기술을 적정기술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져가는 요즘 적정기술은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 적정기술의 현주소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적정기술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김 센터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보통 적정기술이라 하면 농촌이나 개발도상국에만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도시나 선진국에도 적정기술이 필요하다며 생존 필름의 활용을 예로 들었다. 생존 필름은 조난 시에 몸에 부착하여 체온 반사를 통해 온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필름이다. 이 생존 필름을 여름철에 창문에 붙이면 필름이 열 에너지를 반사하기 때문에 약 20%의 에너지가 절감된다. 과학적으로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간단한 이 제품을 도시에서 사용함으로써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일반 시민이 이 같은 자립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교육하여 적용하는 것이 그가 세운 공생기술센터의 사명이다. 지금까지 센터에서 개발한 기술은 20여 가지이다. 빗물 식수화 기술이 대표적이다. 막연하게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을 두고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적정기술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앞서 제기된 질문처럼, 본래 적정기술이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을 도와주는 비(非)첨단기술이란 의미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선진국인 한국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적정기술 분야는 활동가 본인의 의지와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정신이 없으면 일하기 힘든 분야”라고 말했다. ‘적정기술활동가’로만 살면 기본적인 생활이 안된다는 게 경험에서 나온 그의 진단이다.

적정기술을 개발하려면 첫번째로 문제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두번째로 문제 해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 기술을 전파할 조직과 자금이 있어야 한다. 앞의 두 조건을 갖추고 조직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마지막 조건까지 갖춘 적정기술 활동가나 단체는 국내에 거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적정기술의 발달 속도는 매우 더디다.

 

시민 교육의 한계와 기술 보급 방식의 변화

 

60살을 훌쩍 넘긴 김 센터장의 삶은 모색의 연속이었다. 젊은 시절 사회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으로 옮아갔고 환경운동을 거쳐 자신의 전공을 살린 자립기술 분야에 투신했다. 공생할 수 있는 자립기술의 교육을 통해 일반 시민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막상 강의를 들을 때는 “참 좋은 기술”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현실에서 활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2000년 이전에 시작해 20년 넘게 400회 이상의 강의를 진행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그는 매우 아쉬워했다. 

조금 더 현실적응성이 높은 기술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폐플라스틱 처리장치 개발에 집중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플라스틱을 이용한 제품은 쏟아지고, 재활용되는 양보다 그냥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더 많아 폐플라스틱의 양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플라스틱을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상태의 폐플라스틱은 전체 폐플라스틱에서 매우 적은 양이다. 

김 센터장은 따라서 소각이 답이라고 주장한다. 오염 없이 안전하게 플라스틱을 소각하는 기술로 폐플라스틱을 기름처럼 연료로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현재 공생기술센터의 목표는 파쇄장치, 완전연소장치, 열 회수장치, 발전장치, 미세먼지 제거장치를 20피트짜리 컨테이너 안에 조합하여 안전한 플라스틱 소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배출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의 컨테이너에 모든 장치를 포함하도록 설계되어 기계가 차지하는 면적이 작고 활용이 편리한 게 장점이라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폐플라스틱을 씻지 않고 주어진 상태 그대로 투입하여 연료화할 수 있어 국내는 물론 난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몽골 등지에서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그는 기대를 표했다.

 

사명으로 이루어지는 시민운동

 

▲ 김재술 공생기술센터장
▲ 김재술 공생기술센터장

 

김 센터장은 이 장치를 개발하는 도중 큰 폭발 사고를 겪어 전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 7개월을 입원해야 했다. 불행한 이 사고 말고도 그의 삶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자립기술을 강의한다고 20여년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앞서 자신의 평가대로 이러한 노력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폐플라스틱 연료화 사업 또한 자금 문제로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OICA나 중소기업벤처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모에 몇 번이고 응모하는 등 어렵사리 활로를 찾는 중이다. 

적정기술 컨설팅이나 강의 등으로 풀뿌리 단체나 자립 마을 공동체를 대상으로 활동한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사명감은 여전하고, 어려움 또한 여전하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자신의 노력이 그 자체로 의의를 갖겠지만, 그래도 그 노력 중 하나가 활짝 꽃피기를 바라는 마음에 김 센터장은 여전히 현장에서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글 안치용 ESG연구소장 겸 생활ESG행동 시민행동본부장
    김나경·이연진(청년ESG플랫폼 소속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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