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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의 시네마 크리티크] 그들의 파라다이스를 향해 - <컴 애즈 유아>
[송연주의 시네마 크리티크] 그들의 파라다이스를 향해 - <컴 애즈 유아>
  • 송연주(영화평론가)
  • 승인 2021.07.0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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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물네 살 ‘스코티’는 연애를 하고 싶고, 랩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스코티는 태어날 때부터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전동휠체어를 조작할 정도의 손가락 움직임만 겨우 가능한 정도다. 연애는 말로만 추구할 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고, 그런 자신의 처지를 랩으로 털어놓기를 좋아하는 스코티. 그의 옆에는 늘 엄마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엄마와 대화가 잘 통하지는 않는다. 래퍼를 꿈꾸는 스코티처럼 엄마도 말이 많은 편이지만, 그녀는 자기의 이야기만 한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앞을 볼 수 없는 ‘모’는 서른다섯 살이다. 치료센터에서 스코티와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면서도 가장 친한 친구다. 그도 어머니와 살고 있는데, 스코티와 달리 어머니에게 솔직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권투선수였지만, 이제는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맷’ 역시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을 오간다. 맷에게는 귀여운 여동생이 있고, 다리를 다치기 전부터 사귀어온 여자 친구도 있다. 그리고 엄격한 아버지도 있다.

성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스코티는 휠체어를 타면서도 멋진 여자 친구를 사귀는 형으로부터 ‘르 샤토 파라디(Le Chateau Paradis)’의 명함을 받게 된다. 그 곳은 지체 장애를 가지고 수년간 자신의 성문제를 고민해온 필립이라는 사람이 만든 ‘파라다이스’다. 필립은 ‘르 샤토 파라디’ 홈페이지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환영한다고, 당신 모습 그대로 오라고.

스코티의 제안으로 맷과 모는 국경을 넘어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파라다이스를 향해 떠나는 위험한 여행을 하기로 한다. 영화의 로드트립은 이렇게 시작한다. 신체장애를 가지지 않은 남자들이라도 ‘첫 경험’을 위해 모여서 장거리 가출을 한다는 것은 꺼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창피해서 말 못하고 도망치듯 떠난 여행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제약 때문에 뜻밖의 상황들이 연속되고 그로인해 유발되는 코믹한 상황들은 관객들이 이들을 비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 그 자체에 함께 하도록 만든다.

 

로드무비는 길을 떠나고, 그 길 위에서 모험하며 동행하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사건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종착점에서 인물의 변화가 일어나는 장르다. 그 속에 세부장르와 플롯은 다양하게 들어갈 수 있다. 이 영화는 코미디이며 추구의 플롯을 갖고 있다. 영화 내내 비하 없는 유쾌한 웃음을 주려 노력하고, 외면적으로는 ‘세 남자의 첫 경험’과 ‘여행’을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내면적으로 ‘세 남자의 내적 성장’을 이뤄내기도 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성문제 해결을 추구하지만, 성문제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의 일부다. 신체적으로 자유롭지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정서적으로 이들은 자유를 원한다. 집과 병원을 오가며 반복적인 일상을 살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탈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목적지까지 멀고 먼 거리도 문제지만, 이들을 향한 편견어린 시선과 이들을 뒤쫓는 가족들 그리고 신체의 불편함도 극복해야할 대상이다.

이렇게 걸을 수 없고, 앞을 볼 수 없는 세 남자의 힘겨운 로드 트립을 웃음과 감동으로 끌어가는 데에 결정적인 조력자가 있는데 그는 바로 간병인이자 운전자인 ‘샘’이다. 이름에서 남자라고 생각되지만, 이 발칙한 여행의 운전자 샘은 뜻밖에 여자였고, 그 때문에 벌어지는 리액션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영화는 샘이 가진 아픔과 이들을 향한 공감을 질척이지 않고 깔끔하게 표현했다.

 

기어이 이들을 걱정하며 따라온 가족들에게 절대로 여행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은 이제 솔직하게 여행의 목적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창피해서 말 못한 것을 이제 창피해하지 않기로 했으며, 허락을 안 해도 갈 것’이라고. 그런 외침은 가족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들의 여행을 지지하게 한다.

주인공들 내부의 다툼, 주인공들과 가족들의 갈등, 이들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과의 갈등이 과하지 않게 영화에 녹아있는데, 특히 이 영화에서 좋은 점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들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짚어주는 것이다. 로드무비의 여정에서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내적 다툼과 로그라인에서 연상되는 사회적 편견을 기대하고 보기 쉽다. 그러나 길 위에서 이들을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서 이들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소수였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들을 비하하지 않는다. 동정하며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비하도 없어서 오히려 그런 순간순간들이 소소한 감동을 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가족’이다. 몸이 불편한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과 그들을 이해하는 순간이 잘 포착되어 있고, 특히 이들의 여행을 따라오지 않은 모의 어머니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당신은 집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나요?“

영화를 본 뒤 마음에 남는 질문이다. 파라다이스를 향해 떠난 여정에서 이별을 겪고, 깊은 것을 얻어온 영화는 걷지 못해도, 볼 수 없어도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무겁지 않고, 뜨겁지 않고, 따뜻하게, 웃을 수 있게.

 

 

*사진 출처 : 네이버 - 영화 - <컴 애즈 유아>

 

글·송연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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