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독자 여러분에게 미안한 말씀부터 드려야겠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의 가격이 이번호부터 조금 오른다. 편집인이지만 전국언론노조 산하 르 디플로 분회 조합원인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경영진의 판단과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정기구독 중인 분들에게는 소급해 적용하지 않는다. 28면으로 제작되는 프랑스판보다 10여 면 많은 40~44면 발행, 로열티, 번역료, 종이값 등 제작비용과 인건비 등 한국판의 가격을 올려야 하는 요인을 이해해달라고 독자께 요청할 수 있겠다. 올린 가격이라고 해도 책 한 권 값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허접한 책들을 떠올리니 그런 말도 구차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보다 이런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늘과 같은 시장전체주의 사회에서 독립 언론의 생존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독자의 인식과 그에 따른 실천에 관해서다. 세르주 알리미 프랑스판 발행인도 이번호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독자 여러분뿐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 재벌과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과 방송은 여봐란듯이 번성한다. 이명박 정권 아래 그런 신문과 방송은 현 정권처럼 더욱 뻔뻔해지고 있다. 그들에 맞설 수 있는 균형력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비자발적으로 그들 편에 서는 것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지난해 작고한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말이 우리에게 더 적실한 것은 보수와 진보 사이에는 중도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뻔뻔함으로 가득한 몰상식과 상식 사이에 중도란 불가능하며, 혹 가능하다면 그 또한 몰상식과 한편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라 했다. 국민의 수준을 넘는 정부가 없다면 시민의 수준을 넘는 신문은 더더욱 없다. <르 디플로> 한국판은 그런 한국 시민의 증거물이 되어야 한다. 세르주 알리미가 밝혔듯이, 전세계에서 매달 27개 언어로 240만 부가량 나가는 <르 디플로>는 6200만 인구의 프랑스에서만 20만 부가량 소화된다. 진보적 학자와 대학생, 노동조합 간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독 월간지에 속한다. 3천 명 가까운 독자에게서 우리 돈으로 약 4억5천만 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도 <르 디플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랑스 독자 수의 10% 정도를 기대하며 한국판 편집인으로 임했는데, 조금씩 늘던 독자 수가 최근 들어 정체를 보이고 있다. 나로선 <르 디플로> 한국판 편집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곳곳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정기구독 신청서를 내밀고 정기구독이 만료된 분들에게는 재구독을 간청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우리 또한 “기댈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독자 여러분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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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세화 편집인 editor@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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