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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빈약한 철학... 게임문화 멍드는 ‘성희롱’ ‘과금’ 논란
엔씨소프트의 빈약한 철학... 게임문화 멍드는 ‘성희롱’ ‘과금’ 논란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1.10.1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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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최근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2’의 과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직장 내 성희롱 의혹이 불거져 물의를 빚고 있다. 그러나 엔씨는 지난해 고용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게 정기 근로감독을 3년간 면제하는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돼 2024년까지 정기 감독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게임 산업의 자정작용이 부재하다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성희롱’ 논란 게임회사에
바람직한 게임문화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성희롱의 성지 엔터사업실'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엔씨 엔터사업실 내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사측은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엔터사업실은 메타버스 기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관장하는 사업부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블라인드 게시글 '성희롱의 성지 엔터사업실' 캡쳐
지난 6일 블라인드 게시글 '성희롱의 성지 엔터사업실' 캡쳐

게시글에 언급된 성희롱 유형은 ▲부하 여직원 일부러 늦게까지 야근시킨 후 본인 차로 귀가시키기 ▲머리 쓰다듬거나 목 뒤 만지기 ▲시도때도 없이 불러내기 ▲조언해 준다며 새벽시간까지 개인 연락하기 ▲여직원들과 술자리 갖기 ▲상위 직급자와 부적절한 관계자로 소문내기 ▲일부러 단둘이 회의(교육명목) 후 식사 유도 등이다. 글 작성자는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해 여직원 3~4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또한 "윗선에서도 문제를 알면서 자기들 책임 피하려고 여직원들 퇴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퇴사하면 해당 사실을 묻으려고 하는데 급급하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사측에 성희롱 사건을 신고해도 아무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엔씨 관계자는 지난 12일 <본지>의 취재에서 “문제가 된 인원에 대해서는 직무 배제와 대기 발령 조치를 완료했다”며 “관련한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실에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려 하고 있다”며 “확인된 사실을 기반으로 추가 징계 조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엔씨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 모두가 즐거움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의 인권 문제가 불거지는 회사에서 생산된 게임이 건전한 철학을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돈 있어야 성공하는 세상” 게임속에 재현하나... ‘Pay to win’ 논란

엔씨의 악재는 올해 출시한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 등의 신작 모바일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며 시작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엔씨가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고 과금 유도에 몰두한다는 쓴소리를 내놓는다.

업계에서는 비슷한 게임 모델을 모방·양산하는 방식이 이미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라는 평이다. 과거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게임 ‘리니지’는 PC 기반의 MMORPG(여러 사람이 온라인 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업계에 리니지를 벤치마킹한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소비자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선택권이 좁아지는 상황을 초래했다.

 

지난 8월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MMORPG 게임 콘텐츠 ‘블레이드 & 소울 2’ / 출처=엔씨소프트

이번에 출시된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 역시 리니지의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결국 8월 말까지 70만~80만원 대를 유지하던 엔씨의 주가는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 약 한 달 만에 30% 가까이 빠지며 폭락했고 시가총액도 18조 원에서 12조 9,000억 원으로 5조 1,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엔씨가 내놓은 과금 모델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사측이 게임 이용에 필수적인 아이템을 ‘뽑기’ 형식으로 판매해 사행성을 조장할 뿐 아니라, 이런 아이템을 뽑을 확률을 아주 낮게 책정해 소비자가 더 많은 ‘뽑기’를 시도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는 ‘더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양질의 게임을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이를 ‘페이투윈(pay to win)’이라 일컫는다. ‘돈을 지불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되고 마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양극화가 게임 속 가상현실에까지 침투하는 현상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엔씨와 같은 거대 게임 기업에 ‘빈약한 철학’을 쇄신하라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1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엔씨는 지난해 고용 창출에 기여한 기업에게 정기 근로감독을 3년간 면제하는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돼 2024년까지 정기 감독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관리감독이 부재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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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