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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거대 시장 인도에서 ‘불매운동’ 휩싸인 이유... “외교 문제 확산” 우려도
현대차, 거대 시장 인도에서 ‘불매운동’ 휩싸인 이유... “외교 문제 확산” 우려도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2.02.1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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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SNS ‘카슈미르’ 발언에... 인도 내 ‘불매운동’
인도 정부, 한국 대사관에 항의 나서 ... 외교 문제로 번지나
현대차 “공식 입장 아닌 자동차 딜러가 올린 글” 수습

현대자동차의 SNS ‘카슈미르’ 게시글 논란이 현지 불매운동을 넘어 외교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지난 7일 한국 대사관에 관련 논란에 대해 항의했고, 이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현지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논란은 지난 5일 ‘현대파키스탄’의 한 딜러가 트위터를 통해 "우리 카슈미르 형제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지지하자"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기아 크로스로드-하이데라바드'도 같은 날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카슈미르의 자유를 위해 우리는 단합한다"고 밝혔다.

 

카슈미르 분쟁지도 / DB금지

'남아시아의 화약고'라 불리는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분쟁지역이다. 1947년 이후 양국은 이 지역을 놓고 세 차례 전쟁을 벌인 바 있으며, 현재는 지역을 둘로 나누어 각각 통치하고 있다.

위 게시물 또한 파키스탄의 국경일인 '카슈미르 연대의 날'(5일)을 맞아 올라왔다.

이에 일부 인도 네티즌들은 “현대차가 인도에 맞서 파키스탄을 지지한다”며, 트위터 등에 '#보이콧현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현대차·기아 불매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도 매체 <The Time of INDIA>는 최근 “수십명의 사람들이 현대차 구매를 취소할 의향을 밝히는 게시글을 올리는 한편, 인도의 국내 브랜드를 소비하자며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한 사회운동가는 현대차 불매운동 게시글을 올리며 “그들을 도산하게 만들자”,“인도는 가장 큰 자동차 시장 중 하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의 영화제작자이자 사회운동가 Ashoke Pandit의 현대차 불매운동 게시글.
그는 현대차의 인도 주가 하락(7일 기준)을 전시하며 “그들을 도산하게 만들자”,“인도는 가장 큰 자동차 시장 중 하나다”고 말했다.
/10일 캡처

논란은 외교 문제로 번져갔다. 지난 7일 인도 정부는 한국 대사를 불러 관련 논란에 대해 항의했다. 그간 한·인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만큼 인도 정부가 직접 불만을 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에 지난 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과 통화하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문제가 된 게시글은 사측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언론을 통해 "해당 게시물은 파키스탄 정직원이 아닌 딜러가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파키스탄에는 자사의 법인이 없어서 법인 입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카슈미르’, 밟아선 안 되는 인도 민족주의의 지뢰

 

파키스탄 국기를 든 카슈미르 시민

카슈미르는 인도-파키스탄의 국가간 갈등 뿐 아니라 이슬람교-힌두교의 종교갈등까지 내포하는 첨예한 대립지역이다.

인도인 대부분이 힌두교도인 데 반해, 인도령 카슈미르는 이례적으로 무슬림 주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카슈미르 주민들은 이 지역이 독립하거나,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파키스탄에 편입되길 원하며,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슈미르 전문가인 디비에쉬 아난드(웨스트민스터 대학교 정치학·국제관계학과장)는 “카슈미르 분쟁은 인도인들의 민족주의 고취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 등이 카슈미르의 무슬림들을 적대적으로 묘사해, 힌두교 문화권인 인도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카슈미르인들의 문화적 반격' (라파엘 고드쇼)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6호) 이는 인도가 카슈미르를 점령하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일부 인도인들이 현대차의 카슈미르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카슈미르 뇌관'을 밟았다며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현대차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인도에서 두번째로 많은 차량을 판매한 업체다. 지난 회계연도 인도 판매량은 50만대 수준이다. 인도가 거대 자동차 시장인 만큼 현대차의 위기관리가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현대차는 25년 이상 인도 시장에 헌신해왔다", “민족주의를 존중한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인도는 제2의 고향”이라며 “인도와 그 국민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ㆍ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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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paris827@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