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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진그룹 최은상 부회장, 전문경영인 앞세워 “중대재해법” 피해갈까...‘2인 추락사’
요진그룹 최은상 부회장, 전문경영인 앞세워 “중대재해법” 피해갈까...‘2인 추락사’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2.02.1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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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진건설산업이 시공하는 경기 성남시 건축 현장에서 최근 승강기 추락사고로 근로자 2명이 숨진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인 최은상 부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불과 4개월 전 요진건설 대표직을 사임해,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요진건설 건축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지상부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일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엘리베이터가 지하 5층으로 추락해, 끝내 사망했다.

고용부는 현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요진건설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는지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실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측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일터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법이 실행되기 약 4개월 전, 2004년 이후 줄곧 요진건설의 대표직을 맡았던 최은상 부회장이 돌연 사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사업주 처벌 등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최은상 부회장은 요진건설산업 지분 33.5%를 보유한 창업자 최준명 회장의 아들로 오너 일가의 일원이다.

요진건설 외에도 많은 건설업체 오너 경영인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에 대표직을 내려놨다. 한림건설의 경우 지난해 김상수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일반 등기이사가 됐다.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권민석 IS동서 사장 또한 작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건설 업계가 일터에서의 안전 확보보다는 오너 보호에 역량을 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그간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노동자 안전을 소홀히하며 비용을 절감해온 관행으로 수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작 이런 관행에 일조해온 건설사 대표이사들은 줄줄이 법망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요진건설의 경우 안전관리를 명목으로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내세웠으나, 노동자 사망이라는 중대재해를 내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의 방패막이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월 11일 노동부 관계자들이 근로자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승강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의 한 건물 신축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출처=뉴스1

요진건설 관계자는 지난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작년 8월부터 계열사들에 대한 책임경영 체제를 운영해왔다”며 “이는 책임회피를 위한 ‘꼼수’라기 보다는 전문가에게 전문 분야를 맡기는 의미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건설업의 경우 송선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면서 재해예방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는 등의 노력을 해왔으나 이런 사고가 일어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책임경영 체제를 위해 오너의 대표직 사임이 필수적인가, 전문가 고용이나 공동대표체제 등의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최 부회장은 현재 요진건설 대표직에 있지 않으나, 여전히 요진그룹의 부회장직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요진그룹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한편 요진건설은 이번 사고와 관련, 사업주 차원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요진건설 관계자는 “현재까지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고용노동부와 국과수가 현장감식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고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엄정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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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