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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으로 만드는 기적, 헌혈
하루 15분으로 만드는 기적, 헌혈
  • 바람저널리스트(정여진)
  • 승인 2022.04.16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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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서 헌혈부족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헌혈의 집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일주일 격리기간이 해제된 후에도 4주 동안은 헌혈이 불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RH- 등 희귀 혈액을 가진 환자들은 특히나 혈액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대한적십자사 자료에 따르면 42일 기준 O형과 AB형 혈액은 각각 2.7, 2.9일분 밖에 남지 않았고 평균 전체혈액보유상태는 3.1일분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에 공급 가능한 혈액과 검사종료 후 공급 가능한 혈액의 재고량이 3일을 버티기 힘들다는 뜻이다. 적정보유혈액량을 일평균 5일분 이상으로 보는데 현재 주의경계상태를 오가는 2~3일치 정도에 불과한 심각한 상황이다. 대구 경북 일부지역의 경우 혈액량이 2.2일분에 불과하며 인천은 1.6일분으로 매우 초조한 상황에 놓여있다. 스브스뉴스가 취재한 인터뷰에 따르면 송금연 헌혈의 집 목동센터과장은 현재 수술날짜를 잡아놓고 수혈 받을 혈액이 부족해서 수술날짜를 미뤄야하는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생기고 있다고 했으며 이창현 RH-봉사회 전국협의회장은 혈액암 환자들에게 혈액이 제때 제때 가지 못해 치료가 늦어져 돌아가시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보유혈액량 출처: 대한적십자사 직접캡쳐
보유혈액량 출처: 대한적십자사 직접캡쳐

 

 

현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타는 환자들과 환자의 가족들은 sns나 커뮤니티에 직접 지정헌혈을 호소하고 있다. 한 언론사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수혈환자의 가족인 마민지 씨는 위독하신 어머니가 하루 8~9팩의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요즘 혈액 수급이 워낙 불가해 최대치로 받아도 2~3팩 밖에 받을 수 없었다며 결국 직접 지정헌혈자를 찾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학커뮤니티에서도 급하게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지정헌혈 호소글 출처: 커뮤니티 직접캡쳐
지정헌혈 호소글 출처: 커뮤니티 직접캡쳐

 

 

혈액난 초비상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해양경찰청 직원들이, 29일에는 경북교육청 직원들이 사랑의 헌혈 운동에 단체로 동참하였다. 그 외에도 코레일 한국철도와 충남세종농협 등 여러 기업들에서도 헌혈 캠페인 행사가 진행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움직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품절 대란인 SPC삼립의 돌아온 포켓몬 빵을 헌혈카페에서 제공하는 간식으로 활용하자는 한 개인 네티즌의 의견이 화제가 되었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공식적 협조를 요청하였고 SPC삼립 측에서는 물량 확보의 문제로 당장 시행은 어려우나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필자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며 31일 친구와 함께 첫 헌혈을 했다. 평소 겁이 많아 헌혈을 꺼려왔던 필자도 이번에 첫 헌혈을 한 후 앞으로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절실히 수혈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나의 혈액을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늘 첫 시작이 어려울 뿐 그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해 지는 것 같다.

 

헌혈 인증샷 출처: 필자 직접촬영
헌혈 인증샷 출처: 필자 직접촬영

 

경기도 의정부시 한 헌혈카페 출처: 직접촬영
경기도 의정부시 한 헌혈카페 출처: 직접촬영

 

 

헌혈은 간단한 절차를 통해서 가능하다. 신분증만 지참한 채로 사는 동네에서 가까운 헌혈카페 혹은 헌혈의 집을 방문하여 혈압체크와 간단한 건강문진표만 작성하면 된다. 지점 운영시간은 대부분 오전10~11부터 오후8시까지이며 한번 헌혈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내외이다. 현혈은 만16세부터 69세까지 가능하며 전혈헌혈은 2개월마다, 성분헌혈은 2주마다 가능하다. 다만 건선 치료제와 같은 특정 약물 복용, 빈혈 등과 같은 기저질환의 여부, 예방접종 기간 등과 같은 조건에 따라 헌혈이 제한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체크해야 한다. 종종 헌혈을 하면 신경이 손상된다.”, “수혈로 코로나19에 감염된다.”, “헌혈을 하면 빈혈이 생긴다.” 등과 같은 속설 때문에 건강염려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헌혈은 우리 몸에 있는 여유분의 혈액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 큰 변화가 없으며 비말로 이뤄지는 코로나19 감염 또한 헌혈과는 의학적으로 무관하다고 한다.

 

헌혈자격조건 출처: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직접캡쳐
헌혈자격조건 출처: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직접캡쳐

 

 

수십 년째 꾸준히 헌혈을 하는 사람들

 

공감 정책주간지에 따르면 수십 년째 헌혈을 통해 꾸준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몇몇 개인과 단체들이 있다.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40년 동안 무려 270회의 헌혈을 해 온 정철씨는 건강한 몸을 받았으니 헌혈을 하는 것이라며 헌혈은 그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양정고등학교의 경우 20년째 매년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하고 있으며 생명공학 회사인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솔루션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혈액 수급이 부족해진 이후 직원들이 꾸준하게 단체 헌혈에 동참해오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만 해도 7.6일분이던 일평균혈액보유량이 급감하자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와 대한산업보건협회 한마음혈액원은 홈페이지에 헌혈 참여를 간곡하게 부탁 한다는 호소문을 내걸었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총 헌혈실적은 약 261만 명이었다. 이것은 팬데믹 이전해인 2018년 약 288만 명이었을 때보다 27만 명 정도가 줄어든 수치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피가 부족한 사태가 지속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공혈액 제조 기술 개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툴젠과 라트바이오 두 기업이 인공혈액개발 공동연구를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혈액은 인공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능한 개인이 헌혈에 동참하는 것이 최선이다.

 

헌혈 호소문 출처: 한마음혈액원 홈페이지 직접캡쳐
헌혈 호소문 출처: 한마음혈액원 홈페이지 직접캡쳐

 

 

SK텔레콤과 대한적십자사가 함께 만든 레드 커넥트헌혈 앱을 사용하면 보다 간편하게 헌혈의집 찾기, 헌혈예약, 건강문진, 혈액검사결과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위급한 상황은 나와 내 가족에게도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내일은 친구나 가족과 함께 단 15분의 투자로 좀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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