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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탈 ESG’ 행보... ‘석탄발전소’부터 ‘시안가스’까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탈 ESG’ 행보... ‘석탄발전소’부터 ‘시안가스’까지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2.04.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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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염물질 배출 1위 기업 포스코, ‘석탄발전소’ 건설 강행
- 최정우 회장 “포스코는 국민기업 아니야, 과도한 책임 요구된다” 주장
- '그린워싱' 논란에... ‘시안가스’ 유출 재조명

최근 ‘ESG경영’을 표방하며 친환경 신소재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포스코가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강행해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일 한국기업평가는 포스코 자회사 삼척블루파워의 평정대상 장기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기후변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측이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지속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삼척화력발전소는 완공 및 가동 시 연간 1,300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4년까지 발생 되는 온실가스는 무려 3억 6,000만 톤에 이른다.

 

녹색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제54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삼척 석탄발전소 중단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뉴스1

이에 시민사회 또한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는 지난달 포스코 주주총회를 맞아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척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오염물질 배출의 심각성을 규탄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친환경기업’과 ‘2050 탄소중립’을 말하는 것은 기업이미지를 위한 그린워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ESG’ 추구한다더니..
최정우 회장  “포스코에 과도한 책임 요구된다” 주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구온난화가 손쓸 수 없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기후변화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충북도산림환경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모니터링 결과 봄철 평균 기온이 매년 0.3도 상승했다. 올해 국내에서 꿀벌 78억 마리 폐사, 울진·삼척 대형 산불 등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국제사회의 탈탄소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56차 총회에서 '1.5도 지구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승인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각국 기업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경영학자 캐롤에 따르면 기업의 역할은 ‘경제’영역에서의 이윤추구에 머무르지 않으며, ‘윤리’영역, 즉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된다. 이 개념의 연장선이 바로 포스코가 표방하는 ‘ESG’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이 관여하는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것이다.

 

녹색연합 회원들이 지난달 18일 제54기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삼척 석탄발전소 중단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뉴스1

그러나 포스코는 자사의 사회적 책임을 축소하려 시도하며 ‘ESG’와 대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임직원에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포스코는 민간 기업이지만, 일각에선 '국민기업'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 정체성을 왜곡하고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포스코 자회사 삼척블루파워는 기후위기에도 불구, 삼척화력발전소 건설비 조달을 위해 1조 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실효성마저 불확실한 실정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석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석탄 발전사 회사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삼척블루파워는 작년 6월에도 3년 만기의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수요조사 기간 중 자산운용사의 주문이 없어 전량 미매각됐다. 미매각된 회사채는 주관사가 대부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염물질 배출 1위’ 오명에 ‘시안가스’ 유출도...
‘친환경 기업’ 갈 길 멀다

한편, 포스코는 유해가스 처리와 관련 다양한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해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기준치의 500배가 넘는 ‘시안가스’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포스코는 공장에서 발생한 폐수 찌꺼기인 슬러지를 코크스(철광석을 녹이는 원료) 생성 과정에 원료로 재투입했다. 이 슬러지에 ‘시안’이라는 물질(시안과 금속의 화합물을 통틀어 청산염이라 하며, 이는 청산가리의 원료임)이 들어있는데, 고온 처리 공정에 투입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시안화수소’같은 맹독성 가스가 생성된다.

금속노조는 “해당 슬러지는 악성 폐기물로 전용 시설에서 고열로 연소 분해해 처리해야 하지만, 포스코는 그동안 수억 원의 처리비용을 절감한다는 이유로 재활용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작년 3월 코크스 오븐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시안가스가 포함된 코크스 가스에 장기간 노출된 노동자에게서 발병한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위로 해무가 짙게 끼어있다. 2021.6.13. / 출처 = 뉴스1

뿐만 아니다. 포스코는 2020년까지 1조 2,300억 원의 환경투자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는 ‘2020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측정에서 각각 1,2위를 기록해 '오염물질 배출 1위 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다.

광양환경운동연합은 작년 광양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양제철소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물질들이 광양 뿐 아니라 인근 순천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공장 매연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농산물 피해가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포스코가 세운 “2050년까지 탄소중립”, “2022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약 35% 감축” 등의 계획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12일 <본지>의 취재에서 “시안가스가 공장 외부까지 유출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며 “포항,광양 제철소에 유해물질 작동 측정 장비(TMS)를 200여대 설치해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2조 3,600억 원 수준의 환경투자 계획을 수립해, 오염물질 저감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와 자회사 포스코 에너지 측은 석탄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삼척블루파워 소관이다'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본지>는 삼척블루파워에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철수 요구에 대한 사측의 입장 ▲대기오염 문제 해결 방안 ▲석탄발전소의 경제적 실효성 등에 대해 질의하기 위해 수 차례 취재를 요청했으나 사측은 응하지 않았다.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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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yulara199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