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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점령’할 수 없다
교육은 ‘점령’할 수 없다
  • 존 마시
  • 승인 2012.01.06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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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후보들이 교육 개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실업 축소, 양극화 해소, 심지어 국가 통합까지 부르짖는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좌·우파를 막론하고 학교는  훌륭한 정치적 덕목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정말 전지전능한 것일까?

월가 점령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잘 설명해주는 한 공신력 있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미국 의회예산처(CBO)가 발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중위소득(1)은 1979~2007년 3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장 부유한 상위 1%의 소득은 7배나 빠르게 상승했다.(2)

통계수치가 발표된 다음 날, 비교적 ‘좌파’에 가깝다고 알려진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교실을 점거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3) 그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월가 시위대와는 차별화된 주장을 펼쳤다. 크리스토프는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담시키자고 부르짖지 않았다. 금융 시스템을 규제하거나 더 나아가 아예 요주의 은행가를 감옥에 처넣자는 주장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가장 좋은 해법은 아동의 조기 교육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에 관한 주제를 취재할 때마다 늘 똑같은 사실을 발견한다. 뉴욕이건 시에라리온이건 대개 빈곤 탈출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수한 교육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미국이든 아프리카든 취약 계층 아동에게는 신분 상승으로 향하는 승강기 문이 굳게 닫혀 있다”고 덧붙였다.

우수한 교육으로 빈곤 탈출?

월가 점령시위가 한창인 와중에 ‘빈곤 탈출을 위해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는 크리스토프의 주장은 그리 놀랍게 들리지 않는다. 사실상 시위대가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학자금 대출 탕감’(미국 전체적으로 1조 달러 추산)이 아니던가. 물론 대학 졸업장을 따면 크리스토프가 그토록 좋아하는 신분 상승으로 향하는 ‘승강기’ 문이 열릴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업자 신세가 되거나, 쥐꼬리만 한 급여를 받는 변변찮은 일자리를 얻는 게 고작이다. 학자금 융자를 갚아나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조한다. 때로는 유명한 인사들마저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이를테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6일 연설에서 주요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로 “모든 국민이 가능한 한 최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우수한 교육이 “한 아동의 성공적인 인생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양대 주요 정당이 지금 몇 시인지를 놓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미국에서, 크리스토프와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분석은 놀랍게도 정반대 정치 진영에서 생산된 담론과 거의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한 예로 지난해 1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제고문으로 일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학 교수가 한 라디오 방송의 인터뷰에서 양극화 심화 문제를 인정했다. 몇 주 전 학생 일부가 저항의 표시로 경제학 강의를 보이콧했을 정도로 친자본주의 대명사로 통하는 맨큐 교수는 부랴부랴 경제적 불평등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부실한 교육제도를 들고 나섰다. 그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고숙련 일자리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대졸자를 양산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미국인은 신을 제외하고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보다 더 전능한 힘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신앙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일까? 오로지 교육 하나면 국민 사이에 점차 심화하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이것은 신의 존재만큼이나 증명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보행자의 걸음>, 2011-레옹 라이드 IV

부실 교육과 불평등, 그 희미한 관계

구호만 놓고 본다면 ‘유리한 출발’(Head start), ‘정상을 향한 경주’(Race to the top), ‘낙오아동 방지’(No child left behind)(4) 등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실제 정책 차원에서는 썩 훌륭하다고 보기 힘들다.

먼저 모두가 평등한 수준에서 학교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 몇 년간 발표된 수많은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이미 놀이방 바닥을 부지런히 기어다니기 이전부터 빈곤층 자녀는 부유층 자녀에 비해 학력 수준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아무리 우수한 교육도 아동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아줄 뿐, 좁혀주는 것은 아니다. 다나 골드스타인 교육 전문기자가 “10여 년 전부터 모든 학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 있다. 교육은 학생의 학업 성취에 15%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사회·경제적 환경은 무려 60%가량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라고  최근 지적했다.(5) 다시 말해 학교 교육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학교 교육은 학업 과정을 시작하는 아동의 격차는 어느 정도 줄여주지만,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

교육이 양극화를 해결할 최고의 해법이라는 시각을 견지하다 보면, 자칫 학업 성취에 그다지 영향력이 크지 않은 방법에만 집중할 우려가 크다. 좀더 효과적으로 빈곤으로 인한 격차가 학교 교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학교 교육과 관련한 문제에만 역점을 두면 안 된다. 문제의 근원까지 살펴야 한다. 즉, 아동의 학업에 널리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므로 빈곤층 아동이 학교 공부를 더 잘하게 하려면 먼저 이 아동이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교육 평등이 사회·경제적 평등으로 이어지는 데는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설령 교육을 통해 빈곤으로 인한 영향을 해소하고, 모두에게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해도, 노동시장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각자가 노동시장에 편입하는 데는 대개 교육 수준이나 성적 등이 별 의미 없을 때가 많다. 이는 다음과 같은 현실에서 잘 드러난다.

이를테면 2018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것으로 보는 직업은 무엇일까? 정답은 현금출납원이다. 2위는 판매 사원, 3위는 서빙 직원, 4위는 고객 응대 업무자다. 그다음 순위는 각각 간호사, 조리사, 사무원 등이 차지했다. 여러분은 여기서 공통점을 발견했는가? 바로 그 어떤 직업도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간호사를 제외하면 대개 단기 직업교육만 받으면 문제가 없는 직업들이다. 게다가 간호사만이 유일하게 빈곤선에서 벗어난 편안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를 받을 뿐이다. 미국노동통계국은 지금부터 2018년까지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4분의 1에 불과할 것이라 본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직업교육을 받거나 급여 수준이 정해지는 일자리라는 전망이다.

모두가 대학 졸업장 딴다 한들

이런 사실은 왜 중요할까? 이는 곧 우리가 아무리 평등한 학교 교육을 실천한다고 해도(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가정 아래), 앞으로 여전히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물건을 계산해줄 사람, 필요한 제품을 판매할 사람,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받아줄 사람, 전화로 불만을 접수하고 응대해줄 사람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중 대다수가 그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개혁을 통해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더라도 그런 종류의 일자리는 결코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오로지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모두 대학을 나올 필요는 전혀 없는 셈이다. 물론 대학 교육은 경제적 이유 외에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 중 누군가는 맥도널드에서 일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를테면 연평균 1만6430달러를 주는 미국 내 300만 명의 조리사를 고용하는 그와 유사한 기업 중 한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노동 현장

이런 상황에서 좀더 교육한다고 반드시 급여 수준이 더 높아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이를테면 급여명세서에 더 많은 ‘0’을 붙이도록 교육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벌이는 것이 학교가 아니라 바로 급여명세서라는 점이다. 오늘날 부는 더 이상 하위 계층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피라미드 상층에만 집중되는 상황이다.

그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 문제를 다룰 때 지적한 현상이 노동 문제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이다. 즉,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요소에 포커스를 맞출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물론 양극화 해법으로 교육을 열렬히 추종하는 자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실제로 실현된다면, 그들의 투쟁 덕분에 수만 명의 저소득층 아동이 대학 졸업장을 받거나 보수 높은 직업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대단히 멋진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노동시장이란 자고로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전체 활동인구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고 대졸자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덩달아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빈곤층 자녀가 대학 졸업장 덕분에 더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면, 그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가정의 자녀는 더 나쁜 일자리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대개 어떤 경우든 부유층 자녀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기 마련이다).

교육만 강조하며 양극화 해법 외면

교육 개선에 너무 역점을 두는 것은 양극화를 해소할 또 다른 해법을 소홀히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즉, 처우가 낮은 일자리의 급여 수준을 좀더 높이는 방법은 등한시하게 된다. 사실상 전 생애에 걸쳐 낮은 소득으로 인해 양극화에 시달리는 인구는 미국에서만 수천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4월 6일 오바마를 본받아 교육이란 성가를 열창하는 자들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교육이 바로 우리 시대 시민의 권리”라고 말한다. 그들은 1963년 마틴 루서 킹 주니어가 워싱턴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명연설을 하는 동안 시위대가 ‘일자리와 자유’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열심히 흔들었다는 사실을 기억이나 하는 걸까? 당시 시위대는 시민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노동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간파했다. 대체 누가, 얼마나 높은 보수의,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누릴 수 있을까? 노조 결성의 자유는 얻을 수 있을까?  지금이라고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 존 마시 John Marsh 
작가. 주요 저서로는 <수업 끝: 우리는 왜 불평등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는가>(Class Dismissed: Why we cannot teach or learn our way out of inequality·리뷰프레스·뉴욕·2001)가 있다.

번역 / 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총가구에 대해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길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
(2) 의회예산처, ‘Trends in the distribution of household income between 1979 and 2007’, 2011년 10월, www.cbo.gov.
(3)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Occupy the classroom’, <뉴욕타임스>, 2011년 10월 19일.
(4) 각각 차례대로 저소득층 유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혁신적 교육 개혁을  위한 주 지원금, 성과별 재정 지원을 통해 학생의 학업 성취에 학교와 각 주의 ‘책임감’을 고취한 법을 의미한다. 마지막 교육 관련 법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다이앤 래비치, ‘선택의 자유, 특권 교육의 다른 이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10월호 참조.
(5) 다나 골드스타인, ‘Can teachers alone overcome poverty? Steven Brill thinks so’, <더 네이션>, 뉴욕, 2011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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