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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미의 문화톡톡] MZ세대들의 불안 극복기
[장윤미의 문화톡톡] MZ세대들의 불안 극복기
  • 장윤미(문화평론가)
  • 승인 2022.12.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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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운'의 MZ?

물질적 풍요로움만 따진다면 이전 세대보다 많은 것을 누린 것이 분명한 MZ세대. 그러나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경쟁은 곧 일상이 되면서 내가 노력한다면 원하는 만큼 누릴 수 있을 거란 믿음은 성인이 되면서 빛을 바랬다. 게다가 이른바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가 무려 3년 동안 지속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만을 기다리며 뛸 준비를 한 MZ세대의 발목을 ‘꽉’ 잡아버렸다. 대충 계산해보아도 인생의 십 할이 넘는 시간을 폐쇄와 격리, 단절로 보낸 셈이다. ‘운’도 징그럽게 없는 세대라고 하면 너무 극단적인 표현일까.

예고된 장기 경제불황과 예고되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겹치면서 안 그래도 불안한 청춘들의 불안은 배로 커졌다. 불안은 필연적으로 존재를 움츠러뜨리고 납작하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불행과 불안이라는 열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는 자신에게 질문하곤 한다. 나는 언제쯤이면 희망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탈 수 있을까? 혹시나 나는 이 열차에 영원히 내리지 못하는 운명은 아닐까?

운. 사람의 힘을 초월하는 천운과 기수. 다른 뜻으로는 일이 좋게 이루어지는 운수라는 뜻이다. 사람들을 말한다. 인생의 반이 노력이라면 그 반은 운이라고. 노력이야 나에게 달린 것이지만 운은 뜻 그대로 사람의 힘을 초월하는 것이라 더 간절하기도 하고 그만큼 믿고 싶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샤먼이니 무당이니 하는 존재들이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운을 점쳤다는 기록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운은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최근 MZ 사이에서 유행하는 타로카드, 점, 타투, 인터넷 사주와 같은 구복 문화는 이 보이지 않는 ‘운’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사주니 점이니 하는 건 구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해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 타로를 해석하는 영상이나 사주나 운을 풀이하는 채널 구독자는 20~30대 층이 두텁게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타투는 이들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것들이 할 일 없어서 어리석게 미신이니 말장난을 믿냐는 꼰대 같은 비아냥은 유감스럽지만 사절이다. 이들이 이러는 건 할 일이 없어서도 어리석어서도 아니다. 잘 살아내기 위해서, 기왕이면 즐겁게 살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힘을 빌려서라도 자신을 일으켜 세울 힘을 얻어보겠다는 긍정적인 안간힘이다. 여기에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보태지면서 이것은 더할 나위 없는 그들만의 문화가 되었다.
 

2. 기왕이면 재밌게, 경쾌하게, 아름답게

MZ세대가 자주 모이는 길거리엔 사주카페나 타로카페가 즐비하다. 친구들과 함께 커피 한잔 마시면서, 수다를 떨면서 겸사겸사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싶다는 호기심에 사주카페나 타로 카페를 방문한다. 친구 몰래 갈 필요도, 치부를 들킬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때때로 고민의 무게는 간절함을 동반하며 힘들게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로카드의 해석이나 사주 풀이를 두고 일희일비하거나 맹신하지 않는다. 선택에 있어 참고와 조언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벼운 태도는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사람도, 점을 봐주는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보살이니 무당이니 하면 나이가 들고 한복을 입고 머리에 비녀를 꽂고 매섭게 째려보는 눈매를 떠올리곤 하는데 어디까지나 티비 사극에서나 나오는 장면이다.

MZ 무당은 타인의 과거를 맞추고 미래를 예언하는 섬뜩한 예언자보다 친근한 커뮤니케이터 또는 카운셀러에 가깝다. 그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행운’과 ‘비운’을 결정짓는 사람이 아니라 ‘행운’과 ‘비운’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예전처럼 산속이나, 은밀한 곳에 숨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조력자는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예로 공중파 TV 프로그램인 <편스토랑>을 통해 이름을 알린 우카를 들 수 있다. 그는 무당이란 본캐가 있지만 셰프라는 부캐(본업 이외에 다른 업을 뜻함)를 통해 요리를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작가로도 활동중이다. 또한 자칭 MZ무당이라고 소개한 홍칼리 역시 무당이라는 본캐에 페미니스트, 퀴어, 비건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며 사회와 소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신체에 그리는 부적이라 할 수 있는 타투 역시 가볍고 경쾌하다. 문신이라고 하면 뭔가 음산하기도 하고 폭력적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MZ세대에게 타투는 힘의 과시가 아니라 자기표현 수단의 하나다. 패션을 타투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믿음을 타투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타투를 하는 사람이 있는 최악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타투를 하는 사람도 있다. 타투를 하는 의미나 목적은 개인적인 것부터 사회적인 것까지 너무나 다양해 정의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다보니 미신이니 악마니, 하다못해 철없는 행동이라는 비난은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중요한 건 그것을 내 몸에 새길 때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태도다. 타투를 새김으로써 불안했던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내 몸에 아름다움을 새겨 넣음으로써 만족을 느낀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홍칼리,[신령님이 보고 계셔], 위즈덤하우스, 2021,
홍칼리,[신령님이 보고 계셔], 위즈덤하우스, 2021,

 

3. 불안의 무게 줄이기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이 큰 시대를 살고 있지만 불안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사람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준 사람도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20~30대로 대표되는 MZ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고, 사회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불안을 능력이란 이름으로 억압하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조건을 비하하며 불안을 아예 외면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전자가 훌륭해 보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불안이란 감정은 억압의 강도와 비례하며 왜곡되어 어떤 식으로든 표출되기 때문이다. 외면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니다. 불안은 외면한다고 해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드러내느냐일 것이다.

MZ세대들이 타로카드로 자신의 마음을 읽고, 유튜브 사주 영상을 구독하고, 타투를 즐기는 현상은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자신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위로받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심각하거나 진지한 건 싫다. 이들이 원하는 건 유쾌함과 발랄함이 가득한 운이지 세상 무겁고 고달픈 인생의 짐이 아니니까.

 

 

 

*이 글은  <우리문화 12호>의 실린 컬럼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글 · 장윤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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