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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실적은 ‘반토막’인데 임원들만 ‘셀프 성과급 파티’ ... “이게 책임경영인가” 후폭풍
포스코, 실적은 ‘반토막’인데 임원들만 ‘셀프 성과급 파티’ ... “이게 책임경영인가” 후폭풍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3.04.1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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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포스코, 비상경영체제 속 수십억 '성과급 파티' 뭇매
ㅡ 직원 불만 고조 "1000원도 아끼자더니..."
ㅡ 포스코 관계자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계획된 성과급 체계가 이행된 것"
포스코 본사 전경 / 출처=뉴스1

최근 포스코 홀딩스(이하 포스코)의 경영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에 수십억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포스코는 직원들에 “1000원도 아끼자”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해왔음에도 소수 임원들만 두둑한 성과급을 챙겨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일 최 회장을 포함한 임원 28명에 성과급 명목의 자사주를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규모는 1주당 36만8000원, 총 28억여 원이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달 17일 포스코홀딩스와 사업회사 임원에 대한 주식보상으로 2만7,030주를 지급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들 주식을 1주당 36만8,000원으로 환산하면 99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스톡 그랜트’(Stock Grant) 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스톡 옵션’이 회사 임직원에 특정 가격으로 자사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면, 스톡 그랜트는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 내·외부에서는 이번 성과급 지급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피해 이후 영업이익 4조8,5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영업이익 9조2,38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작년 수억여원의 성과급을 받은 상태다. 최 회장의 경우 작년 급여 10억300만원, 상여금 18억8,200만원 등 총 28억9,300만원을 받았는데, 이번에 자사주로 6억6,7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더 받게 됐다. 기존 보유 주식(1526주)에 대한 작년 배당금 1,800여만원까지 더하면 총 수령 규모는 3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포스코는 2020년 3월에도 자사주 관련 논란이 붉어진 바 있다. 당시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14일 <본지>의 취재에서 “성과급을 스톡 그랜트로 지급하는 것은 책임경영의 취지로 지난 2021년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사주를 소유해야 하기 때문에 (임원들은) 실적에 더욱 책임을 질 수 있고, 주주환원 효과도 기대 된다”고 말했다.

 

회사 어렵다며 “1000원도 아끼자”더니...
임원 성과급 파티에 내부 술렁

 

최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사 차원의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또한 지난 1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비상경영TF를 꾸리고 올해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1000원의 비용이라도 절감하는 방안을 찾아내고,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자”며 “회사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것보다 내가 회사를 위해서 무얼 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글로벌 철강 업횡 부진으로 올해 1분기 성적도 좋지 못할 것으로 예고됐다. 철강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6,301억원으로 전망 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이런 상황에서 임원들에 대규모 성과급이 지급되자 내부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다. 지난 12일 한 직장인 익명게시판에는 '포스코를 살려주세요(최정우 OUT)'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포스코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비상경영 속 경영진의 자사주 지급을 비판하는 그림을 공개했다.

직원들은 "비상경영 이라며 직원들은 쥐어짜면서 자기들은 돈 잔치를 하고 있다“, ”저게 책임 경영인가“라고 비판했다.

황경로 2대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원로들도 특별성명서를 내며 가세했다. 성명서에는 “지난해 4월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말을 한 뒤 1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 ‘더 이상 국민기업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스톡그랜트 소식은 심한 엇박자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최정우 회장이 자진 사퇴함으로써 책임경영의 사례를 남기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측은 "포항제철소 침수로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경영진 연봉은 수십억원 인상했다"며 "스톡그랜트로 돈 잔치를 벌여 올해까지 시행할 경우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다. 힌남노 피해 복구를 위한 원하청 노동자와 지역사회 시민의 피땀은 외면하고 은밀하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이리고 질타했다.
 

 

‘내년 임기 만료’ 최정우 회장
연임 빨간불?

 

최정우 포스코 홀딩스 회장 / 출처= 뉴스1

최근 KT의 경영공백 사태가 이어지며, 같은 국영기업인 포스코 또한 정부의 입김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간 포스코는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교체되는 등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수난을 겪었다.

이에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최 회장이 이사회에서 우호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임원들에게 스톡 그랜트를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최 회장은 내부출신 인사로 지난 2018년 취임, 내부개혁 등의 기대를 모았지만 그간 횡령 및 배임 논란에 휩싸여왔다. 스톡 그랜트 사태 또한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권은 '주인 없는 기업의 모럴해저드'를 경계하겠다는 방침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대주주가 국민연금(9.11%)으로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포스코 측은 “이번 스톡 그랜트 지급은 어떠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장기간 계획됐던 성과급 체계가 이행된 것”이라며 “힌남노 피해 복구 및 여타 현안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글 · 김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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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kimyura@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