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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人 사망 붕괴참사 잊었나...” HDC 정몽규 회장의 전면 재시공 약속 ‘말바꾸기’
“6人 사망 붕괴참사 잊었나...” HDC 정몽규 회장의 전면 재시공 약속 ‘말바꾸기’
  • 김유라 기자
  • 승인 2023.07.2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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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C현산, 화정아이파크 재시공 범위 축소에 ‘안전 불감증’ 논란
- 정몽규 회장의 ‘전면 철거 약속’ 유명무실
- 부분 철거 인허가한 서구청, 논란 일자 ‘전면 재시공 요청’
- 현산 관계자, “예비입주자와 협의‧재검토 할 것”

지난해 부실공사로 노동자 6명이 숨진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상처가 다시 열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기존 약속했던 ‘전면 재건축’ 계획을 철회하고 1~3층을 남겨두기로 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현산은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산은 지난 11일 언론을 대상으로 광주 화정아이파크 해체계획 설명회를 열었다. 2022년 1월 건물 붕괴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뒤 1년 6개월 만이다.

사고 당시 부실공사로 인해 하부층 콘크리트가 적정 강도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39층 바닥에서 최초 붕괴가 발생, 23층까지 16개층이 연쇄 붕괴했다. 이로 인해 1명이 부상을 입었고 매몰된 6인 전원이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좌) 지난해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현장
(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에 사과하고 있다.(2022.1.17.)
/ 출처=뉴스1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산은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설명회에서 현산은 철거 대상을 ‘지상 주거 부분’으로 한정하고 상가 및 근린 생활 시설은 제외할 계획이라며 슬쩍 말을 바꿨다. 이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8개 동의 지하층과 1~3층은 존치된다. 현산은 구조 안정성과 보수 용이성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계획이 당초 약속과는 교묘히 달라진 셈이다.

 

 

입주예정자 쏙 뺀 재시공 계획
‘불안 조장’ 비판에 현산 묵묵부답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은 현산에 전면 철거 및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현산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처분을 촉구한 시위 현장.(2022.9.22.) /출처=뉴스1

전면 철거를 예상했던 입주예정자들은 '상가 층(1~3층)을 해체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산이 전면 철거를 약속했는데도 주거시설이 있는 층에 대해서만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상가와 근린 생활 시설은 해체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은 회사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광주 서구청은 입주예정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부분 철거 계획을 인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청은 지난해 10월 시공사로부터 철거 대상이 지상층으로 한정되었음을 전달받았고, 해당 계획이 적정하다는 국토안전관리원의 답변을 받아 올해 3월 해체 계획을 인허가 했다. 그러나 예비입주자들에게 이를 알리거나 현산에 계획 변경 사유를 묻지 않았다.

이에 예비입주자들은 김이강 서구청장에 면담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주 내로 면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 서구청 앞에서 예정자 1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 19일 “예비입주자들은 철거 및 재시공 계획 수립 과정에서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불만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주 현산 측에 화정아이파크 전면 재시공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20일 <본지>의 취재에서 ‘화정아이파크의 부실 공사가 드러난 시점에서, 주거층만을 재시공하는 것은 불안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현산 관계자는 “전동 해체는 입주민과의 약속인 만큼 앞으로 진행될 해체공사에 대해서도 안전에 대한 여러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 협의와 의견 경청을 통해 진행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입주예정자들을 위해 조만간 정리된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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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김유라 기자 kimyura@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