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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국의 문화톡톡] 지중해-GPT 그리고 파랑새
[최양국의 문화톡톡] 지중해-GPT 그리고 파랑새
  • 최양국(문화평론가)
  • 승인 2023.09.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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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지구는 여러 색깔을 나타내는데,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산화 현상 때문에 파란색이 주조를 이룬다. 여기서 나온 표현인 ‘파란 행성’은 1960년대, 최초의 우주여행이 시작된 뒤부터 지구를 가리키는 일상적인 표현이 되었다.”

- <파랑의 역사>(2017년), 미셸 파스투로/고봉만 옮김 -

 모이는 마음과 버려지는 마음이 함께 춤을 추는 색, 파랑(Blue). 그 파랑의 춤을 추지 못한 블루문(Blue moon)이 눕는다. 미처 채워지지 않은 시공간이 파랑의 사진을 남긴다. 우주 공간의 태양 반사광에 걸친 희미한 한 점으로 외로이 존재하는 그것.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에게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다. 지구는 파랑의 시간 흔적을 기록하며 레드 오션~블루 오션 그리고 파랑새의 기행을 한다. ‘행복’한 쪽빛 꽃의 지혜가 피어난다.

 

‘파랑’의 / 신화 좇는 / 지중해 / 레드 오션

 지구는 파랑의 신화를 좇아 원초적 모성애의 바다를 찾는다. 누워있는 항아리의 품에 안긴 바다는 간밤의 검은 꿈을 파란 바다의 쪽빛 속살에 빨갛게 풀어 놓는다. ‘지구 한가운데 있는 바다’를 향한 기행은 호모 사피엔스가 작곡한 욕망~음식~자연과의 협주로 레드 오션을 연주한다.

 

* 지중해-레드 오션, Pixabay
* 지중해-레드 오션, Pixabay

지중해 기행의 1악장은 ‘욕망’으로 출발한다. 빠른 장조로 시작하여 느린 단조의 라르고(largo)로 이어진다. 카르타고와 로마 간 포에니 전쟁(BC 264년~BC 146년)을 비롯하여 현재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토 확장 및 정복을 위한 지정학적 재편 게임은 그칠 줄을 모르며 시간 지층이 되어 쌓여간다. 아프리카, 중동 및 남아시아 등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이민 행렬은 지중해를 거치는 과정에서 난민들의 바다~빈부의 바다~생존과 죽음의 바다로 표현되는 서사적 담론으로 확장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북아프리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 입국한 이들은 7만여 명에 달한다. 기존에는 아프리카, 중동 이민자가 많았으나 최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집트를 떠난 이민자 비중이 급증했다고 한다. 확장과 정복 그리고 가족과 나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욕망’ 기행은, 호모 사피엔스가 주도하는 자본주의 게임이 드러내는 양극단의 치명성을 드러낸다. 공간 확장과 자원 및 기술을 향한 정복은 국가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 또는 최소화)을 우선시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빈곤한 국가의 나와 가족을 위한 엑소더스는 상대적 양극화를 심화한다. 극단적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조차 디리스킹을 벗어나지 못하고 '디커플링'(decoupling, 분리)으로 쫓기듯 내몰리며 한 방향의 사다리 오르기를 계속한다. 

지중해 기행 2악장인 ‘음식’은 안단테(andante)의 장조와 함께한다. 유네스코는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화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2003년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을 제정한다. 이에 따라 음식 문화중 무형문화유산으로 2013년 등재된 것이 ‘지중해식 식문화’(Mediterranean Diet)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자료는 ‘지중해식 식문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지중해식 식문화’ 중, 식사를 뜻하는 영어 ‘다이어트(diet)’는 생활 방식을 뜻하는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에서 유래했다. 이는 지중해의 경관에서부터 식사 테이블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기술·지식·의례·상징·전통 등을 나타내며, 이들은 지중해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농사·수확·채집·어로·축산·저장·가공 처리·조리, 그리고 특히 음식을 함께 나누고 소비하는 것 등을 포괄한다. 그리고 지중해식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는 지중해식 식문화를 표현하고, 지중해식 식사와 관련된 내용을 전파하며, 지중해식 식사를 즐기며 축복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지중해식 식단은 덜어내기보다는 더 넣기를 향한다. 기존 즐겨 먹던 식단에서 좋지 않은 것을 빼야 한다는 마이너스(-)의 식단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조금씩 더해가는 플러스(+)의 식단이다. 그러므로 단순성에서 다양성으로의 식단 확대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갖는 여유로운 식사 시간으로 어우러진다. 식사를 하는 대상들과 어울리며 하루의 매듭을 지어가는 작은 페스티벌이다

지중해 기행은 ‘자연’의 길로 접어들며 돌렌테(dolente, 슬프게 그리고 괴롭게)의 단조를 따라 슬픈 노래풍(elegiaco)으로 바뀐다. 지금 지중해의 자연은 기후 온난화의 가사를 뱉어내며 그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8월 말 전해진 최근의 자연 이상 행태를 들어보자. 지중해의 산맥 역할을 하며 항아리의 한가운데에 안겨 있는 이탈리아는 전역이 폭우, 강한 뇌우, 강풍과 산사태 등 연일 계속되는 이상 기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서북부 지역에서는 때아닌 여름 눈까지 내린다. 찬란한 인류 문명의 영광을 대변하며 항아리 손잡이 역할을 하는 그리스는 뉴욕시 면적보다 더 크게 번진 산불로 인해, 유럽 연합 관측 사상 최대 규모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지중해의 ‘자연’ 기행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진화의 결과이다. 지구 종말 시계(The Doomsday Clock)의 자정을 향한 여정은 지중해도 피하지 못하며, 갈수록 빨라지며 짧아지고 있다. 시계 째깍거림의 속도와 강도는 지중해의 가슴이 따뜻한 파랑에서 차가운 회색으로 바뀌며, 검정으로 식어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들숨과 날숨의 ‘음식’과 함께 지중해의 일몰은, 치열한 경쟁의 ‘레드 오션’(Red ocean)으로 물들어 간다. 지중해의 욕망~음식~자연의 단조와 장조 연주와 함께, 우리 가슴 속 침묵의 노래를 부르며 레드 오션의 쪽빛 바다화를 위해 여행을 떠난다.

 

GPT / 블루 오션 / 지중해와 / 상관관계

 ‘창백한 푸른 점’에 살던 작은 먼지들이 ‘시장’의 공간에 쌓여간다. 어느샌가 성큼 다가와 일어서며, 거대한 데이터 기행을 한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바다다. AI는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정반합 옷을 입고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사회화~진화의 전철을 밟으며, 초거대 블루 오션을 지배해 간다.

 

* GPT-블루 오션, Pixabay
* GPT-블루 오션, Pixabay

첫째, GPT의 ‘G’는 Generative(생성형)를 뜻하는 것으로, AI의 데이터 분류 모델 중 하나인 생성 모델(Generative Model)에서 비롯된다. 기존 모델이 하던 데이터 분류 외에 데이터 분포를 모델링하고 학습한다. 이러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텍스트에서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의 논리인 탄생이다. 둘째, ‘P’(Pre-trained, 사전 학습)는 마치 사회화를 위해 사회적 상호 작용 속에서 성장하며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사회적 존재로서 필요한 지식, 기능 등을 내면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 ‘G’에서 생성된 대규모의 데이터 세트를 이용하여 AI를 학습시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스킬 세트의 집합을 형성한다. 이는 학습~보상~평가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각 단계에 사람이 매개되어 개입되므로, 데이터 세트나 스킬 세트에 따라 의도되거나 편향된 오류를 나타낼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가짜의 사실화 또는 진실화 변이로 가짜가 진짜를 지배하는 오류의 일상화가 지배하게 된다. ‘반’의 논리인 사회화이다. 셋째, ‘T’(Transformer, 변형기)는 구글이 개발한 AI 모델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간다운 텍스트를 문단 단위로 만들어 내는 ‘대형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언어 모델이란 단어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나오는 문장이 ‘자연어’(natural language 또는 ordinary language,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언어인 인공어와 구분하여 부르는 개념)와 가까워지는 확률을 높이는 통계학적 모델이다. 따라서 대형언어모델은 거대 데이터 세트를 바탕으로 수많은 파라미터(parameter, 매개변수)를 보유한 인공 신경망으로 구성된 언어 모델을 의미한다. 이는 단어나 문장들도 순차적이 아닌 병렬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여 문장 전체의 특징을 한 번에 파악하게 함으로써, AI 모델의 연산 능력을 가속도적으로 지능화하도록 한다. 이와 같이 생성된 데이터의 사전 학습 세트의 다양성과 충족성을 높여 자연어와 같은 양방향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합'의 논리인 진화이다.

GPT는 주로 파라미터의 수 및 LLM의 변화에 따라 GPT1(2018년)~GPT3(2020년)~챗GPT(2022년)~GPT4(2023년)의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챗GPT(ChatGPT)는 GPT 3.5의 단계에 있는 것이다.

파랑의 신화를 위한 지중해와 데이터의 기행은 세 가지 변수 간 연관성을 가지며 함께 한다. 우선 공간과 자원 및 기술 지배형 디리스킹과 더 나은 삶을 위한 계층 간 디커플링으로 변질되어 다가오는 '욕망'은,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을 생성하는 ‘G’. 다음으로 가족, 집단 또는 지역 사회가 끊임없이 관련된 지식을 공유하며 전승(특히 여성의 역할)하는 ‘음식’은, 사회적 상호 작용하에 상호 지속 성장하기 위한 내면화 과정을 위한 GPT의 사회화로서의 ‘P’. 마지막으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생태계적 접근 여부에 따른 '자연'의 변화는 GPT의 진화를 나타내는 ‘T’. 이처럼 지중해와 GPT는 ‘욕망’~‘G’, ‘음식’~‘P’, 그리고 ‘자연’~‘T’ 간 상호 상관 관계를 맺으며 레드 오션과 블루 오션을 향한 ‘시장’ 기행을 하는 것이다.

 

파랑새(Blue bird) / ‘꽃의 지혜’는 / 파랑 신화 / 블루문

 지중해와 GPT의 ‘시장’을 좇아 파랑의 신화를 만들어 가는 길에, 파랑새가 날아오르며 동화를 들려준다.

 

* 파랑새와 꽃-행복
* 파랑새와 꽃-행복

<파랑새>(L'Oiseau bleu, 1908년)는 모리스 마테를링크(Marie Bernard Maeterlinck, 1862년~1949년)가 쓴 희곡(동화극)으로 6막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동생 틸틸(Tyltyl)과 여동생 미틸(Mytyl) 남매가 크리스마스 전야 꿈을 꾼다. 그들은 꿈속에서, 요정의 요청으로 파랑새를 찾으러 추억의 나라~밤의 궁전~숲~행복의 정원~미래의 왕국을 방문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꿈에서 깨어나며 자신들의 새장 안에 그렇게 찾아 다니던 파랑새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초라하지만 깔끔한 나무꾼의 깜깜한 오두막을 시작으로 두 아이의 여행길을 따라가며 시간과 운명, 참모습과 허상, 그리고 죽음과 이별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한다. 이를 통해 결국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파랑새로 형상화한다.

한겨레 보도(2023년 7월 25일)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은 24일(현지 시각)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로고를 파랑새에서 X로 교체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 기업의 가치가 약 40억 달러(약 5조 1천억 원)에서 200억 달러(25조 6천억 원) 정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한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곧 트위터 브랜드, 점진적으로는 모든 새 문양에 작별을 고하게 될 것”이라며 검은색 바탕에 알파벳 ‘엑스(X)’가 그려진 새 로고를 소개했다고 한다.

여름이 닫히며, 지중해 바다의 수심을 즐기다 하얀 물결에 젖은 파랑새가 날아오른다. 파랑새는 철새 되어 우리를 떠나며 ‘행복’을 향한 ‘꽃의 지혜’를 남긴다. 떠나간 자리에 검은색 X가 들어온다.

“~(전략)~. 이제 우리는 꽃이 인간에게 불굴의 용기와 굳은 심지, 기발한 재치의 경이로운 모범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것입니다. 누구든 정원에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발휘하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 데 투여한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도 좋습니다.~(후략)~.”

- <꽃의 지혜>(L'Intelligence des fleurs, 1907년), 모리스 마테를링크/성귀수 옮김 -

검정은 인간 존재의 서사에서 최후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시작의 탄생과도 연관된다. 절대자가 어둠에서 빛을 창조하는 동안, 우리는 깊은 밤을 지나 환한 아침을 받으며 간밤의 꿈을 떠올린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빛나는 가을이 춤을 추는 어느 날. 우리의 ‘X’는 블루스(Blues)와 함께 트윗으로 날아가고, 우리 행복의 문신인 파란(Blue) 파랑새를 새기며 시작하는 하루~한 달 그리고 14년. 지중해 쪽빛 꽃의 지혜를 자연어인 ‘바다’(Ocean)에 새기며, 또다시 떠오를 그 해의 블루문(Blue moon)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글·최양국
격파트너스 대표 겸 경제산업기업 연구 협동조합 이사장
전통과 예술 바탕하에 점-선-면과 과거-현재-미래의 조합을 통한 가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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