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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정이>에서 <서울의 봄>으로 #1, 순응과 대항에 대하여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정이>에서 <서울의 봄>으로 #1, 순응과 대항에 대하여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1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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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대로 영화 잇기 중이다. <더문>(김용화, 2023)에서 시작해 <더문>(던칸 존스, 2009), <베리드>(로드리고 코르테스, 2010), <정이>(연상호, 2022) 다음으로 이어지는 영화는 지난 11월 22일에 개봉해 천만 관객을 기대 중인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2023)이다.

 

<서울의 봄> 포스터

<정이>를 보며 <서울의 봄>이 떠오른 건 주인공 때문이다. <정이>가 아무도 모르는 2194년 가상의 미래를 담았다면, <서울의 봄>은 널리 알려진 1979년 실제 과거를 담아냈는데, 두 영화 모두 대세를 거스른 사람의 이야기이다. 순응, 복종, 대항, 항명, 외면, 방관 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외로워도 용감하게 대항했던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장편 극영화에서 홀로 용감히 싸우는 주인공은 자주 등장한다. 크고 작은 역경이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담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처음엔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야 천차만별이지만, 관객은 그들 편에서 함께 울고, 웃고, 안타까워하고, 기뻐하게 된다.

 

<정이> 어린 서현의 수술 전 엄마 정이 모습 

<정이>와 <서울의 봄> 주인공 역시 시대적 배경과 장르는 매우 다르지만, 거대 힘 앞에 맞선다. <정이>는 미래를 배경으로 했기에 저런 일에 어찌 대비해야 할지 걱정하게도 되고, <서울의 봄>은 이미 결론을 아는 과거를 배경으로 했기에 더욱 안타깝다.

<정이>에서 정이(김현주)는 딸 서현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기꺼이 용병이 됐다. 그러나 서현이 수술받는 동안 전투에서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수술로 살아남은 어린 서현은 엄마의 뇌 정보를 크로노이드사에 양도한 대가로 교육과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다. 현재 서현(강수연)은 크로노이드 사의 ‘정이 프로젝트’ 팀장으로서 이 모든 상황에 순응 중이다.

 

<서울의 봄> 전두광 집에서의 하나회 모임

<서울의 봄>에서 군사 반란으로 명명된 1979년 12.12 군사 움직임이 시작되기 전까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모든 건 나름의 질서대로 유지 중이다. 사조직이 만들어지고, 자신들이 주요 자리에 앉기 위한 노력 등이 펼쳐지긴 하지만, 10.26 이후, 당시 법에 따라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 모두가 복종 중으로 보인다.

그런데 변화가 생긴다. <정이>에서 서현은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뇌 정보 이식 수준에 따라 권리와 의미가 매우 다르긴 하지만, 생명 연장 방법을 선택할 것을 제안받았다. 결국 자신의 엄마 정이가 했던 선택을 제안받은 셈이다. 과연 어찌해야 할까? 서현은 순응하고 있던 체제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정이>에서 서현과 상훈

<서울의 봄>에서는 12월 12일의 해가 떴다.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을 위시한 하나회 소속 군인들은 육군참모총장 체포를 위해 외형적 절차를 지키겠다 나선다.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을 위시한 진압군 세력이 나선다.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결 속에서, 복종과 항명이 뒤섞인다.

반란으로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서약은 깨졌지만, 반란군 내 순응과 복종은 강화된다. 그리고 진압군 내 상명하복은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반란군은 스스로 대세라 칭하며, 회유와 협박, 설득을 시도한다. 순응과 복종, 대항을 오가는 밀고 당기는 세 대결 속에 점차 반란군은 규모를 키우고, 진압군은 쪼그라든다.

 

<서울의 봄> 스틸 

내가 만약 저 상황에 있었다면, 순응하는 쪽일까? 대항하는 쪽일까? 혹은 외면하는 쪽일까? <정이>에서 서현의 팀원이라면? <서울의 봄>에서 이태신과 전두광의 전화를 모두 받은 사람이라면? 대세라고 판단되는 세력 그러니까 힘을 따를까? 옳다고 판단되는 세력을 따를까? 혹시 내가 선택할 쪽이 소수라도 용감할 수 있겠는가?

선뜻 답하기가 쉽진 않지만, 그동안 스스로 선택한 일들을 떠올려 보다 보면 대략 상상은 된다. 여러분도 그러신지?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도 좀 더 생각해 보고 싶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교육 관련 연구를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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