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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구독경제의 번들링 전략
[이현재의 시네마 크리티크] 구독경제의 번들링 전략
  • 이현재(영화평론가)
  • 승인 2023.12.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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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하는 구독경제 시장 성장세

구독경제의 상장이 둔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독경제기반 비즈니스 모델인 구독 기반 주문형 비디오(Subscription Video on Demand, 이하 SVOD) 시장 역시 뚜렷한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2023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메이저 SVOD 사업자 중에서 100만명 이상의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인 사업자는 Netflix와 Peacock 뿐이었다. 2023년 2분기 메이저 SVOD 사업 플랫폼의 구독자 증감세는 △Netflix: 590만 명 증가 △Peacock: 200만 명 증가 △Disney+: 80만 명 증가(단, 인도 기반 Disney+ Hotstar 서비스의 구독자 손실 1,250만 명 제외) △Paramount+: 70만 명 증가 △Hulu: 10만 명 증가 △Warner Bros. Discovery(Max): 180만 명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특히 Warner Bros. Discovery는 주력 스트리밍 서비스들을 Max로 리브랜딩하고 가입자 기반을 늘리기 위해 Discovery의 프로그램을 플랫폼에 추가하는 과정에서 해당 분기 동안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이탈했다. 이처럼 SVOD 시장 내 메이저 플레이어의 가입자 수 감소세가 나타난 만큼, 소규모 SVOD 사업자 역시 뚜렷한 둔화 및 감소세를 보였다. 2023년 2분기를 기준으로 소규모 SVOD 사업 플랫폼 구독자 증감은 △Starz: 100,000명 증가 △Sling TV: 97,000명 감소 △Fubo: 118,000명 감소 △AMC Networks: 200,000명 감소를 기록하며 시장 전반의 둔화 및 감소가 뚜렷함을 반영했다.

이러한 SVOD 시장의 둔화 및 감소는 많은 SVOD 서비스 플랫폼이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었음에도 사업 유지를 위한 수익성 창출을 위해 SVOD 사업자들이 구독 요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며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땅한 비즈니스 전략이 나오지 않으며 시장의 둔화는 경영환경의 악화로 이어져 SVOD 시장의 둔화 및 감소세를 뚜렷하게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구독자 둔화 대응 전략으로 주목받는 수퍼 번들링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독자 성장 둔화세는 스트리밍 번들의 호황기를 예고하는 신호로도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DIGIDAY의 Tim Peterson은 SVOD 사업자가 증가함에 따라 최근 시청자들은 본인의 취향에 맞춰 어떤 SVOD 플랫폼에 돈을 지출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으며, 크고 광범위한 프로그램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중에서도 2023년 1분기에 70만 명의 가입자를 추가한 데 이어 2분기에 구독자 기반을 확대한 Starz는 번들링 전략을 지목했다.

구독경제의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번들링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디지털 결제 서비스 업체 Bango의 의뢰로 진행된 Advanced Televisio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신사 리더(통신 브랜드 내 고위 전략 의사 결정권자 및 예산 담당자) 10명 중 8명 이상(82%)은 슈퍼 번들링과 콘텐츠 통합을 제공하는 것이 고객 유지 및 확보의 핵심이라고 확신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응답자 10명 중 9명(88%)은 슈퍼 번들링이 미래 수익의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고 Advanced Television은 전했다.

Advanced Television은 더 많은 선택권과 유연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통신사들이 슈퍼 번들링을 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문조사 결과를 평가하며, 음성 통화 무료 제공부터 스트리밍 스포츠 콘텐츠 제공까지 모든 형태의 번들링은 수십 년 동안 통신업체가 선호하는 전략이었으며, 슈퍼 번들링은 고객을 위한 다음 단계의 번들링 전략인 수퍼 번들링을 주목할만하다고 주장했다.

수퍼 번들링이란 고객이 단일 콘텐츠 허브를 통해 관리되는 다양한 구독 서비스에 액세스하고 월별 요금이 한 번에 청구되는 시스템으로,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번들링의 주체가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기반 시설과 관련된 통신사라는 점이다. 수퍼 번들링의 주체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통신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통신사들은 통합 패키지의 일부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기존고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bango “Super Bundling:Opening up new distribution channels for content providers”
자료: bango “Super Bundling:Opening up new distribution channels for content providers”

이러한 수퍼 번들링의 주요한 소구는 플랫폼의 다중 이용을 통한 콘텐츠 소비의 시너지 효과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다양해진 선택 옵션으로 인해 파편화된 소비를 관리하는 것으로, 번들링을 통해 소비의 공간을 단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Research Monitoring 업체인 Omdia는 2020년 코로나로 인한 Direct 2 Costumer 모델의 특수 이후 시장이 차츰 안정을 되찾는 과정에서 번들링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Paramount Global의 CEO Bob Bakish 역시 번들링을 스트리밍 전략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회사가 이미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번들을 추구해 왔다고 강조하며 는 번들링 패키징, 파트너 및 타이밍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밝히지 않으면서도 번들링이 자사의 중대한 스트리밍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번들링 전략 신중론...“위대한 재번들링 아직은 시기상조”

한편 번들링 전략이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Turner와 Time Warner의 전직 임원이자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였던 기업 전략 전문가 Doug Shapiro는 스트리밍 구독의 경우 쉽게 가입하고 해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스트리밍 환경에서) 시청자의 이탈이 너무나 쉽기 때문에 실제로는 프로그램 수준까지 번들링이 해제되고 있었던 셈”이라고 현상을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Disney와 같은 기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들이 Netflix를 경계하며 스트리밍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후 비즈니스 여견이 몇 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는 지적도 제기하며 번들링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SVB의 Moffett Nathanson 역시 2022년을 기준으로 선형 TV의 시청 시간당 수익은 57센트로 추정되는 반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간당 27센트~42센트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선형TV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하며 사실상 구독경제 등장이 선형TV 시대의 수익을 대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미 서비스 가격이 낮아진 상태에서 서비스 이용자(시청자)들이 자유로운 구독과 해지 과정을 경험한 이상, 원하지 않는 콘텐츠에 대해 엄청난 반발 없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번들링 전략의 한계를 지적했다.

Doug Shapiro는 이와 관련하여 이론적으로는 Apple이나 Amazon과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이 스트리밍용 케이블 패키지를 다시 만들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도 그런 시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실제 '위대한 재번들링'에 대한 예측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상태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며, 서비스 이용자에게 유연하게 상품을 묶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리번들링이 가능하겠지만, 강제적인 번들링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고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이슈 트렌드』 제14호에 개재된 「스트리밍 서비스의 새로운 활로로 주목받는 번들링 전략」으로 개재된 글을 요약한 것으로, 『저작권 이슈 트렌드』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이현재
경희대학교 K컬쳐・스토리콘텐츠연구소, 리서치앤컨설팅그룹 STRABASE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시네마 크리티크」 정기평론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 기술 산업 동향 조사 분석」(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부문 신인평론상, 2023 게임문화재단 게임제네레이션 비평상에 당선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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