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지승학의 시네마 크리티크] VFX(visual effect)의 모방 문제: 영화<외계+인 2부> 2024년 1월 10일 개봉
[지승학의 시네마 크리티크] VFX(visual effect)의 모방 문제: 영화<외계+인 2부> 2024년 1월 10일 개봉
  • 지승학(영화평론가)
  • 승인 2024.01.08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VFX(Visual Effect)의 또 다른 역할

이야기의 근원적인 목적은 파편적인 현실을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의미 있는 전체로 변환시키려는데 있다. 그래서 솜씨 좋은 이야기꾼들은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구조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데 노련하다. 이런 이야기의 목적은 타임슬립과 같은 시간 여행을 겨냥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캐이퍼 무비와 같은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위 죽은 줄 알았던 자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식의 반전 이야기(그 반대도 마찬가지)를 만들기도 한다. 전자에 능한 감독이 영화 <백 투더 퓨처> 시리즈로 잘 알려진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라면 후자에 능한 감독은 바로 최동훈 감독이다.

 

출처_다음
출처_다음

영화 <외계+인> 시리즈(1부, 2부)에서 최동훈 감독은 이야기 속에서 시간을 구조화하려는 그런 의욕을 다시 드러낸다. 이전부터 쌍둥이를 등장시킨다거나(<암살>) 1인 2역을 설정한다거나(<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아니면 분신술(<전우치>) 등을 자주 이용해 왔던 이유에서도 반전 이야기를 위한 그런 시간 구조화라는 의욕은 잘 발견된다. 실제로 한 인물에게 여러 차원의 시간을 재구조화하여 (이것은 쌍둥이나 1인 다역, 분신술 등이 가진 특징이다)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전략은 그동안 잘 먹혀왔다.

 

출처_다음
출처_다음

그러나 의욕이 과하면 부족한 만 못하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1인 2역의 등장과 분신술이 넘쳐나고, 그에 더해 현재와 고려 시대라는 시간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시간의 구조화를 대놓고 드러내는 영화 <외계+인 1부>는 처음으로 최동훈 감독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건 연출력의 실패 탓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순히 <외계+인 1부>가 그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연출력 운운하기에는 이 영화가 가진 장점도 많기 때문이다. <외계+인 1부>를 혹평하는 글 속에서, “너무 재미있었다.”라는 취지의 글들이 종종 눈에 띄는 이유가 이를 뒷받침한다. 대개 이러다 보면 영화의 작품성을 너무 진지하게만 보려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이른바 갈라치기 식 논쟁이 시작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계+인 1부>가 그간 그의 영화가 보여주었던 흥행 성적에 훨씬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그 이유는 무엇에서 기인 한 걸까?

 

출처_다음
출처_다음

<외계+인 2부>를 보면 진짜 작심한 듯 최동훈 감독이 쏟아낸 모든 특기와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시사회 당시 “후회 없이 만들었다”라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외계+인 2부>는 긴 러닝타임을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빠른 진행 속도에 휩쓸리게 한다. 또한, 장면마다 영화의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정성, 예컨대 ‘와이어 액션’ 등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제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와이어 액션의 달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지점은 여전히 <외계+인 1부>에서 느낀 바와 같다. 그건 클리쉐처럼 사용되는 VFX(visual effect)의 모방 문제다.

 

출처_다음
출처_다음

앞서 나는 ‘이야기의 근원적인 목적은 파편적인 현실을 시간적 연속성 속에서 의미 있는 전체로 변환시키려는데 있다’라고 정리한 바 있다. 쉽게 말해 최동훈 감독은 복잡한 이야기의 구조를 마지막에 가서 의미있게 결집시킬 줄 안다는 뜻이다. 그의 연출력은 그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문제는 이런 특기에 VFX가 병립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절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출처_다음
출처_다음

기존에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던, 이른바 최동훈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시간의 구조화는 영화의 편집만으로도 이야기의 힘을 유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외계+인> 시리즈에 적용한, 다시 말해 시간 구조화에 개입한 VFX는 그 힘을 무너트렸다.

<외계+인>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VFX는 마블 시리즈, 아니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한국의 VFX 기술적 성취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는 척도의 역할과 달리, 이야기 안에서는 일종의 VFX 피로도를 유발한다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허탈하게 만든다거나 그도 아니면 다음 장면을 긴장감 없이 예측하게 만들고 만다.

 

출처_다음
출처_다음

최동훈 감독은 VFX의 기술적 성취에 지나치게 기대는 바람에 오히려 본인의 특기를 묻히게 만든 우를 범한 것은 아닐까? 솜씨 좋은 이야기꾼이 마블 식 VFX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오히려 자기의 장점을 잃고 만 것은 아니냔 말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것이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마블 식 VFX를 넘어선 독창적인 표현의 개발이다. 이 말은 이제부터라도 이야기 구조에 맞는 전에 없던 시각효과 개발에도 더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출처_다음
출처_다음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한다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번거로운 또 다른 과제 하나를 더 얹어 준 셈이다. <외계+인> 시리즈는 VFX 기술력이 단순히 모방하는 차원에 그치고 만다면 명확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준다. 이제 VFX는 명실상부 영화에 개입하여 아주 중요한 역할을 도맡게 되었다. 풀어 말해, VFX는 파편적인 현실을 시간적 연속성으로 재구조화한다는 이야기의 운명에 필수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또 다른 통제권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 통제권은 바로 이야기의 매력도에 관여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계+인> 시리즈의 재미는 매력있는 재미와 매력 없는 재미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러면 이번에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이다. 누구에게는 매력 있는 재미로 누구에게는 매력 없는 재미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외계+인> 시리즈는 두 종료의 매력 사이에 VFX의 역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그리고 제작자, 연출자에게 정확하게 짚어 준다. 어쨌든 최동훈 감독이 와신상담하여 만든 이 영화 <외계+인 2부>는 오는 2024년 1월 10일에 개봉한다.

 

 

글·지승학
영화평론가. 문학박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홍보이사,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으로 등단. 현재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