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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의 시네마 크리티크] 포용 혹은 포섭, 올림픽 개막식과 <센강 아래>(2024)
[윤필립의 시네마 크리티크] 포용 혹은 포섭, 올림픽 개막식과 <센강 아래>(2024)
  • 윤필립(영화평론가)
  • 승인 2024.08.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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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과 다양성의 이면에 가려진 프랑스식 똘레랑스의 한계
영화 센강 아래 포스터(넷플릭스)
영화 센강 아래 포스터(넷플릭스)

지난 7월 26일, 프랑스에서 2024년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다. 1924년에 개최된 파리 올림픽 이후 파리에서 열리는 100년 만의 올림픽이다. 시작 전부터 대중들의 관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프랑스가 자국의 상징적 문화유산이자 랜드마크 몇 곳을 올림픽 경기장으로 활용할 것이라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으로 치장한 베르사유 궁전에서 근대5종과 승마 경기를, 자유와 화합의 상징 콩코르드 광장에서 브레이킹과 스케이트보드, 길거리 농구 등의 어반스포츠 경기를, 나폴레옹의 유해가 돌아와 안장된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에서 양궁 경기를 치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개막식은 주경기장을 탈출했고, 각국 선수단 입장은 센강의 강줄기를 따라 물 흐르듯이 흘러갔다. 강변 곳곳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점차 고조되던 올림픽의 흥분은 열기구를 통한 성화 점화와 에펠탑에서 잔잔히 퍼지는 사랑의 찬가로 절정에 이른다. 이렇게 100년 만의 파리 올림픽이라는 상징성은 프랑스의 상징적 문화유산과 함께 혁명과 똘레랑스의 나라라는 대중적 이미지를 강화한다.

 

2024 파리 올림픽 포스터(올림픽 조직위)
2024 파리 올림픽 포스터(올림픽 조직위)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란한 퍼포먼스와 대중들이 프랑스(특히, 파리)에 대해 갖는 막연한 장밋빛 이미지는 프랑스도 영국과 함께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던 제국주의 국가였음을 망각하게 한다. 그러한 과거사를 가리기 위해서 영국과 일본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국에 대한 만들어진 이미지를 프로파간다처럼 퍼뜨리며 대중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미국의 팝 가수 레이디 가가가 센강에서 <Mon truc en plumes>(내 깃털 장식)를 불렀고,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온은 에펠탑에서 <Hymne a l'amour>(사랑의 찬가)를 불렀다. 이는 자국의 올림픽 개막식에 타국의 유명 가수를 초청한 파격적 행보로 보이기도 하지만 프랑스인들이 터를 잡고 살았던 그 옛날의 미국 루이지애나와 캐나다 퀘벡에 대한 향수로도 읽힐 수 있다.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가 펼쳤던 기만적 동화주의가 겹쳐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센강 아래 포스터(넷플릭스)
센강 아래 포스터(넷플릭스)

프랑스의 이러한 양면성은 국제 대회를 앞둔 센강에 거대한 상어를 등장시킨 영화 <센강 아래>(2024)에서 잘 나타난다. 여기서 거대한 상어는 물 속에 잠겨 대중들의 시선 밖에서 암초처럼 자라고 있는 그 무엇을 상징한다. 바다 생물인 상어가 강으로 유입되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프랑스의 이민자로 보이기도 하며, 무고한 대중들을 상대로 유혈사태를 벌인다는 점에서는 그릇된 욕망에 사로잡힌 괴물 같은 지도층 내지는 국가 시스템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자로 해석할 경우 이민자 집단을 자국민과 차별화하며 처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기에 보수적인 관점으로 읽히며, 후자로 해석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가적 시스템을 파괴하고 전복한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관점으로 읽힐 수 있다.

이렇게 해석의 차이는 있겠으나 한 가지 공통적인 부분도 있다. 보수적 관점으로든 진보적 관점으로든 영화 <센강 아래> 속에 등장하는 거대 상어는 어떤 형태로든 센강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끝내 처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연 영화 속 상어를 프랑스식 똘레랑스에 가려진 프랑스적 동화주의로 보는 것은 과한 것일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서라도 드러내고 싶고, 감추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 수면 아래로 묻어 버리고 싶을 테지만  가라앉은 것은 언젠가는 떠오르게 마련이다.

 

 

글·윤필립
영화평론가, 응용언어학자.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강의하며 담화분석과 대중문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교육원을 수료했으며, 무궁화 스토리텔링 공모전 동화 입선,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에서 기독교 영화 비평 대상 수상,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당선 등을 했다. 만화평론상, 대종상,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심사위원 및 영평상 집행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한국어학과 초빙교수 및 한국어교육원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집행부, 한국문법교육학회 편집이사 등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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